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노선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노선 일군을 말합니다. 다만 노선 내역은 변경이 좀 있는 편인데, KTX가 투입되는 경전선 동부구간이 빠지거나, 충북선이 추가되거나 하는 변화가 좀 있는 편입니다. 좀 재미있는 점은 지선 일체를 포함해서 주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화물만 다니는 광양제철선이나 괴동선, 온산선, 울산항선 같은 노선도 이 수혜를 본다는 점입니다. 뭐 이건 계약의 편의적인 부분이나, 또 화물선의 취약한 경영상태를 감안하면야 좀 불합리해도 어쩔수 없는 감은 있긴 합니다마는.
벽지노선은 사실 일률로 말하기에는 시설의 수준이나 운영 양태가 정말 극과 극인데, 태백, 영동, 충북 이 3개 노선은 정말 화물때문에 여객이 치여서 살지만, 시설적으로는 선형이 좀 낡았다 뿐이지 전철화가 되어 있고 궤도 강화나 개선도 꾸준히 이루어지는 구간들입니다. 반면, 경전선 서부구간, 경북선같은 경우는 비전화구간에 재래식 설비가 그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고, 화물의 필요도 별로 없다시피 한 노선들이 되어 있습니다. 동해남부선이나 대구선도 이와 비슷하지만 여긴 열심히 복선전철화로 고규격화가 추진되니 좀 논외로 두지만, 역시 비슷한 방치노선들이라 할거고.
그래서 사실 노선에 따라서 지향이 좀 달라질 필요는 있긴 합니다. 사실 한국철도가 일원화된 운영체계 하에서 차량 등을 일원 사용해 오는게 경영개선 등을 위해서 너무 강조되다 보니, 지방노선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역으로 굉장히 나빠진 그런 면이 있습니다. 이번 보도에서도 언급된 꼭지 중 경량운송차량 개발이 여기에 좀 닿는 부분일겁니다. 현재 비전화 구간을 위해서 1열차 3량 정도의 객차와 3천마력짜리 디젤기관차를 따로 빼서 굴리고,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는건 여러모로 불합리한 감이 있습니다. 과거 영동/태백선의 2량짜리 꼬마열차나 전철구간을 달리는 광주선 셔틀의 3량짜리 디젤동차가 이런 애매함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 할겁니다.
적어도 100명 정도의 착석 정원, 필요하다면 2~30명 정도는 입석으로 태울 수 있으며, 정선선 등의 급구배구간에도 다닐 수 있는 철도차량이 저비용 경량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지는 좀 애매는 합니다. 또 경량화해서 만들었더니 너무 비싸지거나, 또는 너무 염가로 만들려고 발버둥치다가 버스만도 못한 차량이 나오는 우를 범할 가능성도 크고 말입니다.CDC/RDC베이스 차량은 원설계가 낡기도 낡았고, 성능면에서도 급구배에는 취약한 것도 있으니 좀 더 쓰기좋은 차량을 만들 필요는 있을겁니다. 이점에서는 개인적으로 트램 차량 설계를 유용해서 최고속도 90~100km/h정도의 전기식 디젤동차나 하이브리드 차량같은걸 개발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주행성능면에서는 아쉬움이 있긴 해서 다른 대안도 같이 검토가 되긴 해야할거라 봅니다.
이외에 강조되는 건 관광형 열차들인데, 바다열차나 해랑부터 시작해서, 알파벳 열차들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좀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작동한 정책이고 이걸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열차 노선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할 거고, 일단은 지금 다니는 노선들을 잘 가꾸고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게 중요하다 봅니다. 관광은 희소한 가치를 파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거 킬러아이템 대접을 받던 레일바이크들이 미투가 넘쳐나면서 쇠퇴해 가는 거나, 일회성으로 마련한 관광자원이 노후화되면서 잊혀지는 것들은 이런 희소성을 도외시하고, 또 사후적인 유지와 관리노력이 빈약하기에 생긴다 할겁니다. 경영진이 바뀌었다고, 유력 정치인의 압박이 있다고 노선을 쉽게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은 그야말로 공멸의 길을 걷는 방향이라 할겁니다. 특히나 탑다운식으로 국가사업을 받아먹어 한탕 장사를 하려는 시도가 지자체나 정치에서 종종 나오는데 이걸 별 생각없이 방관하고 따라가게 되면 제대로 직격이 될겁니다.
