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씩 지연이 속출하고 있는 경부선 덕에 신년부터 통근이 빡세졌습니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가 아주 안좋은 개정이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문제는 전동열차가 몰려다니고, 급행덕에 지연이 상례화되는데 있습니다. 장거리, 그리고 거점역에서 타는 이용객이야 급행이 늘고 빨라졌으니 큰 불만이 없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역의 이용객에게는 배차악화와 함께 완행이 더 느려지는 부담이 생겨났기에 지연이 안되더라도 불만이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여기에 지연이 상례화되고, 시격 관리가 개판이 나다보니 혼잡도가 더 악화되어서 상황에 기름을 붓고 있달까 그렇습니다.
부본선 통과 방식을 도입한거 자체는 그리 나쁜 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급행운전에서 추월을 못시키면 결국 꼬리물기 급행으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운행하는건 이용객 입장에서도 불편함이 있을뿐더러, 잦은 가감속으로 차량정비나 운행관리에도 부담이 가는 부분은 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이런 운전을 압박하다 보면 정지신호를 넘어가 추돌사고를 내는 관행이 만성화되기 좋고 말입니다.
문제는 부본선 통과를 계획한다면 최대한 고속통과가 가능하도록 시설을 맞춰야 하고, 또한 시간표 면에서도 기존 본선 통과에 비해서 적정한 대피시간 내지는 통과시간을 부여하는게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이 둘 모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문제가 있습니다. 안그래도 완행의 러닝타임 관리때문에 여유시분을 대폭 삭감해버린 듯 한데, 대피시간도 비정상적으로 부여해 놓아서 그야말로 엉망이 되어버렸달까 그렇습니다. 시간표 상으로 군포나 금천구청에서 대피 시분을 2.5분 언저리를 부여해놓았는데, 급행열차를 이용해 본 결과는 각 역에서 부본선 통과에 최소 4~5분을 소요해버리고 있다보니 대피가 걸리는 시점에서 5분 이상의 지연이 당연히 누적되어버리게 됩니다. 여기에 광운대로 일괄 연장을 한거 까진 좋았는데, 이렇게 지연으로 꼬인 상태에서 차가 몰리다 보니 반복시간에 회복도 안되고, 오히려 몰려온 열차들 덕에 반복처리에 지연이 계속 누적되는 현상이 생기는 걸로 보입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해결책은 대피시의 정차시간 재조정을 하는게 필요할겁니다. 장시간 정차의 압박이 심대하기는 하지만, 정상 시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간격조정을 좀 하는게 현재로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봅니다. 경부선은 그나마 서동탄/병점 착발로 간격 정리를 할 수 있고, 급행을 등시격으로 배차해 넣는 원칙을 잡고 있으니 이걸 이용해서 신창/천안 착발 또는 광명셔틀이 원칙 부본선 대피를 하는 걸 원칙으로 잡아가는 방향으로 패턴화를 하는 걸 검토해 봐야 할겁니다. 물론 말로는 쉽지 조정 자체는 굉장히 힘든 일이 되기는 할겁니다만.
그리고 완행측의 시간 삭감을 어느정도 롤백해서 지연 회복의 여지를 맞춰줄 필요가 있다 봅니다. 이건 대피시에 회복 여유를 충분히 주고, 애로구간에 대해서 여력을 할당하는 걸로 가능할거라 봅니다. 완행측의 총 운전시간이 좀 늘어지는 문제는 생기긴 하겠지만, 급행열차에 접속해 환승하는걸 당연히 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봅니다. 특히 수원 이남에서는 기존 급행이 이렇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큰 저항감 없이 적용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
여기에 좀 후퇴한 안이 되겠지만, 신창착발 열차에 대해서는 간격 적정화와 차량운전시간 절감을 위해서 구로착발이나 노량진 착발, 아니면 지상서울역 착발 같이 구간단축을 하는 극약처방을 좀 잡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경인선의 미세 삭감이 이루어져서 부담이 경감은 된 거 같기는 하지만, 구로 위쪽으로 완행선에 걸리는 부하가 커서 지연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 느낌인지라.
