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크게 두 방향에서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는 서울 일대의 철도물류 거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라는 점과, 간선열차 운영에 필수적인 객차조차장 및 간선전동차 기지, 그리고 기관차 거점을 어떻게 기능저하 없이 이전할 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둘 모두 단순히 토지가치 차원에서의 접근으로는 망하기 딱 좋은 그런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류 문제에서 컨테이너나 농산물 수송같은 것들이야 어차피 도로에 의존하고, 의왕ICD나 인천항이 관건이 되는 수송이니 현재적인 고민이라기는 좀 어렵기는 합니다. 당장의 문제는 아니니. 하지만, 전통적인 유개화차 화물들, 즉 지류나 포대 시멘트 같은 화물이나, 벌크 시멘트 수송에서 수색역은 상당히 중요한 입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 화물의 특징은 과거의 중후장대한 벌크 화물이지만 도시권 소비량이 늘 많고, 그래서 무작정 근교로 빼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또한 수색역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60년대에 서울역의 착발능력 개량을 위해 간선열차의 조차기능을 분리해 이전받았다는 점입니다. 과거엔 기관차 열차가 기본이었는데, 서울역의 승강장이나 부지는 한정적이다 보니 방대한 시설을 요하는 객차정비시설이나 기관차고를 수색으로 옮겨서, 서울역에서는 타고 내리기만 하는 식으로 효율화를 꾀하여 나온 것이 저 체제입니다. 덕분에 서울에서 수색까지 회송열차가 빈번히 다녀야 하는 태생적인 약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회송은 수익을 발생하는 운행이 아닌만큼, 최소화하는게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간선형 전동차나 KTX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출발하는 역이나 선로를 바꿔야 하는 경우에나 회송운전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객차열차들은 방향전환을 하려면 반드시 입환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색역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들 객차열차들은 근시일내에 전폐하기는 어려운데다, 국내 소요량이라면 몰라도 국제열차나 야간열차, 또는 파동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일정한 수요는 남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수색의 조차시설을 이전하게 되면 이 회송이 그만큼 길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전체 열차운영의 효율까지 다같이 망가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수색 회송은 약 20분 정도의 운행시간을 가지는데, 왕복으로 치면 약 40분, 그리고 구내에서의 입환과 청소 작업을 가정하면 거의 1시간 반 이상의 작업시간이 소요됩니다. 덕분에 객차열차를 단거리로 운행시키면 회송과 정비에 들어가는 시간이 실제 영업운전하는 시간보다 더 길어지는 모순이 생기는 수준이 되고, 저런 리드타임이 있다보니 중거리 운행을 돌리려고 해도 하루에 투입가능한 시간이 제한되어있어 1왕복 내지 2왕복 정도로 제한이 생깁니다. 이 상황에서 이 회송거리를 2배로 늘린다고 하면 입환과 청소, 정비를 아무리 효율화해도 2시간 이상의 리드타임이 생기게 되니 간선열차의 효율은 곤두박질 치게 됩니다. 안그래도 객차열차 대부분이 적자열차인 무궁화호이니, 그야말로 이중고가 벌어진달까.
여기에 기관차고의 배치가 멀어짐에 따라 유사시의 구원이나 대체수송편 투입에도 제약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기관차를 출고해서 구원에 충당시킨다 쳐도, 회송으로 날아오는데만 20~30분이 걸리게 되니 그만큼 수송장애도 길어지는 한계가 생깁니다. 지금은 체제를 많이 안정화시켰지만, 과거 용산역에 고정적으로 배치되던 입환담당 기관차와 차량기지가 없어지면서 수색이나 청량리에 전적으로 구원을 의존하고, 심하면 광운대나 의왕에서도 동원을 해야 할 상황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만약 여기서 수색이 더 멀리 가게 되고, 청량리도 규모가 대폭 삭감된다면 사고나 수송장애에 대한 처리능력이 많이 취약해질 거란 우려가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시설을 찾아야 한다면, 1. 일단 충분한 부지와 도로접속을 확보하여 운영 효율을 올릴 수 있어야 하고,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역과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회송이나 셔틀링에 들어가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지 않아야 하며, 3.이를 위해서 급구배가 없는 지상 노선의 접속이 확보되는 개소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게 충족되는건 경의선 지상구간 연선에 한정되는데, 또 이쪽은 향후 복복선의 계획이 있다 보니 수색역 처럼 본선열차의 지장을 주지 않는 입체교차 설비까지 시야에 넣고 검토를 해야만 합니다.
이걸로 검토해 볼 수 있는 부지는 결국 능곡역 주변 정도, 좀 멀리 가더라도 파주와 고양시 경계 부근 정도가 한계라 할겁니다. 문산이나 월롱 정도쯤 가는 건 회송 열차의 도중 영업을 좀 우겨넣어서 어느정도 합리화는 가능하겠지만, 화물의 경우는 그야말로 너무 멀어져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험이 다분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외선의 경의선 입체교차 설비 및 문산방향 삼각선을 선투자할 값이라도 질러서, 구 대정역 주변을 물류단지화 하고, 이 입체교차 설비를 활용해서 능곡역과 고양기지 사이에 차량기지를 신설해 객자 및 간선여객열차 기지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이걸로 교외선 여객화의 가장 큰 애로인 입체교차시설 확충을 해결볼 수 있기도 하고, 또한 시내를 관통해 운행해야 하던 중앙선 축 화물열차를 광운대, 의정부를 거쳐 교외선으로 우회시키기도 용이해질 뿐더러, 기관차나 객차의 회송 또한 좀 더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을겁니다.
문제는 지역 민원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남을 거고, 또 이만한 투자부담을 누가 질 것인가의 문제가 남을겁니다. 또한, 수색역 개발 시도 자체가 뭉개져버린다면 이것 또한 공중에 뜨는 이야기가 될거고 말입니다. 다만, 너무 미뤄두다가는 이도저도 안되고 대체시설이 없어서 그냥 화물이나 객차열차를 전폐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으로 갈 수도 있고, 그걸로 상실하는 기회는 두번다시 되찾아 오기가 어렵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