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에 문제였던 경부선 급행 개정의 버그패치가 단행되었습니다. 일단, 3주 간의 흐름을 보면 과거 급행 대피와 이에 따른 연쇄로 지연이 계속 확산되는 현상은 거의 없어졌고, 아침시간의 승하차 지연 누적 현상 정도에서 어느정도 틀어막히는게 보입니다. 금천구청역 대피를 전폐하고 수원 위로는 군포 대피만 실시하는, 사실상 꼬리물기식 급행운전이 기본이 되긴 했지만 이게 밸런스 면에서는 차라리 나았던 걸로 보입니다. 아직 주말엔 2역 대피가 여전히 운용되고 있고, 덕분에 배차간격이나 지연 문제가 여전한 느낌이지만, 중요한 평일에는 안정화가 확실히 된게 체감됩니다.
다만, 대피횟수를 삭감한 건 급행 이용객에게는 좀 아쉬운 부분이고, 특히 급행 개정의 핵심원인이었던 금정에서는 추월운행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느정도 불만이 없지는 않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뭐, 그 추월이라는게 금천구청에서 통과시분만 3~4분씩 까먹는 저속 추월이 되다보니 이것도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이외에 좀 볼만한 포인트는, 셔틀 내지는 주간시간대의 입출고 형태로 구간열차를 증강한 부분입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병점-천안 반복 셔틀을 낮시간에 8왕복 정도 설정한 부분입니다. 병점에서 역방향 반복이 이뤄지기 때문에 운전면에서는 꽤 불편함이 있고, 또 접속 문제가 늘 만족스럽진 않을거라 예상되지만, 급행으로 인해 배차가 벌어지는 걸 어느정도 메꿔주는 점에서 가치는 있다 할겁니다. 이외에 하행 단 1편이지만, 18시 17분에 설정해 넣은 구로발 서동탄행 열차도 주목의 가치가 있습니다. 하행 수요가 폭발할 즈음에 수완좋게 하나를 꺼내 넣은 덕에 혼잡해소와 함께, 승하차 지연 누적이나 장애로 발생하는 배차 공백을 메꿀 여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잘 뽑아낸 열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 경원선 쪽에서 의정부 시발의 경부선 열차를 새벽시간에 잡아넣은게 좀 눈에 띄는데, 시청에 도착하는 시간대가 7시대로 통근용 치고는 좀 많이 이른 느낌이 있습니다. 이건 통근대책 면이 있지만, 차량운용에서 경인선 충당차를 죄다 동두천이나 소요산까지 올리느라 구간열차가 비고, 또한 광운대에 입출고와 반복이 집중되어 차가 엉키는 걸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땜질로 보입니다. 계통의 일관성이 좀 흐트러지기는 하지만, 어차피 동종차량을 쓰는 상황에서는 이렇게 채워넣는 것도 방편이 되기는 하는지라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조조, 심야시간대라면 이건 운용의 묘를 잘 살린 경우기도 한지라.
급행 개정에서 사실 어려움을 겪은 데에는 시설 설계에서 너무 싸게 만들려고 들다가 이도저도 아닌 35짜리 통과부본선을 만들어버린게 가장 크긴 한데,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낡은 4현시 ATS신호에만 의존하는 현 신호 시스템과, 도중 반복 요구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거점역 배선구조 같은걸 들어볼 만 합니다.