그리고 운전정리 기법의 고도화가 좀 필요하다고 보는데, 일단 과거 1선 경유로 운전하던 걸 활용해서, 새로 회복용 구간을 지정해서 적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군포나 의왕부터 수원까지는 1선으로 운행하더라도 금정역과 달리 정차에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으니, 일단 이 구간을 지연시의 추월 포인트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외에 안양~금천구청 구간 역시 1선을 활용할 여지가 있어서, 지연 상황이 생길 경우에 활용해 보는 걸 검토해 볼 수 있을겁니다. 물론 1선과 2선 사이를 오가는데 속도제한이 빡빡하고, 일반열차가 운행하기 때문에 활용가능한 슬롯이 적기는 하지만, 유사시 활용 대책으로는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 개선책을 뽑는다면, 건설에서 해결을 봐야 할거라고 봅니다. 매몰비용 논란이 있긴 하겠지만 현재의 군포역 부본선 분기기 규격을 45 속도가 아니라 본선에 맞먹는 80~90정도까지 올릴 수 있는 고속분기기로 교체를 해야 할겁니다. 이걸 왜 이렇게 공사를 안했는지가 굉장히 미슷헤리한데, 이미 사용실적이 충분히 있는 고속분기기를 적용했다면 통과시분을 현재의 절반 정도까지 맞출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2.5분 대피 다이야를 거의 충족시킬 수 있게 됩니다. 또한, 1역 앞두고 대피해서 생기는 정차역 안배의 불합리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고 말입니다. 아예 일본에서 근래 잘 써먹는 아예 외측에 통과본선을 두고, 내측 정차본선을 분기선으로 배치하는 극단적인 배선까지는 안가더라도, 고속분기를 적극 활용했다면 이런 문제는 충분히 완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고속분기화는 기존의 1~2선 사이의 건널선에도 좀 적용할 필요가 있는데, 앞서 말한 1선 활용 회복운전 구간에 맞춰서 넣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안양이나 군포, 수원 등지에서 60이상의 진출입 속도를 확보한다면, 특히 진입단에서 그정도 속도를 내 줄수 있다면 그만큼 운전상의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통과속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급행운전의 중요한 포인트인걸 생각하면 어디를 개량할지를 핀포인트로 잘 잡아내서 시도하는게 필요하다 봅니다.
이외에 금천구청역의 승강장 신설을 통해 아예 본선 통과, 부본선 정차로 구조를 개선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마침 역사 복합개발이 이야기 되고 있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현재의 화물취급이 폐지된다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 승강장을 급행 및 광명셔틀 전용으로 돌리고, 부본선 측에 승강장을 신설해서 완행을 전담 정차하게 한다면 통과 시분을 기존의 급행과 동일하게 맞추는게 가능하고, 완행쪽 또한 1~2분 정도의 추가 운전시분을 설정해 넣어서 장시간 정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됩니다. 홈이 분리되면서 동일홈 환승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기지만, 어차피 상시정차역이 아니니 안양같은 곳에서 이렇게 하는 것 보단 문제가 되지는 않을거고 말입니다.
그리고 더 장대한 구상이 들어가야 하긴 하지만, 구로~영등포 구간에 대해서 선로증설도 고려에 올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전에 떠든 적이 있지만, 구로~신도림 간에 완행선을 복선에서 3선, 즉 복단선화 하는 걸 고려했으면 합니다. 선로부지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단선 한가닥은 신도림역 완행선측 상행 승강장을 대개축하면 가능은 할걸로 보이고, 이 방식을 통해서 신도림까지 상행을 병행시키면 지연부담을 많이 덜 수 있을거고, 배선 여하에 따라서는 구로 종착을 신도림 종착까지 올려서 혼잡개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 영등포 쪽으로는 현재 광명서틀 착발열차를 절취식 승강장 구조로 돌려서 반복운전하도록 개량하고, 급행선 측 배선을 2면3선+절취승강장 구조로 개선한다면 역시 시종착 내지는 대피취급을 실시할 수 있게 되어 구조개선이 가능해 집니다. 승강장 길이가 15량 정도 수준까지 길어지는 문제는 있기는 합니다만 시설물 구조만 잘 뽑고, 또 안전문 설비를 완비하는 조건으로라면 안전확보나 편의 확보는 큰 문제가 없을거라 봅니다.
이번 파행은 건설과 운영의 손발이 안맞는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실행과정에서의 무리가 많이 겹쳐져서 대실패가 된 감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기존선 급행화를 추진함에 있어 무엇을 고려해야 하고 또 어떤 점이 민감한 지점인지를 한번 제대로 겪어봤다는 점에서는 가치있는 실패라는 생각은 듭니다. 단순히 누굴 처벌하라고 외치기 전에, 이 경험과 교훈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돈주고도 못해보는 실험을 제대로 한 셈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