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꽤 새로운 시도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전기기기 배치입니다. 전통적인 전동차와 달리 판토그래프를 편성 앞머리에 설치하고, 보통 차량 하부에 달리던 주변압기를 천정에 적재하는 변칙적인 설계가 우선 눈에 띕니다.
이는 철도공사 차량으로서는 최초에 가까운 제어동력차(Mc)로만 구성되는 Mc+Mc 구성의 전M차 사양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지하철용 차량 중에 제어동력차는 몇몇 있었지만 철도공사용 차량은 반드시 선두차는 제어부수차(Tc)를 투입해왔던 전력이 있습니다. 이는 전동차라는 차종이 도입된 이래 거의 변동이 없다시피 하고, 차량개조가 들어간 광명셔틀 등의 경우에서도 Mc는 채택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런 관례를 깬 신차종의 도입이라는 점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면 이례적이랄까 그렇습니다.
사실 기술면에서 Mc를 철도공사가 채택하지 않은건 건널목이라던가 외부 장애물에 피해를 입기 쉬운데다, 신호장치를 여러 종류 내장해야 하는 사정상 하부공간에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덤으로 Mc차의 경우엔 단가도 별로 싸지 않고 정비성이 그리 좋지 않을 가망이 높아서 기피되었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 상황이지만 2량으로 편성을 최소화하면서 Tc+Mc 구성으로 바꾸는건 아무리 해봐도 안전면에서 실익이 별로 없는데다, 주행계나 제어계통의 이중화가 안되는 구성이 되어서 운행장애시에는 기관차 열차만도 못한 구성인지라, 그리고 차종만 불필요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어서인지 기존의 수도권전철 차량과 기술적으로 달라진 구성을 채택한 걸로 보입니다.
실차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중량배분의 문제가 약간 남기는 하더라도 편성은 완전히 대칭형에 가까운 구조로 가되, 대차는 부품단일화를 위해 1축구동 대차로 가던가, 아니면 T대차와 M대차로 구분해서 1량에 각각 1개씩을 넣는 구성으로 가던가 그리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차량에 대해서 깊게 아는 건 아니지만 일단 어느쪽이라도 꽤나 도전적인 설계라고 보이는데, 비대칭 구조의 대차라는 건 노면전차에서는 종종 쓰이기는 해도 역시 구조면에서 복잡하고, 활주방지장치나 제동장치 같은 데서 좀 고민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T대차와 M대차로 구분하는게 설계면에서는 편하지만, 중량이 M대차로 쏠리는 문제같은게 있어서 의와로 난점이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신형 대차 설계를 필요로하는 전자보다는, 그나마 쉽게 갈 수 있는 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뭐, 정말 막나간다면 전부 M대차를 쓸수 있긴 한데, 이경우엔 기기설치량이 늘어서 차량하부가 아주 빽빽해지고, 디스크제동을 적용할 수 없어서 기계제동력 확보 문제가 남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Mc가 가능하면 단량전동차로 만들어서 2량을 연결하는 설계는 안되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경우에는 계통의 이중화가 안되는 약점이 가장 크리티컬 하게 다가옵니다. 전통적으로 교류형 단량전동차는 주변압기 공간 확보의 문제가 있는데, 위에 보시다시피 이걸 지붕위로 올리는 방식으로 공간확보를 하게 되면 그나마 여유가 나오긴 하지만 대신 대차 중심점에 맞춰서 설치해야만 하는 판터그래프를 1개만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집전계통 트러블시엔 그야말로 구원기 없이는 꼼짝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주변압기를 억지로 차량하부에 설치하면 인버터/컨버터와 공기압축기, 배터리 등의 기기를 설치할 자리가 안나오고, 이걸 최대한 절감하기 위해 동력축수를 줄여서 대응하는 방법을 쓸 수 있겠지만, 이건 유사시 이중화가 안되거나 부실해서 고장이 생기면 무조건 아웃이 됩니다. 여기에 뭔가 서비스 기기류를 더 달아야 하거나, 운전대를 추가하거나 할 경우에는 공간의 압박이 너무 커서 정비성을 희생하거나, 객실면적을 희생하는 설계가 되어버릴거라 하지 않는다 생각하면 편할겁니다. 여기에 운전실에 관통문을 두는거까지 가면 뭐 초저항 시절처럼 너무 비좁고 시야가 나쁜 운전실 문제가 생겨버릴거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량편성을 도입하면서, 장래 수요증가가 예상되더라도 단기적으로 차량을 증결하기 보다는 중련으로 2편성을 붙여서 쓰는 그런 설계로 가는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시설쪽의 대응이 남겨지긴 하지만, 차량면에서는 그냥 이번에 만들어진 기본설계대로 조달하면 되니 차종 다양화의 문제는 확실히 억제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보다 더 증결해야 하면 그때는 수도권 차량을 가져다 쓰는 방향으로 가야하겠습니다마는. 수도권에서는 광명셔틀을 이런 운용을 전제로 만들었지만, 한 편성은 승무원이 없어서 유사시의 대처가 안되는 문제라던가 승차위치가 어긋나는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했었는데, 대구권 차량에서는 여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계에 반영해서 장래 수요증가로 증결 이야기가 나올때 적극 대응할 기반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리고 차량성능 면에서 100km/h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경부선 운용이라는 조건에서라면 영업속도 120km/h, 설계속도 135km/h정도까지는 뽑아야 실제 운행 시각표를 뽑을때 EMU-150이나 컨테이너 화물열차에 지장을 덜 주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경부선 급행전철의 경우 1선 운행을 하면서 최고속도 문제로 종종 뒤에 따라붙는 기관차 열차에 지연을 일으키는문제가 있었던 모양인데, 복선을 공유하는데다 도중역을 상당히 억제한 대구권의 경우는 좀 더 적극적인 사양을 취해야 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장래 지방 광역철도나, 몇몇 재래선 구간의 지역 서비스용 차량의 기본 설계로서 활용될 수 있는 차량이 이번 대구광역권 차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번 조달물량은 2023년 하반기쯤 18량 9편성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후 충청 및 대전 광역권 쪽이 2024~2025년 정도 목표로 건설될거라 그 전후로 조달이 들어갈 것이고 이외에 차량만 나온다면 여객 서비스를 요구할만한 구간이 여럿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선 완공 후의 평택선이나, 근래 슬슬 입질이 있는 석문산단선, 그외에 아직 이래저래 각이 안나오고 있지만 대구산업선이나 광주선 같은 곳들이 그렇습니다. 이점에서 좀 더 야심찬, 그리고 장래의 운행여건을 감안한 기본설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P.S.:GTX-A차량 쪽은 3비차 채용이라는 이야기가 도는데, 개인적으로는 차량공간을 확보할 거라면 차라리 ITX-청춘의 선두차 처럼 비대칭 출입문 구조를 취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출입문 위치를 틀어지게 배치해서 착석정원을 늘리고자 하는 의향은 알겠지만, 차라리 그런 목적이라면 크로스시트를 잡아넣는 쪽이 나을거고, 가능하면 기존의 표준인 4비차 구조를 답습하는게 차량의 유용이나 직결운행 시 추가적인 공사나 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