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KTX역이 꼬이기 시작하니 대안으로 들고 나온게 일반선의 지선안이라는게 재미있는데, 사실 저걸 왜 안들고 나올까 생각이 들던 부분을 잘 찌르고 들어온거 같기는 합니다. 대승적 분기론자들이 과연 이걸 "대승적"으로 용인해 낼지 기대가 아주 큽니다.
안 자체는 꽤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세종시는 애초에 행정중추를 목표로 만든 도시였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간선교통이 밀접하게 연계되었어야 했지만, 아마도 서울에 끌려다니는 상황을 막고 자급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우선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간선철도나 고속도로가 배제된 도시로 만들어진 도시계획의 실패사례자, 시내교통을 막연히 당시 힙해보이던 BRT로 어떻게든 되겠지로 밀어버려서 이도저도 아닌 자동차 도시가 된 교통계획의 거대한 실패사례기도 합니다. 이걸 그나마 개선할 사업들이 이제서야 구상 추진되는게 많은데, 이 세종 지선안도 그런 일환이라 봅니다.
ITX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선 특급열차 안을 고른건 서울로의 접근성만 본다면 꽤 잘 고른 방안이라 할겁니다. 현재 세종청사 및 그 중심지역에서 오송역까지 이동하는데는 보통 대중교통편으로 50분 정도, 자가용이라면 30~40분 정도를 계획해야 하고 여기에 교통체증같은 변수를 어느정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KTX 자체는 배차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열차 대기시간이 그리 길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역시 약간의 대기시간은 걸리게 마련이고, 실제 열차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서울까지는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는 걸린다고 봐도 될겁니다. 이건 조치원에서 서울까지의 무궁화호의 운전시간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고, 만약 이걸 지선으로 연결해서 10~15분 정도에 시내에 접속시킨다면 소요시간은 사실상 10분 내외 차이, 접근성과 환승시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등이상이 가능해집니다. 한번정도는 검토해볼만한 대안인데 이제야 들고나온건 좀 때늦은 느낌이 있달까.
다만 현실적으로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경부선은 이미 포화지경인 상태에서 ITX든 무궁화든 전동차든 더 꼽아넣을 틈이 없다는데 있습니다. 실용적으로 충분히 무리가 없는 배차간격인 시간당 1왕복, 산술적으로는 하루 36~40편의 열차를 투입해야 할건데, 지금 경부선 계통에서 금천구청 위로 올릴 수 있는 편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될겁니다. 기존 서울역 착발 급행과 광명셔틀을 삭감해서 공간을 최대한 만들어넣는다고 해도 하루 10회 정도도 확보하기 어려울거라 봅니다. 이걸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KTX 시내 전용선이 확보되어야 가능하고, 이렇게 된다 해도 정작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착발처리능력 한계가 있기 때문에 KTX가 차지하는 용량분을 돌린다 해도 하루 40편 언저리에서 포화가 다시 찾아오게 될 가망이 높습니다.
여기에 경부선 의외의 용량부족 구간인 천안~조치원 구간에서도 경합문제가 생깁니다. 지금 천안~청주공항간 복전화를 추진하면서 경부선 복복선을 확보하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만, 단 1역간, 서창신호장에서 조치원 구간은 복선으로 남겨지고 여기에 40편 정도를 추가할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충북선이 조치원에서 빠지고, 충북선 시멘트 화물도 이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여력이 충분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내판역 분기라는 현재 안 대로라면 조치원~내판 구간의 용량도 문제가 될거라서 이 트래픽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검토가 있어야만 할겁니다. 그냥 붙여놓으면 장땡이라고 하다가 조진게 경의중앙선인데, 여기도 비슷한 문제를 겪기 좋달까.
여기에 건설 가능성에도 문제가 있는데, 일단 세종시 도시계획 상 시내 중심지에 철도역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시피 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하로 건설하는 안이 나온다면 사업비에서 완전히 박살이 날 수 밖에 없으니 사업비를 절감할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림으로는 뭐 노답 그 자체랄까. 좀 소소한 문제지만, 오송역 수요를 감퇴시켜가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존선 사업을 철도공사가 적극적으로 하려 들까도 문제고 말입니다.
다만 그래도 안을 발전시켜 본다면 KTX세종역에 강호축 연결선을 묶으면서 경부선축 일반선 열차를 받아오는 식으로 세종 종합역을 만들고, 회차처리를 위해서 공주 시가지 북측까지 선을 연장해서 공주 시내역을 추가하는 안 정도는 밀어볼 수 있을거 같기는 합니다. 도시계획을 좀 고쳐서 역세권 개발을 어느정도 끼워야 하고, 이정도 대규모 건설이 현재 구상지점에 가능한지도 털어봐야 하긴 하겠습니다만서도. 물론 직접 시내 한가운데 들어가는 안보다는 떨어지지만, 선로를 건설한다면 최대한 활용도를 끌어내는 안을 추진하는게 나을테니 이런 방향도 검토는 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