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앞쪽 내용은 그런대로 수긍갈만하고 대개 보도에서도 다루는 이야기이긴 한데, 역시 버릇 어디 안준다고 뒤에 멍청하게 견강부회하는 이야기를 끼워서 논리적 정합을 다 까먹고 있단 점에선 역시 조선이 조선했네 할 수 있는 기사입니다.
경영문제가 심각한 건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적자 1조원 이야기는 사실 철도개혁 관련한 이야기를 훑던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숫자인데, 2000년대 국민의 정부 시절에 철도민영화 피치를 올리면서 만든 논리중 하나가 이대로 가면 철도적자가 1조원을 돌파하게 된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고, 2012년에 경쟁체제 논란이 불거질때도 1조 가까운 적자라고 주장하면서 개혁없이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떠들어댄게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적자는 이런 철도효율성 문제와는 전혀 다른 기원의 문제지만, 1조 적자의 키워드로서의 위력은 어마어마한 부분이 있으니 머리속의 비상회로가 점등되지 않을 수 없다 할겁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비구조적인, 말 그대로 인류 사회 자체의 리스크가 현재화되어 터진 것이다 보니 비용절감이라는 대책이 반드시 적절한 대책인가 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뭐 이건 경영진의 고민이자, 정부의 정책문제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고,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내부적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업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좀 핀트가 안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과거 저 또한 종종 강조하기도 했었고, 해외 사례에서도 과도한 철도건설이 사업수지 자체를 뒤흔들어 철도사업 자체를 패망시키는 문제가 있는건 종종 지적됩니다. 일본이 대표적이라서, 70년대에 고속, 화물, 지방노선 투자부담 덕에 한해 매출의 40%가까이 시설투자에 꼴아박히는 수준이었고 그게 결국 경영실패의 한 원인을 제공했단 이야기는 종종 해왔던 이야기고 말입니다.
물론 한국의 철도건설 투자제도는 민자BTO사업이거나, 고속철도 사업이 아닌 이상에는 기본적으로 재정사업으로 진행이 되고, 운영부문에서는 건설사업에 직접적으로 투자부담을 지지 않기 때문에, 20세기 후반의 해외 국철들의 실패나 철도청의 재정난과는 좀 류가 다릅니다. 즉, 건설투자부담이 직접 경영을 잠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유지보수부담이 선로사용료 등의 형태로 전가되고, 노선 자체의 수요조건 불충분으로 생기는 적자, 그리고 차량 및 영업시설 투자에 다른 적자 문제는 운영이 부담하는 구조라서 간접적으로는 건설투자 부담이 전가되는 건 맞기는 합니다. 그걸 우려할 수는 있기야 합니다...만.
문제는 기사에서 금년 개통 8개 노선을 적시해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적시된 노선들이 전부 영업부담에 직결되는 노선인가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불요불급이라고 까지 이야기를 하기엔 많이 이상한 이야기랄까.
일단 올해 중 개통 8개선 중에서 철도공사 경영이 확실한 것은 기 개통되어 언급이 안된 강릉삼각선과 경의선 문산~임진강 간 전철, 그리고 아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 울산신항선 3개를 빼면, 원주~제천 복선전철, 익산~대야 복선전철, 군장산단 인입철도, 대구선 복선전철, 수인선 수원~한대앞 복선전철 까지입니다. 여기서 순수한 신설선은 군장산단 인입철도와 울산신항선 두개 뿐이고, 나머지는 시설개량에 가까운 사업들입니다.
시설개량 사업도 불요불급한데 투자가 들어가니 AUT! 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걸린 사업들 대부분은 과거의 구식 단선을 복선으로 대체하는 사업들입니다. 이런 단선은 기본적으로 도중 교행을 위해서 무수한 분기기와 신호장, 역을 설치해야 되고, 이를 취급할 담당계원이 배치되어야 하는 운영면에서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단선철도는 기본적으로 교행을 위해서는 정차를 필수적으로 끼고 있어야 하고, 이에 따라 시간 로스가 상당히 발생하는지라 열차 회전율이나 승무원 인건비 면에서도 로스가 생기고, 또 재래식 단선철도라면 선형불량, 부실한 토목시설, 구식의 설비조건에 따른 인력에 의존하는 보수 등으로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노력도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이걸 복선전철로 바꾼다면, 당장에 차량운용면에서 난조건 하나가 풀리고, 도중 신호장과 역이 최소화되는데다, 관제 등의 업무량이 줄어드는데다, 신규시설화 되면서 유지보수의 기계화나 생력화, 자동화도 진척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비 투자만큼은 아니지만 운영의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개량선 자체가 속도개선을 얻는 만큼, 역의 대대적인 이설이나 폐지, 로컬 서비스의 삭감같은 이슈가 없는 한에서 장거리객에 메리트가 커지는 만큼 영업성적 면에서도 대개는 플러스가 되기는 합니다.
