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경영노오오력이 부족하다를 외치는 자가 있다면 정신줄을 놓았다고 해도 틀림이 없을건데, 지난 경제위기들에서 보였다시피 위기상황에서 긴축과 내핍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필요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으로서는 관련 공급망의 기업들, 근로자들, 그리고 이용객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체적인 적자개선 노력에도 정도가 필요한 그런 긴급 상황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운임인상이나 요금조정, 매출 개선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일단 노력 대비 이득이 나올 가망이 지금 상황에서는 극히 적을 뿐더러, 그 행동에 따른 결과가 반사회적일 수 밖에 없다는게 문제가 될겁니다. 물류 정도만 좀 예외적이긴 하지만, 이쪽 또한 거시경제가 급랭하는 상황에서는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지라 노력만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라 할겁니다. 구내영업이나 임대 또한 같은 흐름이 반복될 수 밖에 없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요율을 올리다가는 반사회적 기업 소리를 듣게 될거고 말입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주머니를 열 수 있는건 정부 뿐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대신해서 철도공사의 남는 표를 다 사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시피 하고, 아예 기부나 증여를 하는 것 또한 정부 재정 규율에 있어서 많은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을겁니다. 따라서 뭔가 정부가 철도공사에 대해서 거래를 하는 요소를 찾아서 그 거래의 요율을 바꾸는 방법 외엔 생각하기 어렵다 할겁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수 있는 정부와의 거래 중 굵은 것은 두 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공공서비스의무에 대한 보상액이고, 다른 하나는 선로사용료, 그 중에서 일반철도 선로사용료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발생실적에 따라 지불하는 것이기에 딱히 더 주고 덜 주고를 인위적으로 할 방법이 마땅찮은 면이 있습니다. 특히나 98년도 이래 처음인 연간수송량 감소 상황에서는 비례적으로 공공서비스의무 보상액은 감소될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결국 대안은 선로사용료의 조정에서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고속철도 선로사용료의 경우는 불행히도 매출연동으로 걷어가고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시설공단이 가진 고속철도부채상환의 재원이기에 정부가 직접 개입해 만지기에는 너무 파급이 크다 할겁니다.
결국 남은건 유지보수비용에 대해서 일정비율로 걷어들이는 일반철도 선로사용료 외엔 건들만한 요소가 없다 할겁니다. 문제는 요율 자체를 건드는 것은 장래적으로 재정부담을 계속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재무적인 면에서 상당히 꺼려지는 선택일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하지만, 일반철도나 고속철도나 요율이 너무 높다는 비판은 진보 블록에서 꾸준히 제기되던 사안이고, 사실 투자원본의 회수를 전제로 선로사용료를 매기는 경우는 일본에서조차 요즘은 거의 검토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또한 원래 상하분리 조건하에서의 선로사용료 제도 자체가 수단간의 동등경쟁(equal footing)을 장려하기 위해서, 사회가 일정부담을 하도록 기획된 제도에 가까운 건데, 한국에서는 굉장히 짜게 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그 개선은 필요하던 타이밍인지라,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조정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할겁니다.
한편, 요율의 미세 조정만으로는 금년도의 당기순이익에 미칠 데미지는 충분히 커버가 되지 않을 뿐더러, 금년도의 적자는 결국 부채로 누적되어 금융이자로 계속 적자부담으로 작용하게 될겁니다. 그렇다고 금년도의 데미지를 전부 커버할 만큼 요율을 낮추게 되면 앞으로는 정부가 보조를 잔뜩 주어서 다른 경영합리화 노력을 눈가림하게 되는 만큼, 이 거중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할겁니다. 여기서 좀 생각해 볼건, 올해는 2차 추경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1회성으로 올해의 선로사용료를 최대한 경감하는 특별조치를 실시하고, 이후 내년도 부터의 선로사용료 요율은 장기 균형을 감안해서 경감하는 방식을 추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이걸 정하는 건 꽤 복잡한 논의가 필요는 하겠습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