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일의 고속철도 서비스인 아셀라 익스프레스의 후계차량이 반입이 개시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경부터 되네 마네 하면서 시작했다가 사업자를 정해서 예정일을 잡은게 2020년이었고, 결국 영업개시는 1년정도 지연된 2021년 정도가 될거라고 이야기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대가 바뀌는게 느껴지는 한 장면이라 할겁니다.
사실 전용구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제한속도 70km/h를 받는 구간까지 통과하는게 현 아셀라가 다니는 NEC구간입니다만, 그래도 중간에 200km/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고 상당한 장거리를 도로보다 빠르게 항공과도 경쟁가능할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화물열차에 치이고 정치인들의 지역 노선 유지 압박에 끌려다니느라 늘 적자체질인 앰트랙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이라 할만한 수익노선이기도 합니다. 이런 야심이 많이 보이는게 저 신형 차량의 구성이라 할겁니다.
우선 신형 차량은 편성을 2L+6T 조성에서 2L+9T조성으로 늘려서 304석이던 좌석을 386석으로 약 25% 증가시켰습니다. 열차장 증가는 걸리적거릴게 많고 승강장 연장같은 문제가 따라오는지라 쉽게 하긴 어렵지만, 기존에 장대열차가 다니던 구간이다 보니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던걸로 보입니다. 차량 인테리어는 근래의 추세에 따라서 콘센트와 USB 충전포트가 각 좌석에 설치되었다고 하고, 와이파이 제공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장애인 대응은 기본이라 할 수 있을거고, 이외에 유럽에서 쓰이는 좌석 예약 현황 LCD가 좌석 상단에 적용되었습니다. 이외에 좀 재미있는 건 식당차 부분인데, 근래 식당차 영업은 간소화하거나 폐지하는게 추세지만, 아셀라는 기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거라고 언급이 되는 점이 좀 미국답다고 해야할까 그렇습니다. 고용문제나 서비스 취향의 문제가 있다 보니 꾸준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차량은 기존 차량이 봄바르디어와 알스톰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240km/h 대응 차량이었는데 비해서, 이번 도입되는 차량은 알스톰 단독 공급으로 Avelia Liberty라는 명칭을 부여받았고 최고속도는 350km/h 대응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차량 형상으로 보아서 틸팅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고속운전에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듯 싶고 아마 기존선 구간에서 쓰려는 용도로 보입니다. 기존 차량이 워낙 육중한 차중과 틸팅기능 때문에 관절대차를 채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차량은 과감하게 관절대차를 채용한게 눈에 띕니다. 아마도 그만큼 혹독한 경량화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반면에 동력방식은 기관차 양단 견인을 유지하고 있는게 특징인데, 아마도 기존의 설비나 작업방식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고, 비용 면에서도 동력방식 변경이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게 아닌가 추정이 들기는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된건 충돌에너지관리(CEM) 문제가 컸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객차쪽에서도 설계가 더 들어가기는 해야하지만, 선두차 하나만큼 공간을 벌어놓는게 그만큼 유리해서가 아닌가로 보입니다. 선두 디자인이 좀 과격해진 것도 350km/h운전에 맞는 공력설계 적용과 함께 CEM을 위한 기구가 대폭 적용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차량을 워낙 견고하게 만드는데다 오래전부터 스테인리스 차량이 흔히 쓰여서 차령을 30~40년 이상 쓰는 경우가 흔하고, 심한 경우엔 50년 이상 묵은 차량도 종종 보이는 동네입니다. 앰트랙의 경우는 출발 자체가 각 대규모 철도회사의 부실화된 여객 사업부를 이어받아 만들다 보니, 차량 부문에서는 정말 뽕을 뽑도록 오래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셀라 만큼은 이번에 확실히 교체를 하려는 의지가 만만하다는 점은 주력 사업이 가진 무게를 잘 보여준달까 그렇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어렵고 고전한다 하더라도, 간판 사업부 만큼은 최신형 기재를 적용하고 시대에 맞게 서비스를 일신해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철도사업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국 답게 국내에서 각지에서 조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걸 강조하는 건 당연히 따르는 일이고.
P.S.: 저 갑종차량수송에서 재미있는건 기관차를 앞뒤로 물려서 운행하고, 그 사이에 구태여 객차(선두쪽은 객차+소화물차)를 끼워넣은 점일겁니다. 제동 어댑터나 연결기 어댑터 목적이 없진 않아보이지만, 소화물차가 끼어 있는건 아마도 고장이나 여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관차도 화물회사의 것이 아니라 앰트랙의 자체 기관차를 동원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갑종회송보다 엄중하고 준비태세가 강한데, 도중에 지원을 받을만한 역이나 처소가 없다보니 저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화물회사 선로를 빌려쓰는 입장이다 보니,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다가는 비용문제가 심각해질테니 방어가 철저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