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식 조차장의 몇 안되는 예시로 언급되던(아마 일본국철 등지의 교재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돌고 돌아 온거겠지만) 뉘른베르크 조차장 관련해 찾다보니 나온 독일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연방철도 부내용 내지는 교육용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영상인데 독일어에 자막도 없는지라 여러모로 내용을 충분히 알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과거의 조차장 자동화의 개념을 좀 볼 수 있는 영상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부분은 재래식의 조차장 운영을, 뒷부분은 어떻게 개량을 해서 어떻게 자동설비를 넣어 고도화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90년대 후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기관차 자동화나 무선통신 활용, 정보화 설비 같은게 더 들어가면 조차장 자동화가 어떤 얼개로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조차장은 험프식 조차장과 달리, 최초의 가속 구배 이후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는 구조라서 분류선에서 차량의 최종 조성 방식이 다른 조차장들과 좀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이건 좀 지엽적인 부분이라 논외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른바 야드 자동화는 두 개의 흐름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험프에서 굴려내리는 화차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 화차의 차호와 행선을 정확하게 구분, 분별처리하여 알맞은 조성을 맞추는가입니다. 위 영상에서도 이 두 흐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화에서 기계적 요소인 전자에 집중을 하지만, 실제로 조차장 운영의 묘는 후자 쪽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화차, 일종의 돌방으로 흔히 험프 전송이라 부르는 이 취급 방식은 화차 자체를 굴려보내는 방식이다 보니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조차장에서는 험프에서 굴러내리는 화차는 헴슈(hemmschuh)라 불리는, 제동화를 레일에 두어 차를 잡아세우지만 과거 일본국철에서는 사람이 뛰어타서 직접 수제동기를 조작하는 그야말로 위험업무의 극을 달리는 방식을 썼습니다. 통상적으로는 험프에서 굴려 가속한 다음 리타더(retarder)라 불리는 차륜을 양쪽에서 눌러 세우는 레일측 브레이크로 일정수준까지 속도를 줄이고 최종적으로 사람이나 제동화를 써서 소정 위치에 차를 세우는 방식이 기본이 됩니다. 제륜화는 사람이 설치하고, 레일에 노치를 두어서 자동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위 영상의 기존 취급방식에 묘사가 됩니다.
험프 방식에서 화차 제어를 자동화하는데에는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속도를 계측하고, 차중, 형식, 풍향, 습도 같은 조건에 맞춰서 리타더를 제어하는 데서 시작을 합니다. 과거에는 리타더의 조작은 조차장의 관제탑에 있는 조작원이 감으로 하는 식이었는데, 이걸 자동화하는게 1차적인 부분이라 할겁니다. 기관차와 관제탑의 합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보니, 이후 무선 자동제어 방식을 여기에도 적용을 하게 됩니다. 이후 분류선으로 굴러가면서 각 분류선 초입에 있는 리타더로 2차 제동을 통해 안전 속도까지 낮추고, 각 분류선에서 타력으로 서서히 멈추는 방식을 쓰게 됩니다. 위의 뉘른베르크에서는 2차 제동의 수단으로 수동식의 리타더를 쓰는데 이쪽이 좀 소수파에 가깝습니다.
분류선 내에 멈춰선 화차들은 정확하게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 가망이 높은데, 일단 분류작업이 일차로 끝난 다음에 반대쪽에서 기관차가 밀어서 열차를 연결시키고 인출해 조성을 하는게 보통의 방식입니다. 다만, 위의 뉘른베르크는 화차가 굴러내리기 때문에 가동식의 차막이가 화차를 잡아주고 그 뒤에 구배에 의해 굴러내려오는 차들이 차곡차곡 연결위치에 오게되는 구조로 운영이 됩니다. 평탄선 구간에서라면 돌방입환에서 처럼 화차끼리 직접 굴러서 붙이는 식이 되고, 이게 충격으로 굴러나가지 않도로 레일 쪽에 제동화를 설치하는 방식을 씁니다. 과거 자동화에서는 동력차 소요와 인공수를 줄이기 위해서 선로별로 화차이송장치를 두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보인느 편은 아닙니다.
이런 기계적 부분의 자동화 외에 중요한건 차호와 행선을 인식, 분류하는 정보통신 부문의 고도화 또한 중요한데, 사실 이건 지금에 와서는 다들 당연히 쓰는 요소라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할겁니다. 과거 방식에서는 도착선에 입선한 각 차에 붙은 화차 차표와 차량의 차호를 전부 확인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사무직원이 확인 정리한 다음 행선별로 어떻게 분별할 지를 정하여 기관사, 조차수 등에 공유하여 작업오더를 만들어 처리하는 식이 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정보가 전부 전산화 되어있는게 보통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잘 와닿지는 않는데, 이 정보에 연동하여 기계제어 쪽, 즉 분기기 취급과 험프 운전을 연동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은지라 위의 영상에서는 이 부분은 구현이 되어 있지 않은게 보입니다.
야드 자동화 자체는 유럽에서는 여전히 유용하고 고도화가 더 진행되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시큰둥하고, 특히 일본은 70년대 말 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던 야드 자동화 시스템이 10년도 안되어서 전부 포기되어버린,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이런 조차장에서 분류작업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 이유는 소규모 차급 화물을 집결해 전국 각지로 보내는 이른바 집결수송 방식을 화물에서 널리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1개 편성을 전부 취급하지 못해서 1회 발송량이 3~4량 수준에 머무르는 발송자나 수령자가 널려있는 상황에서는 이 방식을 안쓰기가 어렵다 할겁니다. 하지만, 이런 화물 시스템이 비싸게 굴러감에도 여전히 현역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 일본은 이런 화주들을 대부분 버리거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해버리게 됩니다.
이점에서 컨테이너 시스템의 장점이 나오게 되는데, 전용선의 유무에 관계 없이 도로망을 경유해서 집화와 배송을 하고, 간선 수송 만을 철도가 전담하면서 대규모 조차장은 어디까지나 화차의 유치 보관 정도에만 쓰게 됩니다. 1개 열차를 전부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1개 열차에 행선을 2~3개 정도로 제한해 보내고, 도중에 중계입환을 소요하더라도 조차장식의 대규모 분류작업을 소요하지 않게 조치를 하니 큰 문제 없이 수송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컨테이너화는 미진하지만, 대신 소규모 화주들이 상당히 정리된데다, 네트워크 자체가 그리 방대하지 않아서 합리화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었다 하겠습니다.
향후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이런 재래식의 집결수송과 조차장이 부활할 수 있을것인가는 아직 미지수기는 합니다. 다만, 현행의 네트워크를 아득히 뛰어넘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연결이 되고, 또 아직까지 철도 수송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들어오게 되니 어느정도 소요는 있을거라 생각은 되지만, 다만 이게 국내에서 소요가 될런지는 불명확합니다. 다만, 저런 자동화 기술들의 요소와 컨셉을 국내에서도 적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안전도를 향상하려는 노력은 좀 필요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런 야드 자동화 보다는 화물 취급역, 특히 대규모 화물 취급역의 처리방식 개선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루 수천량을 이상 처리하는 화물처리역에서 자잘한 사고가 빈발하는데에는 처리능력이 불충분하니 작업원이 서둘러야 해서 불완전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게 사람잡는 안전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것인지라 이런 부분에서의 고도화가 생산성과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