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숙원사업중 하나가 도심철도시설을 이설하는 거였고 이번에 그 첫단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내 가용부지가 줄어들어서 철도용지를 건드는 거야 뭐 시대적 흐름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지만, 저걸 하면서 중요한 노선 하나를 걷어내겠다고 나오는 점에서는 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할겁니다. 내용적으로 정말 저대로 가면 공사중에 이미 열차편이나 배차가 개판이 나고, 아마 공사 끝나고 나면 부산역은 역세가 반토막 이하가 될거고, 지하철은 과부하가 걸려서 수익은 나더라도 이용객 불만은 굉장히 악화가 될 것이며, 그제와서 이걸 대응한다고 경전철 따위나 들고오다 지지부진하는 그런 꼬라지가 될겁니다.
경부선 도심구간을 철거하는 거야 일반열차 배차가 하루 20왕복, 많으면 24왕복 정도 올라가는 정도니 이정도는 가야, 부전선을 경유해서 부전역에 꼴아박아도 문제가 없을거라 본거고, 기존선 KTX따위야 가야선 경유로 기존 회송선 40~50회 정도 용량먹는데 끼워넣어도 될거라 본걸겁니다. 부산진이 없어지면 하루 30회 가까운 화물운행 중에서 동해남부선에서 가야경유로 가는 화물 정도를 빼면 거의 없어질거라 예상한걸로 보이고. 이정도 숫자에서만 보면야 사실 현재기준으로 선로가 좀 과잉이라고 할 여지는 있기는 합니다.
문제는 향후에도 이게 계속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두가지를 좀 걱정을 해야하는데, 하나는 경부선 일반열차가 계속 그모양일 수 있냐라는 점입니다. 도시가 팽창하고 연선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수요는 늘어날거고, 부산시 희망처럼 부산역 주변이 CBD가 되어서 주야간 인구밀도 격차가 120~140정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되면 지하철 1호선 한가닥으로 모든 트래픽을 받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에 부전에다 일반열차 전부를 밀어넣는다는 이야기는 다시말하면 부전~부산간의 이동객을 그만큼 추가로 유발시킨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고밀도 개발을 밀어붙인 지역에 이런 수요를 더 밀어넣는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가축수송을 방조하겠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마 이대로 가다가 그때 가서 미어터지면 새로 노선을 개발하겠다 해도 있던 선로 다 말아쳐먹고 나서 쌩돈 수조원을 들여서 일을 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 이런 병신짓을 할라걸랑 지방세 100%로 하던가 아니면 그 노선 이익보는 지주들 재산을 털어서 하던가 할 일이겠습니다.
그리고, 저 가야역 플랜에서 이해가 안되는건 저대로 가면 기껏 화물까지 운행가능한 인프라를 버리고 조차장 남북에 평면교차가 발생하도록 하던가, 아니면 매우 선형이 불량한 인프라를 깔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됩니다. 뭐 조차장을 죽여서 땅을 뺏겠다는 사심이 있다면 아주 훌륭하게 반영을 했다 할겁니다마는, 부산, 울산, 경남 세 지역에서 제대로 된 조차장을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일대 철도화물수송을 다 죽이겠다는 이야기랑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정말 뭔 생각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짓이랄까.
부전역 개량계획은 더 기가차는 그림을 그려서 왔는데, 정말 당장의 요건도, 향후의 요건도 다 못맞추는 허접한 구상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단 기껏 400m의 장을 확보한 승강장을 다 깎아쳐서 220m남짓의 승강장으로 줄이겠다는 이야기에는 정말 이런 미친 구상을 들고온 자가 누군가 궁금해집니다. 홈 숫자도 늘리지 못한데다, 동해선 방향으로는 쓸데없이 배선을 복잡하게 끼워넣어서 뭐 동해선만 시종착시키고 경부선은 부전종착도 필요없어서 다 창원으로 밀어주고 싶으신 모양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경부선 하루 24회에 임시 몇편 정도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시간분산에 따라서 1면2선+조차시설 약간으로 해결할 여지는 있습니다. 이건 그런다 치는데, 여기에 경전선과 동해선 열차편들이 들어오는걸 생각하면 현재의 3면 6선은 상당히 빡빡한 배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전선의 경우 기존의 삼랑진 경유편은 실질적으로 폐지하기 어려운 노선이라 봐야하고, 현 배선에 부전-마산선 열차가 추가 유입되는 걸 감안하면 시종착을 부전에 집중시킬 경우엔 확실히 모자라기 때문에 간선축에서 동해선-부마선 직결은 필수적이라 할겁니다. 적어도 동해선 쪽은 몰라도 부마선 열차는 전부가 해운대를 경유해서 남창이나 태화강까지 가야 할거라 봅니다. 이걸 제대로 하려면 지금처럼 난잡한 배선이 아니라 경부선/기존경전선 축은 직결을 포기하고 최대한 부전역 내에서 시종착을 해결하는 구조로 가고, 제한적으로 직결운행을 하는 배선이 되어야 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배선을 조정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될겁니다.
가야기지 자체를 뺄게 아니라면 경전선 및 경부선 열차의 주된 차량기지는 가야기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경부선 차를 덕하까지 보내는 미친짓을 하면 차량회전이 개판나버리니 이건 될 수 없는 이야기라 천상 가야 입출고를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경우 부마선과 경부선, 그리고 경부선 회송이 모두 부전선에 몰빵이 됩니다. 이걸 해소하려면 최소 단선으로 된 기지입출고선을 가야-부전간에 설정해야만 할겁니다. 하지만 그런걸 신경쓴 기색은 단 한군데도 안보입니다. 이건 그야말로 그럴싸하게 잘 꾸며놓은 밴달리즘 그자체랄까.
뭐 모든걸 다 집어버리고, 열차들이 다 박살이 나건 말건 내 알바 아니라 쳐도 될겁니다. 엿먹는건 부산사람들이지 다른 동네 사람들이 아니니까. 다만, 이 계획에서 전혀 안다루는 한가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부전~부산 간에 동해남부선 단선은 반드시 다른 회송선과 선로공용을 하지않는 별개의 복선을 확보해야 할겁니다. 경부선 시내구간을 없애게 되면 범일~부산간에 회송선을 구 경부선을 쓰도록 해서 복선 부지 이상을 확보할 수 있고, 유일한 병목은 부전~범일간의 부지제약으로 인한 단선이 남게됩니다. 여기는 선로변의 불량건축물들을 개발용지와 대토를 하든 대체이주를 시키든 해서 해소하고 반드시 복선을 확보해서 전동차를 우겨넣든 동해선 초장거리 열차편을 부산까지 밀어넣든 여객취급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뭐 이미 지주들의 탐욕과 일체화된 부산시가 이걸 할거 같지 않으니 기대는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