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건 별론으로 두고라도 적자상황에서 고용인원 증가가 난감하다는 이야기는 사실 원론적으로는 맞는 이야기긴 합니다. 수익력 없이 고용인원을 늘려봤자 지속가능하지 못한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재원대책 없이는 단행할 수 없는 사안이니 그거 대책을 만들어오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이 잘못된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엔 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일단, 철도적자를 해석할때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대규모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단년도의 회계데이터만 가지고 보기에는 감가상각이나 자본투자 같은 요소가 많은 변수를 만드는데다, 궁극적으로 자본의 원천이 국가로 현금자본을 투입하는게 아닌 현물자본을 투입하거나 이게 없을 경우 금융부채를 충당해야만 하는 구조가 되어 있어서 당기손익이 실제의 경영성과를 직접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말기적 증상이 되면 금융손실, 즉 이자로 나가는 돈이 끔찍한 수준이 되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이걸 경영이 오롯히 사태를 일으키거나 수습할 수 있는 경우는 잘 없는게 철도의 특성이라 할겁니다.
특히나 근래 철도는 부채해결을 위해서 용산부지 개발사업이나 공항철도 인수/매각 등의 정책적 조치를 하면서 비영업손익이 큰 폭으로 유동했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으로 손익평가를 해봤자 그게 정확한 손익평가가 되질 않는 구조였기도 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당기순이익이 적자니까 방만경영이다, 고용의 여력이 없다고 떠드는건 현상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일이라 할겁니다. 적어도 방만경영이냐 아니냐는 영업손익을 기준으로 보아야 하는게 적정한 평가에 그나마 근접을 한다 할겁니다.
문제는 이 영업손익에 대해서 변수가 많이 개입되어 있어서, 철도공사 단독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는데 있습니다. 철도공사의 재무에서 가장 큰 단위의 비용지출은 선로사용료로 지금은 조 단위의 금액을 내고 있을겁니다. 이건 그래도 부담해야 할 시설부담을 꺾어친거라고 할 수 있어서 내는거 자체가 문제다라고 할수는 없지만, 대신 적정한 수준으로 부과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서 걸러보아야 할건 고속철도 부채를 상각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로섬에 가깝게 굴러가야 할 철도시설공단은 작년부터 1천억 이상의 흑자를 계상했다는 겁니다. 이 흑자의 원천이 고속 선로사용료에서 기인하는 거라면 뭐 철도공사의 수익을 공단에 넘겨주는 흐름으로 봐도 될겁니다. 자산운용,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철도용지나 건물을 임대해먹어서 얻은 수익으로 난 거라고 하면 철도공사가 수익해서 운임 베이스를 깎거나 고용확대로 돌릴 수 있는 여력을 빼서 딴주머니를 찬 격이고 말입니다.
그리고 SR의 수익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열차의 운전과 자기관할 역의 운영 외에는 모두 철도공사에 의존하는 운수사업체로는 굉장히 기형적인 형태의 사업자인데, 위수탁 관계에서 적정한 이익을 철도공사에 주고있는지에 대해서 상당한 의문이 존재합니다. 이게 적정 요율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면 전형적인 이익 전가 수법인 셈입니다. SR이 간접비 부문, 그러니까 본사부문을 분리시켜 놓아서 이중으로 부담한다는 점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이중고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의미에서는 노선분리로 유출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문제보다도 이게 더 심대한 데미지를 입히는 중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행태, 즉 적정 이상의 선로사용료, 임대수익의 공단 이전, 위수탁계약의 비수익화로 수익의 근간을 빼돌려놓고서는 노오오력이 부족하다 방만경영이다 라고 떠드는 것은 전형적인 기업사기의 형태라 할겁니다. 재벌들이 상속이나 증여 목적, 또는 부실을 기타주주에 전가하기 위해 잘 하는 짓거리가 이건데 이걸 국토부가 해먹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 의도에 상당한 의구심을 가져야할 사안이기도 하고.
이런 영업수익 요소에서 장난치는 걸 걸르고 나서야 당기순이익의 문제를 다룰수 있다 할겁니다. 영업수익이 흑자가 나더라도 실제 현금을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금융부채가 과도하면 결국은 돈이 나가는 거고, 경영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철도의 경우 지난 구조개혁 과정에서 충분히 부채 청산을 하지 않고 4조 이상의 부채를 달아놓고 시작을 했고, 이후 사업확장에 따른 투자나 및 차량, 건축물 등의 재투자 재원을 채권에 의존해 충당해 왔기 때문에 금융부채를 12조 가까이 누적해 오고 있습니다.
왜 재투자 여력이 없는가, 이거 방만경영질의 결과, 그러니까 정부가 생각하기에 인건비를 너무 많이 뽑아내서 그런거 아닌가라고 할 수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건 운임수준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 정부가 밑돌을 빼돌렸기 때문입니다. 근래 보도에서 전기나 가스같은 유틸리티 산업의 원가보상률이 100%에 근접하고 있단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반면 철도는 공사화 이후로 단 한번도 80%를 넘긴 일이 없다시피 합니다.
