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여객수요가 정상수준까지 회복하려면 올해 전부가 걸릴거 같고, 마침 수요의 피크점을 지나 온 상황이 되다보니 철도의 경영상태가 상당한 과제가 될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미 항공쪽은 출입국 규제의 국제확산과 수요감퇴로 인해서 사실상 괴멸 수준의 타격을 입고 있는걸로 보이고, LCC붐은 확실히 이번에 꺼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게 다시 금융이나 고용, 거시경제 전반으로 번져나가서 수요 기반 자체를 크게 꺾어버리는 상황으로 번질걸로 보이고, 아마도 수 년 정도의 오랜 구조조정의 세월을 겪을거라 보이입니다. 반면, 철도는 비교적 필수교통에 가까운 면이 있어서 이보다는 낫긴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1~2년 정도의 후퇴는 각오를 해야 하지 않을까로 생각이 듭니다.
이 상황에서 왜 감축운행을 검토하지 않는가 라는 이야기는 나옴직 합니다. 사실 저정도 수요감축이면 열차편의 30% 정도는 감축운행을 하더라도 수송력에 문제는 없을거라 보이기도 하고. 근래 방역대책으로 사회적 간격 유지라는 이슈가 있고, 열차에서도 가능한 간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창측 우선배정 같은 시책을 하는 중이라고 하지만, 이거 때문에 감편을 하지 않는다는 건 여러모로 전후가 엉킨 이야기라 생각되기는 합니다. 당장에 수천억의 적자가 더 증가할 게 뻔히 보이는 와중인데 고비용 수송을 하느니 수송을 억제시키고, 아예 감편을 적극 시행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도 드는 면이 있습니다.
실은 열차 감편은 그리 간단하지 않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할겁니다. 일단 열차를 하나 빼기 위해서는 그 열차에 충당되는 차량을 통으로 빼야 하니 1왕복에서 2왕복 정도가 빠져나가야만 하게 됩니다. 이게 시간대가 적당하게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대개 아침에 이용객이 많은 차는 오후에는 여유가 있고, 오후에 이용객이 많다면 대신 아침엔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운행을 하는 그런 식으로 짜여지게 됩니다. 또 그 역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비첨두 시간대 열차를 몇개 뺐더니 피크시간대에 열차들이 우수수 강냉이 털리듯 빠져나가게 되는 현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다면 차량을 좀 더 여유있게 운용하거나 운행구간을 단축하거나 하면 안되나 생각하기 쉬운데, 문제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빠듯하게 맞춰놓은 인력이나 설비때문에 이렇게 하면 또 인력운용의 비효율이 생기거나 해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단적으로 승무원은 어차피 상시 고용을 해야 하는지라 규정된 근로조건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동하도록 하는게 기업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운행구간, 시간대가 변하면서 승무원의 투입 또한 틈이 늘어나고, 비효율이 늘어나게 됩니다. 역이나 기지측의 인력 또한 이와 비슷해져서, 구내운용이나 검수인력 배치에 허점이 생기거나 하게 됩니다.
아예 장기간, 예를 들어서 3~4개월에서 1년 정도의 운행조정이 전망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감내하고서라도 감축 조정을 실시하고, 어느정도 시간을 들여서 최적화를 해볼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얼마나 갈지도 예측이 어렵고, 장기조정을 하는게 맞는가 라는 상황에서는 할 수가 없는 결정이랄까 그런 면이 있습니다. 또 한번 체제를 바꿨다가 다시 정상화에 맞춰서 변경을 하는 것은 그만큼 또 비효율과 고통이 따르는 과정이 될수밖에 없고.
그래서인지 한국철도에서는 사실상의 정기열차지만 실질적으로 임시열차 편인 관광열차들을 대거 운행정지시키는 정도에 그치는 소폭 조정으로 정리를 한 걸로 보입니다. 이런 열차들은 일단 정규사업 외로 추가로 승무원이나 정비인력을 투입하는 구조에 가까웠을테니 일단은 이정도까지만 조정을 한 걸로 보입니다. 아마 추가적 감편을 한다면 주말 증강편들을 잠정 중지하는 정도가 단기적 처방의 전부일 수 밖에 없을거라 봅니다. 다만, 이정도를 하더라도 수입감소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측의 지원대책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에는 올해 실적은 참담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뭐, SR잘라내기를 고착화 시키려고 배째라를 하는 국토부의 지리멸렬 리더쉽을 보면 국철이 뒈지든 말든 이게 다 방만경영™, 강경노조™ 때문이다만 앵무새처럼 옹알거릴거고, 경영개선이고 나발이고는 되는게 없긴 할겁니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