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나발을 불며 시작했던 사업이 정말로 건설단계에 들어서니 이젠 겁이 덜컥 난게 아닌가 싶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 같습니다. 사실 가장 크리티컬한건 돈 문제고 사실 이 보고서가 가장 하고싶은 이야기도 분담금 문제에 들어가 있는 거 같기는 합니다만.
사실 싸고 빠른 철도라는 건 유니콘일 수 밖에 없습니다. GTX의 투입재정 규모는 건설비만 3조 2천억원에 달합니다. 전액이 공적비용으로 건설이 된다면야 운임수준을 낮출수 있겠지만, 일반철도처럼 화물이나 지역균형 개선, 안전확보라는 요소가 없이 신규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까운 고속 통근선을 그렇게 재정을 꼴아박는 것도 납득시키기 어려운데다, 수도권 노선인 만큼 수익자 부담을 안시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운임에서 건설비를 어느정도 조달하는 재정조치는 하는게 타당할겁니다. 여기에 기존 광역철도 서비스를 공동화시킬게 아니고, GTX의 수송력 공급량을 감안하면 요금수준을 어느정도 끌어올려서 수요를 조절하는 작업은 없어서는 안될겁니다. 이 미묘한 간극을 어떻게 잡느냐가 고민이기는 할겁니다만서도.
접근성 문제는 아주 예전부터 지적되어 온 이야기이고, 실제 공항철도 서울역을 이용해 봤다면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할 이야기인데 이제와서 새삼 깨달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게으른건지 모른척한건지 궁금해집니다. 여기에 환승이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상황인건 당연한 귀결이라 할거고, 이 환승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막연이 버스면 된다 정도로 대충 넘어간걸 한번정도는 걸고 넘어진 택입니다. 고속 엘리베이터 샤프트를 대량 공급해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신안산선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말해서 역에서 시간당 수천명이 이용하는 곳을 그렇게 만들어봤자 동선만 난잡해지고 별 효과는 없을거라 봅니다. 엘리베이터 첫타를 타냐 마냐가 환승시간을 극적으로 뒤바뀌게 되는데, 덕분에 이용매너만 나빠질 뿐 실제로 시간단축 효과는 없을게 뻔하달까.
선로혼용 문제는 GTX-C에서 들고온 과천선 공용을 저격한거 같은데, 사실 쓸데없이 대심도지하를 고집하는 거 보다는 낫기는 합니다만, 전철노선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는 건 실패가 확정된 루트라 할 수 있을겁니다. 차라리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예 신규노선 중 시내접근성이 확보되지 못한 노선과 공용을 찾아보거나, 노선 자체를 저심도화 내지 지상화하는 걸 알아보는게 나을겁니다. 특히 GTX-A 대곡 이서 구간이라면 충분히 저심도로 건설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니 공사비 절감 이전에 저심도화를 알아보는게 수요를 최대한 긁어낼 수 있을겁니다. 뭐 토목건설만 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볼 사람들이 계획을 하니 아마 안되겠지만.
버스 연계 대책을 만들라고 주문하는건 솔직히 말해서 아무런 대책마련이 불가능하니 들고오는 이야기라 할겁니다. 판교 같은데 만들어진 지하 환승시설 같은건 그만큼 운영비와 건설비가 깨지는 시설물이고, 지하주차장 또한 그런 돈이 들어가는 시설물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설물도 최종적인 억세스에는 그만한 시간이 깨지고, 충분한 규모를 갖추겠다고 사업을 키우면 그만큼 동선이 커지고 체류시간이 증가할 뿐입니다. 뭐 그거마저도 안하면야 더 망하는 사업이 될테니까 방법이 없긴 하겠습니다마는.
재래식의 광역 철도나 없앴다 살리는 트램이 그냥 각광을 받는게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가진 육신의 제약과 한계를 인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시설을 짜기 때문에, 그리고 그게 총체적인 비용구조에서 효율이 있기 때문이라 할겁니다. GTX가 무용지물이 될거같지는 않고 현재의 무궁화/새마을과 같은 특급 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동작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사회기반시설이 되기는 할겁니다마는, 그게 마치 이제껏 없었던 지하철의 상위호환 처럼 접근이 된다면 그나마의 가능성도 다 말아먹게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