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강릉에서 더 이상 노선이 뻗지 못하고 있고, 춘천~속초간 철도는 노선조차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또 정작 속초시는 현기증이 나는지 빨리 해달라고 하면서도 정작 역은 시내가 아닌 고성 부근까지 내치는 걸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하고 있어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예 제진~강릉 간의 철도는 개략적인 선형도 제대로 그어져 있는 눈치도 아니고 말입니다.
당장에야 남북철도연결로 넘어오는 물동량은 철도가 지금 당장 연결된다 해도 5년차 정도에서는 열차 서너편 정도면 퉁치는 수준일겁니다. 북한 관내를 통과하는데 워낙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라 컨테이너 같은 경우엔 선편보다 딱히 유리할 상황이 아니고, 그 외에 벌크 화물류는 넘어다닐만한 물량이 많기가 어려운게 현실이고 말입니다. 당장 영동지방에 대규모 벌크 화물을 충당할 만한 곳도 적고, 있다손 쳐도 대부분 항만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입니다.
문제는 이런 극소한 물량이라 하더라도 강릉 지하구간은 건설을 눈물이 나오도록 잘 지어놔서 개통 초기에 이미 용량 한계에 근접해 있다는 점입니다. 주말에 강릉선 KTX 26회에 영동선 20회, 그리고 바다열차 4회가 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올림픽 당시의 최대용량에 육박해 있는 상황입니다. 이정도 용량을 쓰는 상황에서 화물열차같은 불안정 요소가 몇개 들어가고, 여객열차의 고장이 하나정도 파급되면 뭐 아주 너저분한 정시성이 벌어질거라 예상이 됩니다. 정말 일을 훈늉하게 해놨달까.
그래서 대안으로 검토를 하던게 강릉 주변의 내륙부로 우회하는 화물 우회선로를 구상으로는 계속 그리고 있는데, 정작 실제 이걸 할 수 있는 구조로 건설을 하지도 않았다는게 문제입니다. 남강릉신호장을 지어는 놨지만, 중앙역으로 쓸 수 있을만한 시설조건을 해놓은 거솓 아니고, 또한 차량기지를 묘하게 배치를 해놔서 정작 남강릉신호장에서 종착을 시켜도 입출고가 안되는 안습한 구조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우회선이 강릉선 본선을 입체교차할 여지도 없다시피 한지라, 향후에 정말 물동량이 터져나오면 받아칠 만한 구조가 전혀 안되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그래서 그냥 지하선을 복선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미 개판으로 건설해놔서 부지 추가확보부터 시작해서 아주 골아프겠지만 그나마 가능한 길이 그정도 밖에 없달까. 우회선을 짓는 비용이나 아예 실드터널로 관통을 따내는거나, 토지확보부터 다 개판이 난 상황이라 그게 그거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이후 관건은 속초 주변의 배선 처리일겁니다. 일단 속초 남쪽이든 북쪽이든 조차장에 상당하는 물류거점이 하나 정도는 배치가 되어야만 할겁니다. 이정도 평탄한 부지를 확보할만한 곳은 속초~고성 사이 정도밖에는 보이질 않는데, 이렇게 되는 경우라면 수도권 방향 물동량을 돌리기 위해 춘천~속초선 방향의 삼각선이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동해선 방향으로 계속 남하하는 물량과 수도권 방향으로 가는 물량을 분류처리하고, 구배조건이 보나마나 개판일 동서선 측과 막장은 좀 면한 동해선 측의 재조성이 따라야 할테니 대규모는 아니라도 방향별 5선 이상의 조차시설과 기관차 거점이 필요할겁니다. 선로용량을 최대화 하려면 여기서 분기가 되는게 바람직할거고 말입니다.
그리고, 춘천~속초선의 경우 물류기능을 넣게 되면 수도권 병목을 뚫고 나갈 길이 없는것도 사실 현재의 문제라 할겁니다. 1930년대 같으면야 서울 관통으로 화물을 넣는게 문제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열차 한편의 선로용량 조차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만큼 과밀이 심각하고, 객화분리나 우회선 확보같은 용량확충 대책같은게 전혀 없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동부 우회선 중 경춘선에서 경부선 까지를 연결하는 선로 계획이 춘천~속초선의 물류기능과 함께 검토가 되어야만 할겁니다.
사업 자체가 언제 될지도 모르겠고, 남북관계가 종종 수년 단위로 부침하는지라 예산투입의 확신이 서기도 어려운 조건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좀 더 구체성을 가진 선형 계획과 운영 구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