이 원가보상률 계산은 원칙적으로 영업수지에 투입자본에 대한 적정수익률까지만을 태우는지라 금융부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보전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처럼 금융부채를 잔뜩 가지고 시작하고, 적정하게 자본 주입이 이루어지지 않은채 원가까지 후려쳐놓고 시작한 기업은 살아날 길이 없는 밑빠진 독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철도가 가진 특성, 대개 산업 하나를 통으로 굴리는 국영의 독점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른 운송업 부문과 경쟁하기에 독점적인 가격정책을 가져갈 수 없다는 모순된 특질이 있기에, 또한 공공요금중에서도 특히 적극적으로 절약하기가 어려운 요금이라는 점이 있기에 무작정 적정원가를 다 보전할 수 없는 사정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운임 기조를 오로지 내핍으로만 해결하려 드는, 아마 한국전쟁 이래로 이어진 타성을 계속 끌고온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할겁니다.
오늘의 문제도 과거에 이어지던 내핍과 크게 다른게 없다시피 합니다. 90년대에 철도청의 민영화를 장래 과제로 두고 공사화를 추진한 바가 있는데, 그때 최대의 공사화 저지요소는 어이없게도 노동법이었습니다. 즉슨, 공무원은 근로자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되었지만, 공사화되면 근로자가 되어 법을 준수해야 했는데, 이를 맞추는 근로체제, 현재의 3조2교대 이상의 근무로 돌리면 당시 기준으로 약 7천명을 더 채용해야 했고 이래서는 경영이 성립되지 않는 문제가 생겨서 중단이 된 것이었습니다. 작금의 상황이 연속 야간근무로 11시간의 단절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여력이 없어서 초과근로시간까지 한계를 시험하는 등 노동법 위반상태가 목전이라 교대제를 개편하는 건데, 이걸 경영사정을 이유로 못한다는 건 그때랑 별다를게 없는 모양새라 할겁니다. 정부의 양념질도 그때나 지금이나고. 그나마 노조가 합법적으로 조직되어, 불법 논란 없이 파업으로 어필 할 수는 있게 된건 그나마 나아진 부분일겁니다.
물론 그래서 운임인상으로 이걸 해결할 수 있을것이냐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여론문제가 걸리는 거기 때문이고, 이미 정치가 내가 잘해서 운임을 깎는다고 자랑질을 하기 시작한 이래부터 글러먹은 이야기기도 합니다. 다만, 세계 어느 나라도 인플레이션을 거슬러서 운임수준을 끌어내리는 짓은 함부로 하지 않고, 일본조차 소비세 인상을 핑계로 운임을 올리는 조정을 했는데 한국철도는 2011년 이래로 전혀 안했고, 그나마 광역철도/도시철도만 2015년 개정으로 조정한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운임수준을 끌어올리는 조치가 조만간, 아마도 ITX새마을이나 EMU-250투입으로 무궁화를 대체하면서 이루어지기는 하겠지만, 당장에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운임인상 내지는 이를 보전하는 재정조치는 따르기는 해야 할거라 봅니다.
항공을 제외한 운수업의 약탈적 경영양태와, 그걸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양념질은 뿌리가 아주 깊다 할겁니다. 공적 비용 부담을 꺼리고 운수업은 스스로 자영가능해야한다는 논리로 일관하는건 일본과 비슷했지만, 한국에서는 이거에 더해서 운임수준까지 후려치는게 일상이라 민간기업으로 굴러가는 철도가 민자데도 이전까지 한 가닥도 남지 않은건 그 탓이라 할겁니다. 오로지 도로같은 공적투자에 기대고, 지입차나 변형2교대같은 임금짤짤이나 과속과 난폭운전으로 버티는 버스, 트럭, 택시만 남은것도 그런 결과일거고. 이런 기형적인 체질을 바꾸는 과정은 굉장히 지난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든 일이지만,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일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소란은 결국 제때하지 못한 미뤄둔 설거지를 하는 중이라고 하는게 그리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P.S: 이번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그 명분으로 자회사 고용의 직고용화를 주장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좀 이론의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정규직만의 처우개선으로 끝나는 상황은 문제가 크긴 하지만, 이 문제를 제외하면 한정된 업무만을 하거나 한정된 시간만을 근로하고자 하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는 방향으로 고용구조를 바꾸는게 적당한가의 문제도 있습니다. 승무직이나 소규모역 전담으로 일하거나, 여타 전문정비나 공사업무를 하던 사람들을 다른 부문에 쉽게 전환배치할 수 있게 되는 정규직화는 역으로 조직갈등이나 문화적 충돌, 그리고 역설적으로 고용 불만족을 일으킬 여지도 남기게 됩니다. 평균임금 수준이나 복지가 처참한 부분은 분명히 개선은 해야하고 이 부분을 쟁점화 했다면 의미가 크다 생각하지만, 정규직화 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좀 오도된 주장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