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국감장에서 검토하지 않는다던 양반들이 물 밑으로는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면 의심을 안살수가 없다 할겁니다. 리스크 관리의 개념도 없고, 현장과의 일치성이 중시되는 관제업무를 호시탐탐 노리는 야심이 있으니 오송에다 몰아놓는다 할겁니다. 철도망의 중심에 위치를 시켜야 한다면 대전이나 제천, 아니면 장래 망의 중앙에 오게되는 김천이나 충주에 두는게 맞을거고, 어차피 과거 5대+고속 관제를 통합시킬적에 통신발달로 어디에 입지해 있어도 무방하다 하는 논리라면 현재 근로자의 생활여건을 우선해서 결정하는게 맞을겁니다. 그러나 두 논리 모두 그냥 자기들 편한대로 견강부회하고 다니니, 해괴한 오송입지가 나온다 할겁니다.
이전부터 관제센터를 하나로 다 퉁치겠다는 것의 저의가 사실 불순한 거긴 한데, 국가 리스크 관리라는 면에서 불완전한 이중화 정도로 끌고가는 현 시스템은 해외 어디를 봐도 유례가 없습니다. 당초에 "세계 어디서도 해내지 않는 일"이라는 이야기는, "누구도 거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초기에 단일 센터화를 추진하던, 우리와 망 규모가 비슷한(요즘은 우리가 길어졌지만) 스위스에서도 결국 전체 망을 5개 센터로 분산 수용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 망이 크고 기술적으로 발달한 독일도 관제센터는 7개소로 분산되어 있고 그 산하에 다시 세부적인 로컬 관제를 두고 있는게 현실이고. 냉전기처럼 핵공격으로 도시 하나가 날아가는 걸 전제하고 계획하는건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것이라 치부하더라도, 국지적인 통신 장애나 자연재해가 벌어졌을때 한 바구니에 전국망을 전부 집결시키면 시쳇말로 한방에 가는건 일도 아니게 됩니다. 근래 그런 케이스가 있어서 문제가 된적도 있고.
사실 관제를 어느정도 집약화하는 것 자체는 해외에서는 CTC의 도입 이래 흔히 관찰되는 사안이기는 합니다. 다만, 그게 "선구"라 불리는 노선 단위나, 특정한 지역권 단위에 이루어지는 것이 통례입니다. 한국 철도야 수도권을 빼면 노선망이 단순하지만, 해외의 철도는 터미널 하나를 두고 있으면 거기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분기와 유치선, 조차장, 역 등을 끼고 있는게 통례고 이정도의 복잡다단한 망을 갖춘 경우 전체적인 시야 하에서 운행상황을 감제할 필요가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이용객이 많아지게 되고, 그만큼 사회적 파급이 커지게 되면서 장애 대처나 응급 상황, 보안 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이른바 지원 관제라 불리는 여객, 화물이나 차량, 시설, 전기같은 기술부문의 관제가 따라붙어서 참모본부와 같은 지휘체계를 구축하게 된겁니다. 독일의 관제센터(Betriebszentral)에는 그래서 아예 응급의료나 경찰부문까지 관제에 들어와 테이블을 할당받아 있기까지 합니다.
문제는 이런 집약을 하는데 있어서 관할의 범위라는 개념이 없다는게 한국의 철도정책의 큰 패착이라 할겁니다. 망 규모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밀도와 면적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서울에 위치한 관제가 강원도 산골짜기나 전남 바닷가, 부산 뒷골목의 노선 하나까지 전부 챙겨봐야하는 구조가 되어버리고, 이는 집약성 있는 관리체계가 아니라 그냥 각 지역의 CTC를 한덩어리로 뭉쳐놓기만 한 그런 구조가 되어버린다 할겁니다. 즉, 비유하자면 하나의 군단 사령부가 휴전선 전부와 해안선을 지키고 섰는 구조를 만들어 두고 이게 혁신이라고 하는게 지금의 판국이라 할겁니다.
사실 CTC나 PRC도입이래의 논란이지만, 로컬 부문을 두어야 하냐 말아야 하냐의 이야기는 늘 따라다니던 이야기입니다. CTC로 집약화를 하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분기, 노선, 구간을 관장할 수 있다라는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주장들입니다. 어느정도는 CTC화의 강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것은 맞지만, 반대로 그에 따른 트러블도 늘 따라다닙니다. 몇년 전 일본에서 연휴에 신칸센이 대량 운휴를 했던 일이 있었는데, 임시열차 숫자가 너무 많아서 밤새도록 PRC 스케줄링을 하다가 다 입력을 못해서 그날의 운행이 중단되어버린 케이스가 그런 집약화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라 할겁니다. 물론 분산화를 하는 경우엔 그만큼 낭비가 생기고, 또 커뮤니케이션의 장애가 생기기 좋기는 하지만 이건 비교형량을 해서 판단할 일일겁니다.
좀 화제의 범위 밖이지만, 근래 정부나 감사원이 떠드는 중립적 관제 드립도 참 도를 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모양인데, 170분기를 통과해서 속도가 죽는 열차랑 300키로 통행이 가능한 열차를 중립적 견지에서 취급하라는 이야기는 총 지연시분을 열심히 늘려주라는 이야기에 다름이 아니라 할겁니다. 여기에 합류나 분기점 이후 역의 정차열차라면 제 속도를 다 못내고 감속이 걸리게 마련이고, 이걸 후속의 무정차 열차가 꼬리를 물고 가면 이른바 "머리를 얻어맞으며 주행"하는, 차내에서 보면 가속을 내다 다시 속도를 죽여서 차가 출렁이는 운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상적이라면, 지연시분의 총량 관점에서 지장이 예상되는 열차에 지연을 더 몰아주는게 나은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문제는 이게 기계적으로 판단되는 게 아닌, 유기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사안이어서 아마 PRC같은 자동화를 하려면 딥 러닝이 필요할겁니다. 뭐 실제로 스웨덴인가 북구쪽에서는 시도를 해보는 모양입니다.
지연보상 열차를 먼저 빼주는 관행에 대해서도 중립성에 위배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철도사업이 무슨 동사무소에서 등본떼주는 일처럼 공공배분을 하는 일로 아는 모양입니다. 철도는 공공보전을 받기는 하지만 사업비를 자기가 벌어야 하는 상업성을 가진 구조로 되어 있고, 따라서 보상부담이 생기는 것 자체는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 됩니다. 관제가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지연보상을 1~2분 앞둔 열차를 지연이 없거나 몇 분 누적되지 않은 열차보다 우선적으로 보내는게 그 회사에 있어서나 그 회사 열차의 승객에 있어서나 당연한 이야기라 할겁니다. 그게 부정한 일이니 그런 행위를 하지말라고 할거면 약관에서 지연보상을 더 루즈하게 뽑아놓을 수 있게 하던가, 아니면 그런 제도 자체를 없애놓고서 말을 하는게 정부의 순리일겁니다. 뭐 상식이 통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이런 걸 가지고 감사지적사항이라고 던질리가 없기는 합니다마는.
하여간 중립을 떠드는 사람 치고 진짜 중립적인 사람이 없다는 게 근래 관제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서 아주 잘 보인달까 그렇습니다. 역시 국토부 출신 공무원의 노후대책 및 퇴직대책이 국가의 이해나 국민의 복리에 앞서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