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시즌이 되다보니 이런저런 기사들이 좀 많이 나옵니다. 멍청한 소리도 있고, 그럴싸한 소리도 있는데 이쪽은 좀 볼만한 기사라 생각이 됩니다. 자료 자체는 재작년에 발주가 나갔던 PSO벽지노선 선정기준 및 운영방안 연구를 기초로 국토부 등의 검토과정에 근거를 한걸로 보입니다. 발주 나갈때는 좀 방향이 칼치는 쪽이었던 눈치였는데 정권교체가 들어가고 하면서 좀 방향전환이 있던 걸로 보입니다.
개편 기준에서 예타 등에서 쓰는 낙후도지표 같은걸 활용해서 여건이 나쁜 곳의 철도에 공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이에 따라 대구선과 동해남부선, 장래 경전선 등을 제외시키고, 태백선, 영동선, 경북선은 유지하면서, 경원선 CDC구간, 중앙선 원주 이남, 장항선 신창 이남을 새로 포함시키는 형태로 했습니다. 연구 검토에서는 비전화 구간에 대한 보상체계 같은것도 검토를 했지만 이걸 넣자니 대도시 노선이 들어가는 불합리가 좀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일단은 반영하지 않은 듯 합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전철화 개량 투자의 타당성이 안나오는 곳은 대개 낙후지역이다 보니 어째 다들 들어가게 된 모양새입니다.
연구보고서에서는 추가적으로 노선의 셔틀화를 태백선, 영동선, 경북선에 대해서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태백선이나 영동선은 수요이탈이 크고 운영비 절감 효과는 오히려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셔틀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났지만, 경북선의 경우는 영주~동대구 간으로 구간을 줄이되 배차를 현행 3왕복에서 4~5왕복으로 늘리는게 수요증가로 편익이 늘어날거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대신 편성장은 단축이 되는 구조가 됩니다. 김천 단축이 사실 셔틀화의 본질을 제대로 찌르는 방향이지만, 제대로 된 회차거점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 비용증가가 많아져서 동대구까지 연장운행을 전제로 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검토의 기준이 발주시점에 맞춰져 있다 보니 여건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습니다. 셔틀화의 경우 결국 고속, 고빈도의 교통이 도입되는 거점역까지 들어가는게 중요한데, 사실 태백, 영동선은 이런 구조가 아직 성립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강릉선KTX 덕에 역으로 동해~강릉을 잘라내는 방향의 검토를 지금시점에서 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단, 검토된 내용 대로 태백선은 몰라도 영동선은 이미 연선이 깡통이 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배차증강으로 얻을 수요확장 여지가 없는지라 지금같은 대구, 부산으로부터의 장거리 열차로 커버를 치는게 차라리 나은 상황이기는 합니다.
그 외에 정책에 반영은 못시켰지만, 연구자의 제언에서 단순히 벽지노선이라는 지리적 여건에 집중하기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의 운영보전을 제공하는게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는데, 상당히 공감이 되는 사안이지만 이건 법률 개정이 부수되어야 하는 지라 제언으로 끝난게 아쉽습니다. 대충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의 제2항에 담긴 "벽지의 노선 또는 역"이라는 표현이 발목을 잡는거라, 이 부분을 좀 다르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낙후지역의 생활여건 개선 또는 균형발전의 지원을 위한 철도 서비스의 제공"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용어가 들어갔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덤으로 비전화 구간 같은 노후 설비로 인한 불경제 보전 문제도 같이 좀 다뤄줄 필요도 좀 있을거고 말입니다. 국가정책이 결국 이 문제를 터지하는 키워드지만, 일단 현행 제도는 이 국가정책은 코렁한 특수목적사업 아니면 각종 공공할인제도 정도에 국한되고 있다시피 하고, 다른 나라라면 다룰만한 재해지원 수송이나 군용수송, 정부물자 수송같은 사안조차 다루지 않고 있다시피 하니.
사실 프랑스같은 경우 근래 국경지대 산간벽지에서 파리를 연결하는 야간침대열차편에 대해서 공적 보조를 계속 제공하는 결정을 내린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준이라면 현행에서는 좀 포괄적으로 인정을 하고 있으니 대충 넘어가지지만, 이걸 이전의 정부 기조대로 벽지노선으로 지정된 곳과 서비스를 좁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런 철도 서비스가 지역 진흥이나 주민 편의에 기여하는 바가 로컬편에 비할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적 서비스에서 배제되어 멸망하게 되는 역설이 벌어지게 될겁니다. 앞서 말한 틸팅열차같은 경우도 공적 보조를 일부 제공해서 서비스를 투입한다면 지역 기여도는 비할바가 없겠지만, 비싸고 제한된 서비스라는 이유로 배제한다면 오히려 지역진흥을 제한하는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되어버릴겁니다. 따라서 어느정도 법률상 대상의 포괄성을 열어주고, 동시에 정부나 운영사 등의 결정 재량도 충실히 주어져야 할거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광역교통청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와 비슷하게 연선별 지역협의체같은걸 구성해서 서비스 요구를 어느정도 체계화하고 정부 예산과 지역 예산을 버무릴 수 있는 교섭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정책의제로 넣어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경우에는 법률상 근거도 좀 필요할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뭐 이전에 카더라로 들었던 지역 협의가 제대로 안되자 지자체장이 영향력을 발휘해서 안건을 배후에서 틀어막아서 개정계획을 대여섯번씩 반려시켰다는 케이스 같은 "뒷공론"을 어느정도 공식화 해서 보이게 만들 필요는 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