일단, 신호 문제는 ATS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인데, 4현시라고 해도 정지나 감속(45제한) 외에는 보안동작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는 낡은 방식이어서, 기껏 고번분기기를 설치하더라도 45제한 이상을 넘기는 운행을 허용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되어 있고, 또한 이리저리 보안동작시의 여유거리를 잡아넣는지라 신호를 넘어서 부본선을 달리면서도 45제한을 계속 받고 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ATP라면 좀 더 융통성있는 제한속도를 설정할 수 있고, 45제한을 받는 F12나 55제한의 F15 분기를 넘어서, 65~70제한의 F15 양개분기나, 아예 90까지 제한속도가 올라가는 F18.5분기를 적용해서 통과속도를 개선할 수 있을겁니다. 여기에, 신호가 잘 되어 있으면 제한속도를 정밀하게 설정해 넣을 수 있는 만큼, 지연 파급을 최소화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물론 신호를 고도화하는데에는 상당한 투자가 소요되는 만큼 쉽게 결단하긴 어렵지만, 이미 지상측은 KTX나 간선열차때문에 ATP신호가 광범위하게 적용중에 있는 만큼, 신규 도입 전동차에도 ATP 장비를 올려놓는다면 충분히 이런 성능을 살릴 수 있을겁니다. 실제 경강선 전동차는 이전에 승차할때 경험으로 ATS가 없는 ATP기반으로 다니고 있어서 전동차에 적용하는데 문제가 있는거 같지도 않고 말입니다. 지하철들이 신호시스템을 개장하면서 고생한 게 있다보니 쉽게 할 일은 못되겠지만, 1호선 축은 앞으로 한동안 과밀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만큼,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구내 배선구조 문제는 한두군데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고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긴 하지만, 일단 경원선 쪽에서는 광운대 외에는 다들 부본선을 활용한 반복운전을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반복지연이 확산되는 문제가 있었고, 경부선 서울 시내구간 역시 용산 아니면 구로 정도 외에는 반복을 대량 처리할 데가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 구간열차를 설정해 넣어도 이래저래 지연 파급이 지속되는 약점이 남아있었습니다. 따라서 좀 더 본격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구내개량을 적극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일단, 구로의 경우는 이전부터 주장했지만, 급행선쪽에 Y선을 설치해서 반복시의 구내 혼잡 문제를 해결하던가, 아예 완행선쪽으로 구로~신도림간의 3선화를 추진해서 신도림 시종착이나, 상행 완행의 병행운전 같은 걸 걸어보는게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배선을 극혐하는 경향이 있지만, 평면교차가 빈발하는 구간에서는 이렇게 3선 내지는 교차 대기를 위한 일시 대기선로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이외에 영등포도 광명셔틀 발착 승강장을 해외에서 종종 보이는 절취형의 4량 전용 승강장으로 변경하거나 인상선을 어떻게든 끼워넣는 식으로 바꾸고, 현재의 발착 승강장을 급행 하본선으로 써서 중선을 하나 끼워넣는 개량을 해볼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광운대역의 반복능력을 지금보다 개선하기 위해서 승강장 배분을 다시 해서 현 경원 상선 및 제자리반복용 승강장을 아예 반복 전용으로 돌리고, 경춘선 승강장을 경원 상선용으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다만 이때 하행 반복만 처리할 수 있는 배선이 아니라 상하행 양쪽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배선으로 고쳐둔다면, 또 하선쪽은 기존의 인상선과 본선을 바꿔서 포입식 Y선으로 바꿔서 최대한 처리용량을 치우는 방향으로 하면 개선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경춘선 승강장이야 어차피 입출고용으로만 쓰다시피 하고, 망우선 경유 전동차는 하루 2왕복으로 실적이 저조하니 아예 확실히 이렇게 정리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긴 할겁니다.
그외에 수원발착 KTX사업때문에 조만간 할 걸로 보이지만, 수원에 서울방향 Y선을 설치하고 KTX 외에 병점-천안간 구간셔틀의 수원연장을 꾀해보는 것도 검토해 볼만 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교차지장이 생기니 자주 써먹기는 어렵겠지만, 의왕까지 올리는건 더 무리수가 더 크고, 어차피 천안~병점구간의 수요는 결국 천안, 수원, 평택 3개역의 착발수요가 비중이 큰 만큼, 수원까지만 올려도 체감 배차개선 효과가 확 커질 수 있을겁니다. 선로 사정을 봐야겠지만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