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입 구상이 참 엽기적인데 바로 바터 무역을 통한 차량 도입이었습니다. 즉, 현물 교환의 형태로 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낮거나 외화유출의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거래화폐의 제한이 있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걸로 증기기관차를 도입하려던, 즉, 우리나라가 보유한 차량을 넘겨주고, 그에 상응하는 상대측 차량을 받는 식의 거래를 추진한 것이었는데...
이 거래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북한이 증기기관차를 다수 현역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현역으로 새로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도태되고도 남을 차량들을 끈질기게 수리해서 현역으로 운행시키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기에 워낙 심각하게 혹사당한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보존차로 지정된 차량을 꼼꼼하게 유지하는 걸로 봐서는 정비능력 자체가 전혀 없는 그런 상황은 아닌 걸로 보이기도 하고, 또 일제당시에는 공용으로 차를 쓰다가 갈라졌기 때문에 선로의 호환성 문제에서도 걸릴게 적을 거라 기대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도입선으로부터 들여오기에는 가격이나 운송비 문제 외에 해당 국가의 문화재 관련 조항이 걸릴 가능성도 있기에 좀 쉽지 않은 이야기였고, 그래서 이쪽을 뚫어보려는 시도가 있던 걸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의 증기기관차들은 종종 도태된 후 중국에 고철로 매각되는 경우가 과거 관측되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이런 차들의 상태는 최악이어서 대부분 언더프레임이 눈에 보일정도로 휘고 외판이 심하게 부식된 차들이 대부분이어서 이걸 살려내기는 쉽지 않을게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현역으로 유지되는 차량들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 책의 저자가 현지에서 찍은 영상들 같은 경우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아도 문제없이 주행능력을 가진 차들이 여럿 확인이 되고 말입니다. 그래서 교섭을 통해서 이런 차들을 1~2량 확보하는 걸 검토를 했던 모양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쪽에서 제시한 물건은 잉여화차들과 내구연한이 다 찬 새마을PP용 부수차들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동력차의 가치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교환비율에서 난항이 있긴 하지만, 차량보유량수가 모자라서 중국측 차량을 임의로 국내운용으로 돌려 외교적 물의를 일으키던 북한으로서는 화차를 상당수 확보할 수 있는 교섭 자체는 어느정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었기에 교섭을 착수할 수 있었던게 아닌가 보입니다. 다만, 폐급 차량을 받게 될 경우를 우려해서 실제로는 착수금 조로 일부를 먼저 북송시키고, 이후 북측 제공 차량이 남측으로 내려와서 2차분으로 제공하는 남측 차량을 직접 견인해서 실제 운행가능성을 입증하고, 마지막으로 잔금조의 차량을 남측이 제공하는 방식을 교섭했던 걸로 보입니다.
뭐 반쯤은 원조인 셈이지만 무상제공 보다는 좀 그럴싸하고 어느정도 서로의 체면을 챙겨주는 거래인 셈이어서, 교섭 자체는 자잘한 밀고당기기가 이어지긴 했어도 어느정도 되기는 했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직접적으로 교섭을 하는 광경이 언급될 경우에는 아무래도 껄끄럽다 보니 중국 등지에서 교섭을 진행을 했고, 앞서 말한 거래방식 같은 것도 어느정도 그림이 나왔던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느정도 그럴싸하게 돌아갈 즈음 모종의 사건(어느 사건인지를 밝히면 시점이 드러나니 말할 수 없지만)이 크게 터졌고, 이걸로 인해 인원의 교체와 남북관계의 급냉이 발생, 결국 모년 4월 1일부로 없던 일이 되어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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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진지하게 봐 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날짜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