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쪽은 카더라 통신의 스멜이 좀 있기는 하지만 어느정도 가능성은 있다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흘린건 남한의 경제협력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자존심을 긁는 도구로서 골랐지 않았을까 싶지만 진실은 평양에서나 알겁니다.
일단 평원선이 왜 저런 떡밥의 대상이 되었는가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거라 봅니다. 이유의 첫째는, 남한 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매우 낮지만, 북한으로서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노선이라는 점입니다. 남한의 이해선은 중국, 러시아로의 연계선인 평의-평부선과 평라선 축인지라, 횡방향 노선인 평원선 쪽은 그리 중요도가 없다 할겁니다. 하지만 북한은 국1경에 근접한 북부철길, 병참노선으로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청년이천선으로 대체할 수 없는 중요 횡단간선인 만큼, 내정유지에 있어 이 노선이 극히 중요합니다. 그런만큼, 투자재원을 어디서건 얻어내서 개량을 하고자 함이 클겁니다.
두번째는, 개량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노선인 만큼 재원을 가장 많이 제공할 유인이 있는 일본을 구워삶아보는 쪽이 낫다 봤을겁니다. 산악이 워낙 험해서 현 선로도 30퍼밀 수준의 구배가 난무해서 한국전쟁 이후 첫 전철화 대상이 되었던 노선 중 하나가 이 평원선이었습니다. 또 연선에 탄광이나 온천이 많아 건설난이도가 높아서 그만큼 비용부담이 클거라, 재원으로 승부볼만한 일본을 노린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원산은 일본과 최단거리에 위치한 항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명분도 있다 할거고 말입니다. 덕분에 원산이 과거에 흥했던 이유기도 하고, 무역이 끊어지면서 쇠퇴한 이유기도 합니다. 따라서 일본측에 어필하기 좋은 부분은 있었을거라 봅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저 일본에 의한 부설은, 감정적인 부분을 빼고 보면 오히려 해볼만한 부분이라 봅니다. 우리만 건설비 독박을 쓸 이유도 없거니와, 또 여러 나라가 개입하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도 있고, 또한 북한 입장에서도 기술이나 제도를 이것저것 배워볼 수 있을테니 산업 촉진효과를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한가지는 담보가 되어야 할건데, 그건 인프라 규격의 일치입니다. 해당구간만 신간선 규격으로 건설을 한다면 기존망의 연계사용은 당연히 못하고, 기존 소유 차량은 물론 남한이나 중국 차량 역시 사용못하는 문제가 남게됩니다. 이는 당장에는 싸게 지을지라도 이후 계속 일제차량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번 불산사태에서 봤듯이, 이런 약점을 악용하는데는 중국이상으로 막장트랙을 달리는 나라에 이런 골든카드를 주다간 두고두고 굉장히 재미없어질겁니다.
그리고, 네트워크 구성에서도 단순히 신선만 덜렁 깔기보다는 전체 철도망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밑그림을 가지고 연결선이나 접속역을 계획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평양의 북부에서 분기할것인지 남부에서 분기할 것인지, 또 기존 평라선과 어떻게 접속할 것인지, 구배와 곡선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종합적 견지에서 계획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걸 위해서 고속철 사업에 들어가는 북한 철도성과 국외사업자들의 협의체 같은걸 기획해 보는것도 중요할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속철 인프라는 고속철만으로 완료되는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의 확보 또한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전력 인프라가 안정적인 품질의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운영은 불가능해집니다. 한국도 90년대 중반까지 전력품질 때문에 고속철 전용 화력발전소를 두네 마네 하기까지 했었습니다. 또한, 고속철은 재래식 철도와 달리 유지보수와 장애 및 비상대응에 도로와 통신망이 필수불가결하고, 건설에 있어서도 시멘트, 철강의 품질과 유통이 받쳐줘야하고, 용접부터 시작해서 가공기술 전반의 인력과 장비, 자재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철도 자체도 CTC나 열차무전, 기계보선 같은 요소기술이 어느정도 갖춰져야만 고속철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속철 도입을 통해 모범적인 체계를 받아들이고 확산해 가는 것도 필요하고, "조선놈들의 헬력"이라면 상식을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그것도 받아들일만한 체력이 될 때의 이야기 할겁니다. 따라서, 이 기반시설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개발에 편자가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