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철도연결을 하면 북한에 선로 사용료를 마구 퍼줘야 한다는 주장이 유포되는 모양인데, 주의주장이야 누구나 한다지만 선로사용료라는 단어 하나가 매우 거슬린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가 문제는 상대도 실비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나올 수 밖에 없지만, 왜 하필 선로사용료 드립을 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달까.
선로사용료, 영어로 쓰면 Track Access Charge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철도사업자가 시설관리자에게 선로의 사용권을 획득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한국 철도화물 실무에서도 선로사용료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건 엄밀히는 화차 체화로 인한 선로점용료, 흔히 말하는 체화료(Demurrage)에 해당하는 거라 논외로 두도록 하는게 맞을겁니다. 선로사용료라는 개념은 시설과 운영을 이원적으로 다루는 경우, 즉 시설과 운영의 분리가 이루어진 상하분리형 체제에서나 이야기가 될 수 있을겁니다. 물론, 상하일체형 철도시스템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업자로부터 열차가 유입, 반출되는 경우엔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이경우에는 선로사용료라고 하기에는 조금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지라 이건 좀 별개로 보는게 맞을겁니다.
선로사용료라는 개념은 단순히 선로를 이용해 열차가 다닌다는 의미로만 봐서는 안됩니다. 선로사용료를 내는 경우라면 말 그대로 그 구간의 영업일체를 직접 실시한다는 개념으로 봐야하고, 이건 단순히 통과만이 아니라 도중 역에 정차를 해서 여객과 화물의 취급을 한다는 이야기고, 더 나아가서 그 구간을 직결하는 이용객 외에 그 구간 내에서 발생하는 이용객, 비유하자면 국제선의 국내선 영업(이른바 카보티지)을 열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선로사용료는 사실상의 임대료 내지는 영업료라고 할겁니다. 여담이지만, 대개 선로사용료는 해당 노선의 사업성을 근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상 흑자선이라야 영업이익 연동이나 자본비용 연동으로 가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유지보수비 같은 경상경비 연동으로 잡는게 보통입니다. 이 점은 우리나 다른 나라나 크게 다를 건 없습니다.
남북철도연결 사업에서는 철도를 어떻게 연계하느냐에 다라서 이게 생길수도 아닐수도 있는데, 북한에 자체적인 철도 운영자가 이미 잇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선로사용료를 내고 북한 내 영업을 할 이유는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위 그림에 제시한 것 처럼, 국제선의 연계방식은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양태중 선로사용료를 내는 경우는 5의 경우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나머지의 경우는 모두 어느 한쪽에 비용을 부담을 할 수 밖에 없지만, 통상적으로 선로사용료라기 보다는 견인료나 운전료, 또는 취급수수료 형식의 요금을 부과하게 될거고, 그 산술방식도 선로사용료와는 전혀 다른 논리에서 돌아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 비용정산 체계 문제는 상당히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매우 다양해지기 때문에 일률로 말하기는 사실 꽤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선로사용계약 같은 국내의 계약 양식과는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건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의 동력차가 북한 구간을 운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우리나라의 기관사가 북한 구간에서 운전을 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즉, 우리가 아무리 강력한 의지가 있어도 북한측 관할 철도에서 영업을 영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선로사용료 같은 영업료 계약을 할 일은 없다 해야할겁니다.
유럽의 국제열차를 보면 정작 열차 견인기와 기관사의 국적, 연결된 객화차의 소유자, 차내에 승무하는 승무원, 운행하는 구간의 선로 소유자가 전부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심한 경우 1개의 견인기에 붙은 객차의 국적이 2~3개 국가로 다지화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발생을 합니다. 승무원들도 2~3개 국가 승무원이 합동 근무를 하는 경우도 나오기도 합니다. 상하분리에 철도 영업의 자유화가 극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가능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물론 덕분에 주요역 마다 연결 열차를 바꾸느라 복잡한 입환이 따라붙고 고장이나 불통시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져서 누구도 대규모지연의 책임을 지지 않는 엽기적인 일도 벌어진다고 하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누가 뭘 해야하고 어떻게 운영하며, 그 비용부담은 누가 하는지에 대해서 잘 체계가 확립되어 있는 편이라서 저런 운행을 지속할 수 있다 할겁니다.
철도공동체 이야기가 나온바 있지만, 이 이야기의 무게감이란게 생각보다 엄청난 일이고, 장래적으로는 우리가 변하기 싫어도 억지로 변화를 추종해 가야만 하는 어려움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거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에 퍼주기 논란이나 끌고오는건 솔직한 감상으로 매우 게으른 주장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