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하기에는 한 2년 정도는 남았지만, 일단 신형차량인 만큼 형식승인 운전 등을 위해서 올해 중에 첫 편성이 들어는 올 모양이고 그러면 조만간 노출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20년전만 하더라도 200km/h규격 재래선은 그야말로 초고규격 철도로 생각되었지만, 이젠 그걸 넘어서 250km/h이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고속선으로 대접받는 열차가 기존선 열차로 투입된다는 점에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할겁니다.
현재 차량 구비는 여러모로 전환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슬슬 한계점에 부딛히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겁니다. 180km/h급 차량 도입은 10년전부터 추진되다 과잉스펙이다 뭐다 하면서 주저앉혀져서 경춘선 ITX청춘 정도로 끝났고, 덕분에 기존선용 KTX만이 개량 기존선로 사양을 다 뽑아쓸 수 있는 유일한 차량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도입단가를 생각하면야 180급 차량을 대량도입하는게 적정했는가 고민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적시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질질 끌리게된건 여러모로 실책이라면 실책인 셈입니다.
EMU-250투입이 개시되면 초기엔 잔고장이나 트러블이 제법 나긴 하겠지만, 일단은 철도의 경쟁력이라는 면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확실히 쓸 수 있게 될겁니다. 개량선에서 150운전을 하는 기존 무궁화나 ITX새마을도 장거리 노선에서는 여행시간을 수십분을 단축하는게 개량선이었는데, 거기에 맞는 차량이 투입된다면 표정속도가 단박에 30% 이상 올라갈 수 있게 되고, 현재 표정속도 100km/h정도면 양호한 축에 들던 기존선 속달열차들이 일거에 130~150km/h 수준까지 올라가게 되어서 자동차로는 범접할 수 없고, 병행 항공노선이 있지 않은 한에는 이길 수 없는 경쟁이 될거라 보입니다. 이는 간선수요 위주로 먹고 살던 고속버스 업계로서는 다른 경쟁방향을 찾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고, 또한 자가용 이동 또한 다인승 이용이나 교통오지를 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철도보다 우위를 가지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EMU차량 도입으로 얻는 부수적 이점으로는 엄청나게 미어터지는 시내구간의 지연내성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워낙에 개판으로 우겨넣는 상황인 중앙선이나 경부선 서울시내구간에서 이걸 가지고 추가로 배차를 넣는 건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KTX보다 비교적 중저속에서 2.0km/h/s에 달하는 높은 가속도를 가진 차량이 투입된다면 좀 더 조밀한 열차간격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지연의 확산을 KTX나 기존의 간선열차보다 미세하게 줄일 수 있을겁니다. 물론, 이거에 기대기 보단 전용 선로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이건 가망이 없는 이야기이니 차량쪽에서 할 수 있는 사안은 차량에서 해결을 보는게 맞을겁니다.
반면 EMU-250이 만능의 도구라고 하기엔 제약도 제법 있습니다. 일단 고속화가 되면서 생기는 정차역 간격 제약이 있습니다. KTX의 경우 최고속도 도달시점이 발차 후 360초인데, 이 시점에서 벌써 30km를 주파해버리게 됩니다. 감속은 상용제동 최대치로 약 7km정도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걸 풀로 쓸수는 없고, 그래서 공단측의 역간거리 최적값은 57.1km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됩니다. EMU-250이 좀 더 낮은 최고속도에 높은 가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최고속도 대역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15km정도의 가속거리는 필요하고, 타행 및 제동거리를 감안하면 20~25km정도의 역간거리가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개량선에서는 이정도 역간을 확보하느라 기존선을 전부 날려먹고 지어뒀지만 예외적으로 지어진 구간들이 은근히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서원주-남원주/만종 구간일겁니다. 역간거리는 불과 7~8km에 불과하기 때문에 EMU-250을 각역정차를 시키다가는 차량성능을 낭비하게 되는 모양새가 나오게 됩니다.
물론 선택정차라는 꼼수를 써서 해결할 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선택정차를 남발하다 보면 1역간을 이동하기 위해서 두어차례의 환승이 따라가야 한다거나, 정차역이 오락가락 하다보니 장애 수습을 한다고 임시정차를 남발하게 되어 착오를 일으키는 등 쓰는데도 한계가 있다 할겁니다. 또 강릉선 개통 직전에 잠깐 이야기되다 말았지만, 기존선 개량으로 추진된 이상 기존 이용객의 보호조치로서 각역정차하는 일반열차 확보가 요구될 가능성도 다분합니다. 이 경우엔 EMU-250을 끌어내려서 맞추는 건 여러모로 논리를 복잡하게 하는데다, 투입 목적에도 별로 부합하지 않게 됩니다.
또한, 개량 노선들이 근본적으로 가진 문제지만, 몇몇 주요역을 제외하면 역의 입지가 지극히 불량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릉선의 경우는 그래도 과거 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기존역 개량을 한 강릉과 반쯤 얻어걸린 둔내정도를 빼면 도보로 이용하는 건 불가능한 위치의 역이 입지해 있고, 그나마도 과도한 토공 위에 역을 지어서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만 이용가능한 그런 역들이 많습니다. 열차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했지만, 지방도시에서 버스 배차는 언감생심, 택시 배차도 그야말로 심각한 경우가 많아서 정작 자가용으로부터 전환해 넘어오는 수요를 받아내는데 실패한 경우가 많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철도지만, 문전 접속을 위한 연계교통에는 돈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생기는 이 갭을 해결하지 않으면 철도로의 전환은 그냥 구호에 그치게 될겁니다. EMU-250은 물론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저 말단 교통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는 먹히는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완결성있는 교통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단, 기층부 교통에 대한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거라 보고, 여기에 지역의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