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외곽 순환망을 늘리는 것이야 경기도가 그만큼 인구나 경제가 팽창했고, 서울의 느린 철도망을 경유해야만 각 도시가 연결되는 구조인 점을 감안하면 과밀의 억제와 도시기능의 분산화, 그리고 국민 편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리고 정비의 방법으로서 직결운행과 미싱 링크의 연결이라는 방향으로 잡은 것도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봅니다. 1960년대 이래의 비원이었던 중앙선-경부선의 연결계획이던 남부순환선이나, 1930년대 전시체제 이래 요구되던 능의선(현재의 교외선)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이제서야 할 기분이 든게 좀 늦었단 느낌까지 든달까.
외곽순환 노선을 중시하는 정책방향은 JR동일본에서도 도쿄 메가루프같은 사례가 있습니다. 70년대 눈돌아가는 화물투자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화물우회선인 무사시노 선과 게이요 선을 축으로, 남부선, 요코하마선 등 관련 지선들의 수송력의 개선과 급행열차 도입, 신규 역의 설치, 노선간 직결열차의 신설 같은 식으로 편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내노선은 이미 수요가 포화상태로 투자의 여지도 적지만 수요의 증가 여지 또한 적은 상황에서, 외곽 지역의 이용증가에 맞춰 수요증가와 향후의 성장방향을 찾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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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완전한 루프도 아니고 목적도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프랑스의 TGV 노선 상호간의 연결을 꾀한 연결선 LGV Interconnexion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샤를 드골 공항을 축으로, 대서양선, 남동선, 유럽동선, 북부선의 상호연결을 꾀하는 노선망을 구축하여 파리 외의 각 지로 직결열차를 투입하거나, 도심 터미널의 유효 활용을 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 구상에서 대대적인 신규노선 건설을 축으로 하지 않고, 기존 노선망의 유효활용과 이들간의 연결성 개선에 천착하는 점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면 지금 계획도 상으로 봤을때 단순히 환승과 여객의 연계만에 집중하고, 열차의 융통이라는 관점에서는 좀 고려가 없는게 아닌가 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특히 동부축은 오로지 지하철 망 만으로 연계를 보고 있다고, 직결 가능성을 거의 두지 못한 점에서는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순환선을 두는 핵심 이유는, 다수의 열차가 아니라도 노선간의 직결 운행을 통해 우등열차를 굴리거나, 화물열차의 도심관통을 회피하여 시내노선의 혼잡을 덜어내는데 있습니다. 이점에서 본다면 여객만의 순환철도망 계획은 그 효용면에서 아쉬움이 남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경부선에서 안산선을 거쳐 수인선이나 소사원시선을 연계할 수 있는 노선이나, 한때 말만 나오다가 끝장나버린 남부화물기지(오봉역)에서 경강선을 거쳐 중앙선을 연계하는 노선, 특히 망우역을 날리고 중앙선을 연계, 특히 서울측 조차장 기능을 하게 된 국수와의 연계를 확보할 노선, 그리고 교외선에서 동두천 방향을 연계 할 삼각선 등 여객의 흐름만이 아니라 열차자체의 흐름을 연계시킬 방안이 좀 더 고려되어야 할겁니다. 물론, 이걸 하면서 단순히 열차의 직결만이 아니라, 화물열차의 운행을 제약할만한 시설적 제한을 풀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할거고, 이걸 위해서 시설면에서의 좀 더 적극적인 투자방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등열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노선간의 직결운행을 통해 환승의 부담을 덜고, 운행속도를 높히기 위한 급행운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걸 단순히 운영의 문제로 치부하기 이전에, 운영측에서 이런 열차 운행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비싼 운임의 좌석형 차량 투입여부나, 이를 위한 대피선, 연결선의 확보, 차량조달 가능성과 재정 보조의 필요성, 그리고 차량기지 등의 개선과 확충도 검토가 되어야 할겁니다. 교외선+대곡~소사~원시선~수인선~분당선 정도로 돌면 이미 수도권전철 내에서는 최장노선이 거의 확정적인데, 이걸 통근형전철로 운용하는건 좀 많이 가혹한 처사가 될겁니다.
수도권 노선망의 부족이나, 낮은 표정속도, 화물 및 우등열차 계통 확보의 어려움 등 난맥상이 넘치는 수도권 철도망에서 일단 방향을 좀 틀어서 접근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생각은 듭니다. 다만 너무 좁은 범위에서 접근하는 우는 좀 피해야 할 것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