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철 아아지아의 냉방장치는 이른바 "증기냉방장치"라 불리는, 뭔가 말이 안되는거 같은 그런 설비가 들어갑니다. 보통 증기기관차에서 쓰는 과열증기는 300~400도 정도의 고온에, 초고성능기라면 거의 20기압 수준, 통상 쓰는 차들도 10기압 정도는 뽑아내는 고압의 것이어서 이걸 난방에 쓴다는 건 이해가 되도 냉방에 쓴다는건 얼핏 보면 이해가 어렵다 할겁니다. 처음 이 장치의 언급을 보면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게 뭐여 했을건데, 사실 이게 지금의 가스 냉매 기반의 냉각시스템보다 먼저 개발되어서 2차대전 이전엔 굉장히 광범위하게 쓰인 증기 제트 냉각기술이라는 걸 몰라서 그렇습니다. 지금도 산업용으로는 좀 쓰이기는 할겁니다만, 일반 용도로는 거의 보기 어렵긴 합니다.
원리는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이해가 되는 분들이라면 훈련된 HVAC 기술자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테니 부연을 해 두자면... 일단 고압증기를 노즐을 통해 초음속으로 분출을 합니다. 이렇게 뿜어낸 증기는 노즐을 거치면서 진공을 생성을 하게 됩니다. 이 진공은 냉각실을 부압 상태로 만들게 되고, 이 부압 상태의 냉각실에 물을 흩뿌리면 부압으로 인해서 물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물이 냉각됩니다. 이렇게 냉각된 물을 냉방장치 회로에 걸어 순환시키면 대기온도보다 낮은 기온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는 이걸로 최대 섭씨 10도 전후까지 냉각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런대로 냉방장치에 쓸 수 있을만한 품질은 나오기는 합니다.
사실 냉각장치를 열차에 올리기 시작한건 미국 철도가 서비스 경쟁이 격화되다가 1931년에 전격 도입이 개시되어 급속히 확산된 거고, 이 유행을 보고 일본에서 도입시도가 이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물론 설비가 워낙 복잡하고 비싼데다, 냉방장치는 상당한 동력을 필요로 하는 설비가 되다보니 전 객차에 도입하는 경우는 적고, 대부분은 식당차에 적용을 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좀 더 나가면 1등객차나 전망차 정도에만 추가로 붙이는 정도로 돌아가고 말입니다. 이건 미국도 비슷해서 구태여 편성 냉방같은 건 할 필요가 별로 없고, 또한 미국의 여름 기후가 아시아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은 편이어서(물론 이상고온이 가끔 있긴 하지만) 창문을 열어두는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일겁니다. 비슷한 이유에서 유럽에서는 근래까지 냉방설비가 없는 차가 널리 쓰였고, 근래에 도입되어도 한국이나 일본처럼 우악스런 수준의 냉방장치를 달지는 않기는 합니다.
아지아 호가 전차량 냉방을 도입한건 선구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해당열차가 1등, 2등만 이용하는 최고급 열차인데다, 만주의 기후가 굉장히 혹독했기 때문에 그렇다 봐야할겁니다. 1930년대 기준으로 각 등급별 여객을 비교할때 1등은 거의 0.1%미만, 2등도 1% 정도에 그치던 수준이고, 장거리 여객으로 가야 수 % 정도의 점유율이던걸 생각하면 대중적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는 경우라 할겁니다.
그리고 사실 설비 측면에서도 대중적이기가 어려운 경우인데, 저 증기제트식 냉각장치는 기본적으로 고압증기회로가 들어가 있어야 사용 가능한 장치에 가깝습니다. 물론 당시 객차는 증기난방을 위해서 증기관을 기관차로부터 말단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긴 하니 이 회로를 사용하면 되긴 하는데, 난방과 달리 압력 자체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동력차의 출력을 갈라 써야 하는 약점이 생기게 됩니다. 문제는 이 객차용 증기회로를 써야한다면 선두차량은 지나치게 고온, 고압이, 후미차량은 불충분한 저압상태로 동작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전용의 보일러를 붙여 쓸리가 없으니 이 경우 최후미의 전망차는 냉방이 썩 잘들지는 못했을 가망이 높다 할겁니다. 또한, 냉각수를 순환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압 증발로 소비하는 양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위를 가지도록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하고, 증기 제트 노츨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압박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 냉방이 된다는 점 하나만 강점이 있지 그 외엔 그리 쓰기 편한 설비라긴 어렵다 할겁니다. 이 문제 때문에 사실 냉방차가 열차에 1, 2량 정도만 달렸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물론 가스 냉매 방식도 2차대전 이전에 실용화가 되어서 쓰이기는 합니다. 다만, 당시에는 가스냉매는 그리 다루기 쉬운 물질도 아닌데다, 냉방회로가 밀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야만 하고, 증기 제트식과 달리 별도의 동력을 가진 컴프레서가 반드시 부수되어야 했기 때문에 열차에 보급은 꽤 밀렸고, 일본에서도 당시 이 기술의 도입은 증기 제트식과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지만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되어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2차대전 이후에야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어서 지금과 같이 객차냉방이 전 차량에 걸쳐 당연히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도 초기의 것에 비해 어마어마한 출력의 것들이 달리게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