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사람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지만, 철도공사에서 티켓예약에서까지 KTX-OO으로 표기해 여하간 엠바고를 잡아두던 KTX-이음이 오늘자로 영업운행을 개시했습니다. 일반철도 사업으로 건설해서 사실상의 고속철도로 운용되는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서는 강릉선에 이어 두번째 사업이고, 기존 노선 중에서는 첫번째 개통 사업이며, 그리고 이른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최초 투입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MU-260이라 불리던 차량의 투입은 여러모로 고속철도 시대의 새로운 한 페이지가 시작되는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강릉선에 투입이 검토되다 급구배, 강설, 혹한 등 환경 적응에 대한 우려,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모델 투입까지 시일이 워낙 촉박해서 검증된 주자인 KTX-산천의 신형이 들어가게 되었던 경우였는데, 절치부심 끝에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오늘에야 그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좀 걸리는 부분이라면 고유모델이라기엔 봉바르디에 Zefiro 컨셉과 좀 지나치게 닮기는 했다는 거지만 어느정도는 수렴진화의 결과물이라는 면은 있을겁니다.
동력분산식 차량은 고가감속 성능과 더 많은 수용능력이라는 두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량화로 인한 견인력 등의 성능저하가 덜하고, 발전제동이나 회생제동과 같은 전기제동을 적극적으로 쓰기 유리하다는 점, 그리고 인버터 등의 소자들을 상대적으로 경박단소한 것을 쓸 수 있어서 전력변환 효율면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전력효율이 높아진다는 강점을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치이는 점이나, 점착성능 등으로 인해 고속역으로 갈수록 효율이 저하되는 점, 차량하부에 핵심기기가 집증되어 있다보니 자갈비산, 착설 등의 동절기 장애에 취약하다는 점 등의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철도망은 전자의 장점이 점점 더 요구되는 환경이 되어가는지라 장래에는 동력분산식이 주력의 위치를 점차 차지하게 될 거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음은 또한 두가지 과제를 더 받아든 면이 있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른바 준고속철도로의 개량이라는 사업방식이 운영면에서의 타당성이 있는가 라는 점입니다. 강릉선 사업으로 중앙선 공용 구간에서 전동차, 일반여객, 그리고 화물과 섞여 다니는 운전방식의 타당성을 어느정도 확인한 바 있지만, 좀 더 본격적인 수준, 즉 200키로 이상의 고속운전 대역에서 운행안전이 담보되고, 지연파급 등에서 운행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인 부분이 있는데, 중앙선이 그 검증의 장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경영상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준고속열차 투입은 노선의 임률을 끌어올려 수익을 증가시킬 것이라 쉽게 예측이 됩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대폭 정리가 따라야 할 일반여객의 정리가 제한된 채로 혼합운행되면서 수요나 수익의 향방이 어떨런지, 또한 어떤 정치적 논란을 야기할지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겁니다. 이는 코로나19 크리를 맞은 철도공사로서는 장래의 전망, 더 나아가 미래의 생존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민감하게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라 할겁니다.
앞으로 EMU-260의 강화형인 EMU-320도 조만간 실물이 등장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동력분산형 고속차량 베리에이션이 전개될 여지도 다분하다 하겠습니다. 고속철도의 제3장을 여는 차량으로서 추후가 기대될 따름입니다.
P.S.:여담이지만 작명에서 철도현업 내지 관계자의 영향이 적긴 한거 같은게, 이음이라는 단어는 좀 예전의 철도 용어긴 하지만 보통 차체나 선로쪽에서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 동작음, 즉 異音이라서 썩 좋은 뜻은 아닙니다. 해무와 비슷한 정도의 어감이라면 어감이랄까. 그런데도 이걸 고른건 아무래도 이런 뉘앙스를 모르는 사람들의 선정이다 보니 그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