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의 홍보물입니다. 원격제어 방식에 의한 기관차 운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주요 기능이 뭔지를 잘 보여주는 편입니다.
원격제어 입환이 근래 언론에 보도가 나온바 있습니다. 재작년 정도에도 도입 검토가 있었다가 다시 묻혔던 사안인데, 접근 방향을 안전에 초점을 맞춰서 나오는 걸로 보입니다. 다만, 너무 희망적인 이야기로만 이야기가 되고 있는 감은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좀 후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원격제어에 의한 기관차 운전은 미국의 화물철도들에서 1980년대 이래 보급되기 시작해서 어느정도 제도화가 된 방식입니다. RCL(Remote Control Locomotive)라 불리는데, 사실 미국만 한게 아니라 독일에서도 조금 류는 다르지만 적용되고 있긴 합니다. 영상에 보이듯이 중국도 일부 사용하는 걸로 보이고. 상당 기간동안 검증이 된 사안인 만큼, 적어도 기술적인 안정성 자체는 인정되고 있고, 또한 미국의 장대화물열차의 중간 보기 제어에도 이와 비슷한 기반 기술이 적용되어서 열차의 장대화와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긴 합니다.
뭐 시스템 자체는 보이는 바 그대로 기관사의 승무 없이, 수송원 내지 유도원이 지상에서 리모트 컨트롤러를 써서 기관차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입환을 실시합니다. 독일에서는 현장제어가 아닌, 조차장의 관제실에서 조작을 실시하는 방식인데, 미국은 휴대용 컨트롤러를 쓰는게 좀 다르다면 다르긴 합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으로 기관사와 수송원 간에 무전이나 깃발/랜턴에 의존한 전호의 불완전성을 해소하여 수송원의 시야와 제어 하에 운전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실패, 예를 들어 무전이 끊어진다거나, 신호를 잘못 이해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줄일 수 있어, 안전면에서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사실 이 시스템의 궁극의 목표지만, 기관사 승무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효과를 가지는 점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도 전자를 강조하지만, 실제 목표는 후자였다고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다만, 차에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고, 그래서 상당한 논란과 갈등이 있엇던 탓에 적용에는 많은 제한이 따라붙은 편입니다. FRA같은 규제기구의 공식적인 규제들이 일단 깔려 있겠지만, 실무적으로 보이는 여러 제한은, 일단 속도제한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서 10~15km/h이상의 운전이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제어권도 기관차의 거의 모든 기능, 기관차의 단독제동변 외에 관통제동이 모두 사용가능해야 하고, 헤드라이트나 경적, 경종 등의 기능을 모두 제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비되어야 하며, 리모콘은 아예 몸에서 뗄 수 없게 고정해 두고 일정각도 이상 기울어지면 자동으로 비상 브레이크가 동작해야 한다거나, IR센서를 부착해서 기관차가 리모콘의 시야에서 떨어지면 비상 브레이크가 동작해야 한다거나 하는 제한들이 붙어있습니다. 또한, 원격제어차는 본선열차에 사용할 수 없다거나, 반드시 경광등을 설치해서 원격제어 중엔 경광등이 동작해야 한다거나, 원격제어 입환이 이루어지는 구간에는 경고문과 출입제한이 따라야 한다거나 하는 제약들도 따릅니다. 들은 말로는 건널목 등이 있는 구간에서는 쓸 수 없다거나, 심지어 최대연결량수를 10량 이하로 제한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규제 이외에 지자체의 조례나 노사협의 등에 따른 규제도 상당히 따르는 눈치입니다.
사실, 이 시스템은 용도에 맞춰서 도입과 운영을 한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시스템이기는 합니다. 일단 기관차가 상주하는 조차장 내지 이에 상응하는 시설에서는 전용의 기관차를 할당할 수 있으니, 여기에 원격제어 기관차를 전담 배치하는 식이 되면 합리성을 갖출 수 있을겁니다. 조차장의 특성상 입환용 기관차는 상주해야 하지만, 실제 차량의 실동 자체는 단조롭고 대기시간이 길어서 기관사의 실제 근무 구성면에서는 여러모로 제한이 많습니다. 또 빈번한 입환작업이 따르는 경우, 예를 들어 험프 조차장에서 험프선에 차를 밀어올리거나, 분별선에서 재조성 작업을 한다거나 할 경우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될 가능성이 늘 따르기 때문에 제어권을 가장 일선에 두거나, 신호기 등과 총괄해서 취급하는 위치에 둔다면 사고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적하 작업을 할 경우에도 소정의 작업위치에 화차를 배치하고 빈번히 움직일 일이 따르는데, 이 경우에도 안전사고를 피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데 도움이 되긴 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소규모 시설들, 흔히 말하는 로드 스위처라 불리는 단거리 열차 운영에 의존해서 선구 내를 이동하면서 입환을 하는 경우나 아예 루프선 등을 써서 대량의 화차를 취급하는 대규모 시설이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할겁니다. 전자의 경우는 원격제어 기관차는 본선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제한이 따르니 별도의 입환전용 기관차를 배치해야 하는 낭비가 생기고, 이게 안되는 경우에는 철도수송을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또, 대규모 시설이라면 기관차의 구내 운전속도나 연결량수 또한 중요한데, 이 경우엔 또 10km/h 수준의 속도제한을 받고 운용거리의 제약이 따르는 원격제어 방식은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또, 한국처럼 각 조차시설의 규모가 충분치 못하고, 차량이나 시설, 인원의 작업공간에 여유가 없이 빡빡한 구내 환경에서는 정밀하면서도 빠른 운전이 요구되는지라 미국처럼 널널하다 못해 차로 구내를 곳곳을 이동해 다니는 환경의 입환방식이 어울리는지도 고민이 필요할겁니다. 실제 미국처럼 입환을 위해서 기관차를 여러대 배치하고 굴리거나, B유닛 처럼 아예 운전실이 없거나, 슬러그 처럼 심지어 모터와 무게추만 실린 중련운전 전용으로 쓰는 기관차도 쓰는 동네와, 기관차 정수가 모자라서 돌려막기나 노후차 재생까지 하는 동네의 개념은 상당히 다를 수 밖에 없는지라.
그리고, 이게 또 광범위하게 보급되다 보니 의외로 사고율 면에서는 전통적인 유인 입환기보다 딱히 낫지 않다더라 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방철도관리국(FRA)의 2006년 보고서에 나온 데이터인데, 사고건수 면에서는 작아보이지만, 실제 인적오류에 기인한 사고율을 보면 유인 운전에 비해서 더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철도운영 환경은 상당히 거친 부분이 있어서, 한국에서는 금지되어 있는 돌방입환도 흔히 이루어지고, 시설 보안도 은근히 허술한데다, 신호보안설비 수준이 낮은 편이고, 덕분에 막을 수 있던 사고도 방치되는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격제어 운전에 여러 제약이 붙음에도 불구하고, 조작자의 불완전한 취급으로 나는 사고가 은근히 많다는 이야기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