여기에 좀 더 강조되어야 할건 기존 자원의 적극 활용과, 준고속열차 운행확대에 따른 지역밀착형 교통으로의 자리매김일겁니다. 일단 셔틀형 운행 체계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건 그 대응이고 지방광역철도도 거기에 따라가는 움직임이라 할건데, 여기에 따라서 무궁화호가 다니던 노선들이 광역철도와 연계되도록 개편하는 조정작업이 이제는 따라가야 할 거라 봅니다. 여기에 맞춰서 무궁화에서 광역전철로 형간을 전환하는 걸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한때 이야기가 나오다 지금은 흐지부지된 영동선 강릉-동해간 셔틀이 여기엔 좀 부합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기존 자원의 활용 문제는, 모처럼 도시지역에 있으면서도 비전화 단선으로 방치되는 노선들 건입니다. 교외선이나 진해선, 괴동선, 광양제철선이 이 케이스인데, 물론 재정이 추가로 들어가는 건이 되니 신중 자세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벽지노선용 경량 디젤동차나 아예 무가선 트램 투입으로 도시교통으로 활용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벽지노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 노선이 벽지는 아니긴 하겠지만 낙후시설로 인해서 기 확보된 철도노선을 방치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고빈도 운전까지는 무리라도 지자체나 유관 기업들과 협력으로 하루 7~8회 정도의 빈도 운전이 있다면 납득가능할거라 봅니다.
그리고 고속화 사업이나 화물운송 폐지로 버려지는 노선의 활용을 좀 더 생각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준고속선으로 개량된 노선은 그 지역의 전국망 교통에는 기여하지만, 지역 교통에는 활용도가 떨어지고, 또 관광적 목적으로 이용하는데에는 많은 난점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강촌역의 경우 과거 굽이굽이 쳐서 가던 재래선 시절엔 경춘선의 전 열차가 서고 승하차가 꾸준한 역이었지만, 지금의 전철 강촌역은 사실상 흔한 시골역으로 뒤에서 한손에 꼽힐만큼 이용객이 크게 줄었습니다. 역 하나를 위해 노선을 유지하는 건 좀 넌센스긴 하지만, 그 역이 가지는 지역사회의 기여도나 문화를 감안하면 역 하나 쯤이야로 넘어가는데엔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할겁니다.
그래서 좀 생각해 볼 수 있는 개량 후 폐지예상 노선에는 중앙선 만종~치악, 동해남부선 효문~불국사 및 서경주~경주, 이미 저세상 티켓을 끊었지만 장항화물선이나 서천화력선이 있습니다. 물론 지역에서 안하겠다는걸 밀기는 그렇지만, 동해남부선 해운대 구간처럼 공원화 정도로 날려먹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노선들이라 할겁니다. 노선마다 활용방안을 좀 모색을 해봐야겠지만, 지역사회와 협엽을 전제로 계속해서 열차가 다니는 걸 전제로 한 지역교통으로의 활용이나, 관광노선으로의 활용을 좀 찾아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래적으로 보면, 벽지노선의 지속가능성은 정부재정의 투입에만 의존하는 감이 큽니다. 교외선 같은 경우도 수요가 저미했다고는 하지만, 2004년에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PSO노선에서 제외되면서 그야말로 즉각 폐지가 된 전례가 있고, 지금 정권이 재정지출에 어느정도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밀크 스내쳐 급의 막장 정권이 들어서면 그야말로 회복불가능한 칼부림이 이루어질 가망이 높습니다. 이미 기재부나 국토부의 높으신 분들은 통근전철에 안시달리고 시골 기차와는 연이 없는 일생을 보내신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KTX이외의 철도는 개돼지나 타는 물건으로 보기 시작한거 같던데, 이걸 좀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재정구조의 변화는 있어야 할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