와다미사키선은 일본 철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지도 모르는 이른바 "잡선" 중 하나입니다. JR서일본 관할로, 고베시 소재 효고 역에서 와다미사키역에 이르는 2.7km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솔직히 한국에서라면 진즉에 사라져서 언제 없어졌는지도 모를 지선 중 하나입니다. 수도권인 도쿄권도 아니고, 오사카도 아닌 고베의 일개 지선철도인 셈입니다.
이 노선에 관심이 가는건 보통 악성 적자노선 취급받을만한 초 단거리 지선이 의외로 흑자선 대접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흑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이 노선을 폐지하자고 덤비는 곳은 JR서일본이 아니라 고베시 쪽이고, JR서일본은 오히려 해당노선을 2001년에 전철화해서 기존의 객차나 기동차 투입을 전동차로 전격 교체하기까지 하면서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1역간인 이 노선의 종점 와다미사키 역은 고베지하철이 접속이 됨에도 불구하고 폐선을 면하고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흑자선 대접을 받는다 봐도 될겁니다.
와다미사키선은 1888년에 철도공사용 화물 운반을 위해 항구로부터 산요본선 철도까지 연계하는 화물선으로 부설도었다가, 이후 정식 화물선으로 1890년에 영업을 시작한 노선입니다. 1911년에 여객영업을 개시하고 이후 경제발전에 따라 항만지역이나 공장 인입선 다수가 분기하며 성업하여 오다 철도수송이 점차 쇠퇴하면서 가와사키 중공업의 갑종철도차량 운송사업을 빼면 국철말엽에 모든 화물영업을 잃어버리고 유일하게 여객영업만이 남은 흔한 지선 중 하나입니다. 그나마 가와사키 중공업이 신간선차량을 포함해 철도차량 다수를 만드는 주요 제작사다 보니 갑종철도차량 운송이 유일 화물로 남게 된 정도라 할겁니다. 시설적으로는 과거 방대한 인입선 분기 덕에 효고역에서 화물역인 다카토리역 간에 와다미사키선 접속용의 별도 소운전 단선을 가진게 독특하긴 한 정도로, 지선 답게 지상 노선으로 건널목도 자잘하게 있고 별다른 토목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 그런 노선입니다.
1편성만 운행하지만 극히 단시간 운전에 피크타임 혼잡도가 격심하다 보니, 투입되는 구형차량들 조차 문을 증설하거나 노선 특성에 맞게 한쪽으로만 출입문을 내고 나머지를 폐쇄해버리거나 하는 식의 개조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새차를 넣기엔 애매한 탓인지 처음엔 구형객차에 기관차를 앞뒤로 붙인 전용 편성을, 나중엔 구식 디젤동차를 쓰다가, 이후 전동차 중 잉여차를 여기에 충당해 넣었다고 합니다.
이 노선도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지하철이 종점 와다미사키에 들어오게 되면서 존속의 이유가 옅어졌기 때문입니다. 2001년에 개업한 고베 시영 지하철 해안선(카이간 선)이 그 병행선인데, 고베의 주요역인 산노미야 역, 고베역에서 와다미사키 인근 해안 매립지역을 지나서 다시 산요본선 상의 신나가타를 연결하기에 와다미사키선을 구태여 유지할 이유가 옅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개업하고 보니 좀 상황이 달라졌고, 그래서인지 JR서일본은 과감하게 전철화를 밀어붙이게 됩니다. 다만, 병행선이 있다보니 평시의 열차운행은 전폐하여,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그리고 저녁 17시부터 22시까지만 운행을 하고, 운행횟수도 17왕복으로 제한해서 굴리게 됩니다. 토요일에는 추가 감편을 걸고, 일요일엔 하루 2왕복 주간과 야간에 각 한차례 운행만 하게 됩니다. 즉, 낮시간에는 차 자체가 운행하지 않는 수준에 주말에는 사실상 최소운행만 하는 수준으로 다니는 셈입니다.
실은 지하철로의 객 유출은 생각만큼 크지 않아서 현재도 1만명 정도의 이용객은 꾸준히 유지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지하철 쪽이 이용객이 생각만큼 늘지 않아서 시 입장이 난처해 졌다고 할 정도라는데... 이렇게 된 핵심 이유는 일본의 운임제도와 통근비 보조 관행 덕입니다. 와다미사키선이 그리 편한 노선은 아니지만, JR관할이다 보니 정기권 한장으로 다른 도시에서 와다미사키선 이용까지 묶어서 발행이 가능했고, 그만큼 운임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환승으로 다닐 경우 정기권을 끊는다 하더라도 JR이나 다른 사철의 정기권과 지하철 정기권을 따로 발행해야 했기에 불편함과 운임증가가 따르게 되었고, 이를 보전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도 JR경유 정기권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그렇게 되었다 합니다.
이때문에 고베시에서는 지하철 경영개선 목적으로 주변 지역의 운하를 관광자원화 하는데 지장이 되고, 해당 지역을 분단시키는 등 도시기능에 지장을 준다는 명분으로 와다미사키선의 폐지를 JR측과 협의를 2011년에 시도하는데, 별로 큰돈이 안되는 지선이지만 그래도 수익이 난다고 본 JR은 폐지를 거절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좀 특수한 케이스기는 하지만, 우리도 자잘한 화물지선들을 좀 재생시켜서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은 듭니다. 예를 들어서 인천역의 석탄부두선 같은 경우엔 주변에 정주 인구도 좀 있고 주요 교통시설인 여객선터미널도 있어서 관광기능을 포함해 여객영업선으로 써보는 걸 검토는 해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병행하는 버스가 고빈도고 접속편의가 잘 되어 있어서 쉽진 않을거 같습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