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유지보수는 철도의 직역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직역중 하나입니다. 다니는 열차 사이에서 시설을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걸 해결하는 작업을 하는 업무인 만큼 사고의 위험도 많고, 야외에서 중량물을 다루는 일인 만큼 육체적으로도 상당히 고단한 일 중 하나입니다. 더욱이, 한국처럼 정시성과 항상성을 굉장히 중시하는, 그러니까 열차가 제때 못가거나 운행 중단이 되면 철도 근무자들이나 당국자를 죽일놈 취급하는 풍토에서는 안전때문에 차를 세우거나 할 수 없다시피한지라, 그야말로 이들의 피와 땀 위에서 한국의 철도가 굴러간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라 할겁니다. 그야마로 철도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 할겁니다. 뭐, 그런건 안중에 없이 그놈의 20분 보상규칙 강화했다고, 막차시간을 연장하고 24시간 열차운행을 하겠다고 자랑하는 당국자는 수십명이지만, 그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가도 책임지는 당국자 하나 없는게 "사람이 먼저다"라고 떠드는 정부의 현실이라 할거고.
혹자가 말하듯이 열차가 다니는 선로에서의 작업을 폐지한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을때 수 시간에서 반나절 정도를 전부 중단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수인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또 위의 영상에서처럼, 열차가 다니는 상황 하에서 확인하거나 점검할 수 밖에 없는 사안들도 있고, 또한 현실적으로도 심야시간대에 모든 작업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물론, 수도권전철 구간이나 고속철도는 심야작업이 기본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교대근무를 늘리는 만큼 상당한 인건비가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해외에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심야할증으로 급여를 주더라도 근무가 고역인지라 인원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또, 그렇게 확보한 인력들이 주간에 일을 하지 않아 비효율이라 생각하는 예산당국이나 경영진은 그 사람들 일시켜 먹어야 하니 또 주간 작업을 압박해 오는게 현실일거고 말입니다.
또 누군가가 주장하듯이 시설업무와 운영 업무를 묶어서 문제라는 것도 그렇다고 둘을 나누면 잘 돌아갈 것인가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운영을 위해서 시설을 희생시키는 구조만 문제가 아니라, 시설 자체가 독자 경영 체제로 돌아갔을때 예산 억제나 손익을 시설 단위에서 따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상시고용체제가 아니라 외주와 하청으로 돌아가는 체제가 될겁니다. 아니면 반대로 시설의 유지보수와 분리된 운영에 시설사용료를 과도하게 부담시켜서 경영이 불성립, 열차운행 자체가 크게 중단, 폐지되거나, 아니면 엄청난 운임부담 내지는 공적 보조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겁니다. 뭐, 영국 레일트랙의 파탄 상황에서 보듯, 처음에 절반 정도 비용절감을 했지만 그게 시설 보수부담을 날린 결과가 되어서, 열차 운행시간이 2~3배가 걸리고, 그나마도 운행이 취소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속출하게 될겁니다. 결국 균형과 조화의 문제로 끝날걸 구조와 체제의 문제로 바꾸어버려 아무것도 해결이 안되는 우를 범하게 된달까.
특히 이런 어렵고 힘든 일을 외주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모로 난맥이 넘친다 할겁니다. 어렵고 힘든 일에 보상을 더 주어야 하는 사회정의에도 반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또한 직고용 형태로 시설을 밀착 관리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닌 이상 하루 이상의 운행중단같은게 없이 안정적인 운행이 유지되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상근자가 있기 때문에 뭔가 트러블이 있을때 즉시 출동을 할 수 있던 거고, 한 지역에 오랫동안 근무한 숙련자가 있기에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결단할 수 있던 거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늘 최적,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고용 문제를 틀게 되면 나아지기 보다는 더 악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을겁니다.
앞으로의 보선은 어찌되었든 건설단계에서 최대한 소요공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또한 지금처럼 고속화와 고밀도화가 장려되는 상황에서는 야간집중작업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기는 할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계화, 그리고 각종 검측의 차상화, 그리고 센서를 활용한 원격점검 방식의 확대가 들어갈 수 밖에 없을겁니다. 또한, 해외에서 늘어나는 집중보수공사 방식도 도입을 검토해 봐야 할겁니다. 지금은 공사관계로 밤차나 막차를 단축하는 방식이 흔하지만, 아예 유럽이나 미국에서 하듯이 3일에서 보름 정도까지 아예 운행자체를 차단하고, 버스대체수송을 실시하거나 단선사용이나 우회선 사용으로 감편, 저속운행을 실시하면서 그 기간동안에 일정 구간을 전면 공사하는 방식도 이제는 도입해야 할거라 봅니다. 이게 기계화면에서도 유리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투입을 집약화해 절감하면서 심야, 휴일 근로를 덜 쓰는 방식이 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처럼 하루만 열차 안다녀도 큰일나는 줄 아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냐가 문제기는 합니다마는.
사람이 하는 일에 완전완벽은 없는 만큼, 사고가 없을 수는 없을거고, 그것이 철도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다만, 이용자에게만 안전한 철도가 아닌 일하는 사람에게도 안전한 철도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궁리가 따라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