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에 대해서 굉장히 말이 많았는데, 감사원 쪽 공개문을 보니 그럴만 한 사안이었다는게 많이 보입니다. 이사람들에게 필요한게 진짜 안전을 담보하는 실질적 조치인지 아니면 속칭 "인육사냥", 그러니까 죽일 놈 하나 만들어서 열심히 모욕을 주고 형사처벌을 해서 정의를 달성한 양 과시하는 것인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후자가 목적이라면 아주 열심히 잘 했다고 평가를 해줘야 할거고, 전자가 목적이라면 감사원을 짤짤털어 감사해야 할 사안이라 봅니다.
관제업무 수행 부적정이라고 하고 부적정한 관제 지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열차지연 만 되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철도공사는 뭐했냐고 난리치던 사람들은 책임의 범위에서 사라진게 참 재미집니다. 지시한 사람은 없는데, 왜 사고친 인간은 있을까 말입니다. 지연보상금을 더 엄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떠들고, 열차지연 심하다고 대책만들라고 떠들던, 그래서 징벌적 조치를 어떻게든 만드는데 열심히던 정부는 옆나라 일본정부나 북한정부였던 모양입니다? 관리감독을 철저하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업무처리를 좀 까서 봐야 할겁니다.
로컬관제원, 원래 과거의 운전원 내지 열차운용원은 관제의 반복적 업무를 분담하기 위해서 현업에 배치하는 사람입니다. 일본처럼 자동진로제어(PRC)를 적극 적용하는 동네에서는 로컬관제라는 개념 자체가 극히 희박하고, 화물취급이나 입환을 실시하는 역 외에는 배치 자체를 안하는데, 이는 선로전환이나 신호현시같은 반복적인 취급사항을 PRC화 해서 그 소요를 최소화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다가 임시열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PRC 코드를 제대로 못넣어서 운행불능이 되어버린 엽기적인 사고가 몇차례 일어난다거나, PRC 오류시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한 철도가 되기도 합니다만서도. 이걸 관제와 유관한 직무지만 관제사로 묶어본다는 건 굉장히 괴이한 체계가 된다 할겁니다. 현업기관의 숙련이나 커리어 패스를 전혀 이해하지 않고, 이해할 생각이 없는 주장 그 자체랄까.
전통적인 운전원 직무는 필드에서 비바람 맞는 직위인 구내수, 전철수, 신호수를 거쳐 도달하는 직위였고, 관제사는 그 운전원의 상급직에 가까운 보직으로, 흔히 오래된 철도원들이 말하듯이 고참 관제사정도가 되면 "담당하는 구간의 자갈 하나, 개못 하나까지 아는 사람"들이라 했습니다. 즉, 일선에서 차가 어떻게 다니는지, 어떤 장애와 고장이 일어나는지, 또 그 상황에서 대처를 어떻게 하는지를 무수한 현지 답사와 경험으로 익힌 사람들이 하던 일이고, 그렇기에 역무나 신호, 운전의 커리어를 거친 사람을 쓰던 거였는데, 단순히 법정자격으로 전환하면서 이런 커리어 패스를 날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라고 하는건 정말 무지의 소치라고 해야 할겁니다. 막말로 이건 범죄에 가까운 책상물림의 탁상공론이라 할겁니다.
CCTV이야기는 정말 끈질기게 떠드는데, 그렇게 CCTV로 사람을 찍고 싶으면 기기함을 항공기처럼 엄중 봉인하고 중무장시켜서 법정사고 조사시에만 개방 열람하도록 하고, 기기 고장 정비가 필요한 경우엔 근로자측 대표 입회자를 복수 배치해서 정비를 실시하고 기기 기록내용은 열람없이 폐기하는 걸 입회자가 확인하는 것으로 일을 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그렇게 일을 똑바로 한적이 없고 노조패기 용으로 써먹어보려고 사기를 쳤으니, 그리고 지난 정부에서 실제 이런 짓거리를 하고 다닌 증거가 나오는 상황이니 현업일선에서 반발이 나오는 겁니다. 자동차 블랙박스의 용도와 유용성을 생각하면 정작 이게 필요한건 전면이나 후면의 촬영일텐데 그건 또 이야기하는 자가 없는것도 웃긴 점이고.
시설 인수인계의 경우 지금까지 선개통 후완공의 사례가 수두룩하고, 개선요구나 설계 시정을 문서처리 안하면 짬시키는 관행이 유명했는데 인수거부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감사결과를 냈으니 참 의도가 투명하다 할겁니다. 민원이라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정치인들의 촌탁질 덕에 그렇게 하던걸 역사가 알고, 정치인들이 선거때마다 그걸 과시하고 다니며 보도자료를 뿌린걸 다 아는데, 그런건 말도 못하면서 최종 운영자만 조지는 이야기를 하면 이게 공정하다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송역 단전 사고 건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는 이해는 가지만, 왜 그런 의사결정의 실패가 생겼는가를 분석하기 보다는 그냥 잘못했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를 왜 했는가 생각이 많이 듭니다. 국철 시절의 이야기긴 하지만, 사고가 났을때 일처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피해복구 예상 시간을 추산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건 그만큼 현장경험이 많은 시설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이게 곧 철도의 저력, 현업의 힘이라고 할 정도였고. 오송역 건의 경우는 어째서인지 이런 판단과 결정이 아주 개판으로 돌아간거고, 아마 추정이긴 하지만, 관제의 경험부족은 물론이고, 그 의사결정의 상위 내지는 인근의 관리기관에서 노출되지 않는 압력을 심하게 가했을 가망이 높습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전화로 결정을 채근하고 상황을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등의 행태였을거고. 고압적으로 면담조사나 하던 상황에선 이런 '공기'를 잡아낼 수 있을리가 없으니 그냥 하여튼 잘못했음 이렇게나 나올겁니다.
감사가 현장의 실패를 반추하고 지적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누구를 징계주거나 처벌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 이루어진다면 그런건 그냥 시정잡배들이 익명 게시판에서 하는 인육사냥과 하등의 차별성이 없다 할겁니다. 왜 그런 과정이 나왔는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밝히는게 중요하고, 이걸 일본이나 유럽, 미국의 사고조사에서는 중시합니다. 그래서 사고조사위원회를 따로 두는 것인데 감사 결과를 보고 있자면 한국적 풍토에서는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거 같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