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재래식의 신호시스템에서 완목신호기와 함께 다뤄지는게 기계식 연동장치입니다. 인력으로 레버를 동작시키면, 각 분기기들이 동작을 하게 되고, 여기에 맞물린 캠과 키 들이 교차하면서 이후 진로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굉장히 구식의 시스템입니다. 일전에 미국의 공압시스템을 인용했었지만, 영국에서는 여전이 저런 기계식 시스템이 현역으로 남아있거나 보존시설로 남아있는 곳들이 곧잘 있습니다. 아래 2012년 영상의 풍경이 그런 사례입니다. 복선구조로 이른바 쌍신폐색기와 동등한 장치를 써서 서로 열차의 진입을 통지하고, 신호기와 분기기를 취급해서 각 폐색신호기를 제어하는 그런 풍경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완목신호기는 있지만, 저렇게 한 신호취급실에 모든걸 집약한 구조는 그리 흔치 않았습니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거니와, 기계적으로 꽤 복잡한 장치다 보니 막 질러댈 만한 여건이 아니었던게 컸던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제2종 연동장치라 해서, 분기기는 각 현장에서 취급하고, 신호는 그나마 집약해서 동작시키는 식의 물건들이 보편적이었습니다....만, 저 대한뉴스 영상 후반은 제1종이라 불리던 집약된 신호취급실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꽤나 귀중한 영상클립이라면 클립입니다.
저걸 어디서 찍었는가를 보니, 지금도 건물이 남아있는 서울역의 북부 구내, 그러니까 경의선 승강장 북쪽 끝단에 있는 폐건물에서 찍은게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도로쪽에서는 간판으로 가려져 안보이지만, 승강장 끝단이나 서울로7017에서는 보이는 건물인데, 위치상으로는 신호관계 시설 아니면 도로측의 노면전차 관련 시설이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위 영상에서 신호취급실인게 확실히 확인이 됩니다. 아마도 건물의 최상부는 유리로 둘러쳐진 레버 등이 집약된 취급실이고, 아래쪽 공간은 연동장치 기계가 들어가 있는 구조였을겁니다. 영상은 단등식 신호기들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완목신호기를 대체해서 전기식으로 동작하도록 개량이 된 상태로, 수색역 정비 이전에 서울역 승강장이 3면 5선에 두단식 1선, 그리고 나머지는 화물 등의 구내로 쓰이던 시절의 광경으로 보입니다.
사실 서울역은 보안시설적인 성격이 있어서 개방하기가 만만치는 않아보이지만, 이 시설물을 일종의 신호기기류 전문의 박물관이나 카페 정도로 개발해서 개방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기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시설로, 해방이전 신호시설물 중에 건물까지 통으로 남은건 이거 뿐인데다, 또한 이런 시설물은 대규모 역에나 설치되던 거라서 의미가 클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