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비슷하게 전언을 듣기는 했지만, 한달 정도 뒤에 보도로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름 중대차한 사건인데도 지역언론에서 한달이나 늦게 인지했다는 거 부터가 참 무상하다 할 거 같습니다. 일개 정거장의 업무개폐는 사소한 사건일지 모르겠지만, 한국 철도의 기원이라 할만한, 그리고 전성기에는 무수한 화물지선이 설치되어 수많은 화물이 다니던 인천역에서 120년만에 화물 취급이 중단되는 사건의 역사적 무게감은 작지 않다 할겁니다.
반쯤 허풍을 심어 최초의 7역이라 말하는 경인선 초도 개업역들 중엔 아직 화물취급이 남아있는 오류동역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왕년에는 거의 200만톤에 달하던 화물이 유동하던, 그리고 근래에도 꽤나 특색있는 화물의 거점이라 할만한 인천이 화물 취급 중단에 이른건 철도물류가 얼마나 한계에 몰려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 할겁니다. 구로삼각선과 용산삼각선이라는 병목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실 열차 횟수를 늘리기도 어렵고, 그리 선형이 좋다고 하기도 그런데다, 인천역 자체부터 시작해서 장대화물열차를 취급하기 그리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사실 코너에 몰려있었다 할겁니다. 그나마 수인선의 화물기능이 제대로 활성화 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아시다시피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니 활로가 전혀 없었다 할거고.
욕심이기는 하겠지만 부정기 화물이라도 취급기능 자체를 전폐하기 보다는 유지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항만이 제대로 연계되는 철도 물류 취급역이 서해에는 제대로 남은 데가 없다시피 하고, 또 군수나 중전기기류 같은 특수한 화물취급은 항만으로부터 양륙해서 내륙으로 가는데 있어 철도가 필수적이다시피 합니다. 또한, 입환용 기관차가 상시 배치되어 있어서 열차 고장시에 동원할 수 있는 주요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화물기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볼 가치는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물론 철도화물 자체가 비채산이다 보니 사업성 확보를 위해서는 뼈를 깎을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나마 수도권 내에서는 몇 안되는 거점을 날렸다는 점에선 많은 아쉬움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아마 이후에는 지자체와 시설부지의 개발이 살살 물위로 올라오기 시작할거고, 방대한 지선과 구내선로를 가진 인천역의 흔적은 주박기지 정도나 겨우 남겨지는 그런 시대가 언젠가는 오게 될겁니다. 바다 근처의 공공소유의 평지, 그것도 전철이 이미 접속되어 있는 부지는 매우 가치가 있는 부지일테니 시일의 문제지 개발이 안될리는 없을거고 말입니다. 어차피 철도 시설물들 중에서 이미 보존 가치가 있을만한 건물이나 시설물들은 한국전 이래로 거의 잃어버린 듯 하니 딱히 보존시설을 둘만한게 있을거 같진 않습니다.
다만, 좀 욕심을 내본다면, 인천역에서 인천 남항까지 이어지는 철도를 관광용 철도로, 가능하다면 소형 증기기관차가 견인하는 노선으로 유지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매연 등의 문제가 생긴다면 CNG를 사용하는 보일러로 만들수도 있을겁니다. 지역 노선으로서의 필요가 있다면 무가선 트램을 혼합운영하고, 도중 교행역을 더 만들어넣는다면 가능할거고 말입니다. 겸사겸사 인천역의 화물취급 시설을 차량기지로 겸용하면서, 이 차량기지를 일종의 살아있는 재현 워크숍으로 박물관처럼 활용한다면 그것도 의미는 있을겁니다. 문제는 재정적으로 절벽에 몰린 상황에서 이런 돈쓰는 사업을 할 수 있냐겠습니다마는.
여하간 역사적 사건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이 잊혀지는 사안인지라 코멘트를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