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생겨난 RDC 셔틀이나 현재 유일하게 남은 경원선 CDC구간은 기존의 간선철도 일변도의 영업양태와는 다른 영역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간선열차와 달리 좌석지정은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전통적인 매표방식이 꽤나 번거롭게 동작을 하기 쉽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통적인 매표가 서비스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고, 동시에 운임 징수 면에서도 불필요한 노고를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걸 가장 쉽게 해결하는 건 수도권전철이나 동해선처럼 아예 전철식의 영업양태를 그대로 이식해 오는 쪽이 될겁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적용이 매우 난감한데, 일단 기술적으로 각종 전산장비와 통신망을 가설하는 등의 투자가 소요되는 문제가 있고, 여기에 수도권전철과 달리 배차간격이 벌어지기에 수도권전철식의 간소화된 여객경로 계산 같은걸 그대로 적용하는게 난감하고, 또 최종적으로 운임제도가 지자체의 운임제도에 연동되면서 환승보전이나 경로 등 사회적 할인제도의 적용이 걸리게 됩니다. 즉, 제도 간소화를 하려다가 대량의 무임수송 부담만 생겨나서 지자체나 국가나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되니, 이걸 극력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궁화호의 승차쪽을 교통카드로 처리하는 방향은 반대로 환승할인 요구나 지자체의 제도 개입문제가 불거질거고, 장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거의 전 역에 전산투자가 따라가야 하는데다 지자체간 이동을 할 경우에는 처치곤란이 되는데다, 교통카드로는 좌석지정을 처리할 적정한 방법도 없어지는데다, 차내검표도 매우 난감해져서 이미 무임승차 덕에 반쯤 무법천지화된 무궁화호가 더욱 노답이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즉, 아무리 수요를 늘릴 수 있어도 복마전의 봉인을 뜯어버리는 건 생각할 수 없는 경우라 할겁니다.
여기서 좀 주목해 볼 수 있는건 현재 CDC만이 적용받는 통근열차 운임제도입니다. 틀 자체는 간선열차와 동일하게 km당 임율과 최저운임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정작 실무적으로는 자유석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임 수준도 기존의 전철과 대별되지 않는 수준으로 묶여져 있습니다. 실제 운임수준을 비교해 보면 위 그래프 처럼 전철 운임보다 기본운임이 높다가, 30km 지점부터 역전, 이후 66km 이후부터 다시 재역전을 해 비싸지는 그래프 형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무궁화호 이상이 아예 전철보다 확고하게 비싼것과 달리 호환성을 가져볼 만한 여지가 있다 할겁니다.
여기에 통근열차는 명확히 간선열차, 엄밀하게 말하면 일반철도의 서비스로 규정되어 있어서 법률로 경로, 장애, 보훈대상자에 대한 무임제공이 규정된 도시철도 및 수도권전철과는 명백하게 격리되어 있습니다. 실제 경원선 CDC의 경우 1000원 단일이라는 특례운임을 적용함에도 불구하고 경로 등에 대해서는 500원을 징수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용객이 적어서 이게 이슈화는 안되는 거 같지만, 일단은 무임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단 의미입니다.
이점에 착안해서, CDC 정도 사양의 저속 단거리 디젤동차 서비스나,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셔틀열차, 그리고 향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전동차 기반의 구간 셔틀 서비스같은걸 하게 된다면 이 통근열차 운임을 적용하되, 열차 및 좌석지정을 전폐하고, 승차권을 교통카드 또는 1회용 카드로 대체하도록 특례를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서비스 자체는 광역철도와 유사하고, 승차권 제도도 광역철도의 것을 원용할 수 있게 하면서, 운임의 계산기준은 간선철도의 통근열차 취급을 해버리는 제도를 구성해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운임의 결정권한이나 환승할인 등에 대해서는 개별 협상을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고, 각종 무임제도의 적용은 배제하고 간선의 사회적 할인으로 갈음할 수 있을겁니다. 임율을 좀 더 올려서 저 광역철도와의 역전구간을 해소시킨다면, 사실상 특례할인의 형태로 광역철도와 동일한 운임테이블을 쓰는 것도 가능할겁니다.
투입 차량 면에서도 셔틀열차에 RDC를 구태여 넣지 않아도 통근열차 상당, 즉 현행 통근형 전동차 상당을 넣더라도 무방하게 될겁니다. 사실 이건 관례적인 거지만, 상위 차량을 격하는 해도 하위차량을 격상하는 건 용납이 안되는 감이 있어서 전동차로 무궁화 임율을 받으면 지탄을 받을 일이지만, 통근열차 기준으로 받는다면 할 말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게 되면 ITX청춘 도입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승하차 처리기를 간이승강장에 설치한다거나, 버스처럼 단일운임제로 처리하거나 하는 방법이 가능해질겁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실무자들이나 관련 정책입안자들의 창의성에 달려있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