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밤차는 경영면에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대개 손실을 보는 열차들입니다. 유럽에서도 침대차 운행에 적극적인 몇몇 나라, 오스트리아나 러시아, 좀 의외지만 영국 정도를 빼면 다들 야간열차에 소극적인 경향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스페인 국경 방향의 야간열차를 보조금을 주어가면서 유지해야 하는가를 두고 논쟁한 끝에 유지하기로 한 바가 근래 있었고, 독일도 오랫동안 굴리던 CNL(City Night Line)을 2016년에 전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외의 야간열차는 대개 침대차를 포함하기 때문에 주간엔 영업이 어려워서 차량회전율이 떨어지고, 또한 역무나 승무 양쪽 모두 야간 근무가 따르기 때문에 야간수당이나 추가 교대자가 부수되어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게됩니다. 여기에 야간열차 특유의 비용요소들, 리넨이나 케이터링, 그리고 보안 소요도 전부 사람의 노동을 요하는 요소들이니, 이게 간단치 않은 사업이란게 눈에 띈다 할겁니다.
여기에 야간 이동 수요의 감퇴 문제도 상당히 큰 과제였기도 합니다. 고속철 도입 이전에는 서울과 남부지역의 도시 간의 이동시간은 보통 4시간 이상이 걸렸고, 이는 새벽 첫차를 타도 아침 업무시간 9~10시대에 서울에 도착하기가 어렵고, 또한 퇴근 후 조금 늦게 출발하면 숙박업소의 체크인 시간을 넘겨 도착하기에 심야시간을 활용하는 밤차의 존재가치가 제법 컸습니다. 하지만 고속철의 확산으로 길어야 3시간 컷이 되다보니 시간 운용면에서 먼저 내려가서 숙박하거나, 새벽에 서둘러 내려가는 걸로 해결이 되어버려 심야열차의 가치가 크게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이전처럼 밤늦게까지 이어서 일하거나 노는 행태가 많이 줄어든 것도 영향이 있다 할 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한국철도에서의 야간열차 삭감은 이보다는 야간 보수작업의 안전 문제가 더 크다 할겁니다. 사실 이건 해묵은 문제에 가까운데, 야간의 보수간합 확보문제로 영업부문과 기술부문 간의 대립은 꽤나 해묵은 건이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익확대와 서비스 수준이라는 영업적 이슈가 보수시간 확보라는 기술적 이슈를 압도해 왔다면, 근래 작업자 안전확보 이슈가 커지면서 이 흐름이 역전되었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특히 근래에 주간 보수작업중 순직사고가 생기면서 주간 작업을 대폭 축소하는 흐름이 감지되었고, 그 반대급부로 주간에 이루어지지 못한 보수작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야간열차를 대폭 줄이게 되었다 할겁니다.
작업시간을 분할하거나 하는 방법을 못쓰는가 라는 의문은 있지만, 기계류나 차량을 투입하거나 하는 경우엔 연속작업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만 효율이 나오게 되는 문제가 따릅니다. 기계류를 준비하거나 철수하는데도 작업공수가 상당히 들어가고, 모터카나 MTT같은 차량류를 투입하는데는 이동시간이 들어가야만 합니다. 이걸 매번 철수하거나 재준비를 하면 그만큼 시간이 낭비될 수 밖에 없으니 연속 작업시간을 길게 확보하는게 굉장히 긴요해집니다. 또한, 연속작업시간은 전기 작업에서는 특히나 중요한데, 전력을 공급하는 상태에서는 전기시설물을 보수할 수가 없어서 이를 차단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철도처럼 방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고압, 대전류가 쓰이는 시설은 한번 전력을 끊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렇기에 한번 차단을 하면 충분한 보수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몰아치듯 해야만 합니다. 한전에서 논란이 된 활선작업은 철도처럼 공간 등 여러 제약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검토할 수 없는 일이고 말입니다.
재래식 보수작업, 그러니까 선로반이 현지까지 도보나 핸드카로 이동하고, 거기서 열차가 없는 잠깐의 틈을 타서 운행감시 하에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하는 경우에는 연속된 작업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적당히 작업을 끊어가면서 휴게를 가지는게 나았던 시절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빈도로 차가 운행하고, 설비가 중량화, 고도화되어 기계작업 없이는 작업하기 어려운 지금에서는 이런 방식의 보수작업으로 철도를 유지하는 건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할겁니다. 당장에 그만한 작업량을 사람으로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인력이 필요할거고 말입니다.
여기서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양방향 신호같은걸 적극 활용하면 안되는가 라는 의문은 남을겁니다. 복선구간에서는 한 선로만 살아있다면 얼마든지 차를 다니게 할 수 있기는 할테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되지 않나 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복선 전체에 걸쳐서 작업을 해야할 경우도 종종 있는데다 인접한 선로에서 작업을 하다 무심결에 운행선으로 작업자가 통행하거나 하는 일도 있어 안전면에서는 한계가 있긴 합니다. 여기에 더해서 단선 운전으로는 용량제약도 따르기에 지금처럼 두세편의 열차를 상하 양 방향으로 운행하게 하기엔 지연부담이 제법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침 지연보상을 쪼아놓은 덕에 안전면에서 야간열차를 느슨하게 굴릴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문제도 생겼고 말입니다.
밤차는 아마 장래에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을때, 즉 국제편이 다니거나, 아예 객단가가 고속철도 보다 더 높게 설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투입하거나 하지 않는 다음에야 앞으로 부활하기가 쉽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그게 시대의 흐름이라 할 거고. 하지만 야간열차만큼 정취가 넘치는 것도 없는 만큼 아쉬움은 오래 갈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