위의 열거한 사업들 중 원주제천, 익산대야, 대구선은 다 이 개량선 사업들입니다. 물론, 개량은 하지만 실제 열차증강에 이어지려면 여러 문제가 있는 것들이라 건설투자가 애매하다 이런건 있습니다. 익산대야의 경우는 장항선 기존구간 중 신성~주포간의 개량이 삽도 못뜨고 심각하게 딜레이되고 있어서 기껏 개량해도 장항선 정시성 향상이나 속도개선 효과가 미미하단 문제가 있고, 대구선 복선전철의 경우는 정작 개통하고서도 구식 열차만 다니게 생겼으니 당장의 비용절감은 있어도 영업성 개선은 미미하단 아쉬움이 있습니다. 뭐 애초에 포항에 10년 빨리 KTX를 넣겠단 욕심으로 연결선을 따로 질러놓아서 생긴 일이기는 합니다마는. 그나마 중앙선 원주~제천간 복선전철 개량은 중앙선의 양대 애로구간이었던 치악 지구와 죽령 지구 중 치악 지구의 애로를 없애는 거기 때문에 당장에 개량선으로 얻는 효과가 아주 크고, 영업면에서도 수익확대와 비용절감 효과도 상당한 노선이 될겁니다. 뭐, 어찌되었든 건설사업이 끝나고 나서 수 년 내로는 활용하는 투자가 되기는 할테니, 이게 불요불급하다라고 하는건 어폐가 많다 할겁니다.
그러면 남는건 군장산단 인입철도와 수인선 사업입니다. 수인선 사업은 복선전철화 계획 발표와 협궤선 폐지 이후 25년째에서야 완수되는 사업인지라 이걸 불요불급하다고 하면 수원 서부나 안산 상록구, 화성시 사람들한테 쌍욕좀 박힐겁니다. 사업수지면에서 분명히 불리함이 없는건 아니지만, 수인선은 2018년 기준으로 현재 ITX청춘을 제외한 경춘선 보다 수요가 더 많고, 경강선, 동해선 보다 이용객 면에서는 상당히 월등한 편입니다. 95년 기준에서야 영업수지를 기대할 수 없는 외곽노선이지만, 지금에서는 그렇게 말하기가 많이 어렵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국 유일하게 남는건 군장산단 인입철도 하나인데... 아 이건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불요불급 선이 맞긴 합니다. 군산시에서 겁나게 빡쳐할 소리긴 합니다만, 건설착수시점과 달리 지역경제는 침체되었고, 수요도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거 같습니다. 28.6km 짜리 사업을 기껏 하고서 이렇게 된건 실책이건 불가항력이건 간에 굉장히 뼈아픈 결과인건 맞습니다...만, 이거 일단 여객노선이 아니라 화물노선입니다. 사업목적도 그걸 적시해 두고 있고, 그래서 도중역이 없고 신호장이나 신호소 정도만 있는 그런 노선입니다. 이 말은, 화물운영개시는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실제 영일만항선(포항~영일만신항)간의 철도는 개업은 작년 12월에 하긴 했지만, 정작 운영을 개시한건 얼마전의 일입니다. 거의 6개월을 개점휴업상태로 방치되었다시피 했고, 그나마도 발전소를 수화인으로 하는 우드팰릿 컨테이너 사업으로 겨우 본전치기를 한 그런 케이스입니다. 화물분야의 합리화 압박도 크고, 또 화주가 없다면 노선을 미리 설정할 이유도 없다보니 이리 된건데, 저 구간도 그렇게 될 가망이 크다 봅니다. 이 경우라면 개통은 했지만 시설물 자체의 점검과 일상적인 관리 수준 정도로 억제는 되기는 할테니 불행중 다행 정도가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철도건설 사업은 개발년간 처럼 정권의 의지와 예산 집중으로 수 년 만에 해치울 수 있는 그런 사업이 아니게 된지 제법 오래 되었습니다. 다층에 걸친 구상과 계획 단계의 검토만으로도 수 년, 이후 기본계획을 수립해서 완공에 이르기까지는 근 10년 정도의 사업기간이 들어가는 그런 상황입니다. 물론, 과도한 비채산선의 건설은 억제되고 철저하게 검토되어야 하기는 하지만, 한 시기의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이젠 너무 거대한 사업이 되어버렸고 한 정권이 결론을 완전히 내는 것도 이젠 불가능하다시피 되었습니다. 적어도 사업의 검토와 기본적인 준비 자체는 언제가 되었건 늘 깔아두기는 해야 그나마 5~10년 정도 주기에 걸쳐서 건설 투자라도 해볼 수 있는 판이니, 불요불급선이라는 판단을 섯부르게 하는건 건설과잉과 반대되는 건설결핍을 초래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