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에서 세가지 정책 포인트가 언급이 되었습니다. 첫번째는 탄소 중립화입니다. 원문을 인용하면 "2029년까지 모든 디젤 여객기관차를 ‘KTX-이음’으로 대체" 하고, "중앙선, 경전선, 중부내륙선, 서해선, 동해선 등 전국에 빠르고 환경친화적인 철도교통을 확산",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 아마도 KTX-이음으로 전부 대체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전동차화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저렇게 이야기를 한걸로 보입니다. 당장에 태백선은 EMU-150 투입이 예정되어 있고, 개량계획 자체가 수립되어 있지 않은 여객 비전화구간인 충북선이나 교외선, 경원선 말단부 등에는 KTX-이음을 넣을래야 넣을 수도 없습니다. 시점 면에서는 2029년, 즉 현재 사용중인 무궁화호 객차 및 이를 베이스로 한 객차열차 전부의 수명도래 이후이기 때문에, 적어도 내연기관의 폐지라는 데에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화물철도는 필연적으로 디젤차량이 요구되는데다, 시설 유지보수나 차량정비 등에서도 내연기관을 써야하거나 유지류를 대량 사용하는 곳들이 많고, 또한 당장의 접객시설에서 냉난방과 조명을 안할 수 없으니 완전한 탄소중립, 이른바 RE100으로의 이행은 거의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객부문을 선두로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기술개발로 최대한의 노력을 집중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향은 타당한 방향이라 할겁니다.
두번째로 언급된건 해외진출과 디지털 뉴딜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실 이건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꾸준히 진척되어오던 이야기 중 하나였습니다. 언급된 철도무선통신망 이야기는 LTE-R이야기인데, 일단 파편화된 고속선 무선망 문제같은게 있기도 해서 조만간 추진한다는 말이 많았던 사안이었습니다. 예산투입과 사업화만 남았던 만큼 아마도 좀 더 속도를 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물인터넷 이야기도 센서 네트워크화 등등 많은 사업화 여지가 있고, 현장인력 확보에 그리 쉬운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해외진출 이야기는 현실적으로는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단 기술면에서는 가격에서 중국에 치이고, 품질이나 기술력에서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불리한게 현실인데다, 해외사업, 주로 개발도상국 사업에서는 기술과 가격 외에 금융지원 등이 그 향방을 바꾸는 면이 있습니다. 이걸 적극적으로 푸시한게 지난 수년간은 중국이었고, 뭐 이래저래 제국주의 논란까지 일으키기까지 해서 썩 좋은 평을 듣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적극적인 금융지원과 원조, 차관제공을 통해 사업화를 엄청나게 많이 일궈냈었습니다. 우리가 이정도를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기대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결국 저런 건 현지의 부패문제나 정치문제까지 얽히는 사안이 되는지라, 역으로 국내정치 스캔들화 하기 쉬운 사안이기도 합니다. 기술의 보급으로 전세계적인 탄소중립화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도국가로서의 책임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게 국내 정치, 행정, 경제에의 평지풍파를 감내해야 할 사안인가는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마지막으로 철도망 확대 이야기, 향후 5년간 약 70조원의 투입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엔 예산안에 태워질 숫자로 거의 2배 이상의 증액을 이야기한거라 생각했는데, 좀 찬찬히 뜯어보면 이 숫자는 아마도 제3차 철도망 구축계획의 후반기 사업총량 35조원과, 제4차 철도망 구축계획의 전반기 물량을 합쳐서 나온 이야기일겁니다. 현재 열심히 각 지자체가 요망선을 들이밀고 있고해서 이미 계획된 선 외의 증가분을 여럿 태워넣겠다고 해석을 하면 그리 틀린 방향은 아닐거라 봅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은, 정작 3차때도 2차 철도망 계획의 한계점을 적시하면서 말했던 용량확충과 시설수준의 일치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를 위한 핵심 사업들은 예타면제를 걸어서 겨우 사업기획 단계에 들어간 평택~오송 2복선화와 동해선 전철화 정도밖엔 달성을 못했다는 점입니다. 수색~서울~금천구청간의 별선이나 망우~청량리간 2복선 사업은 기획이 10년도 더 전에 돌아갔음에도 아직까지 진척이 없습니다. 애초에 언급조차 제대로 못한 용산~청량리간 경원선 용량문제나 너무 해묵어서 손댈 생각도 안하는 경원선 용량문제 , 올해 중 착공이라는 인천착발 KTX사업 관련 수인선, 안산선 용량문제, 서해선 시내구간 문제 같은 것도 방치중인 셈이고. 건설물량을 위한 건설이 아니라, 철도의 효율화, 이용객의 편의 개선을 위한 기능확보라는 점에 좀 더 천착할 필요가 있다 할겁니다.
또한 한편으로 부전-마산선 전동차 예산배정 논란에서 보다시피, 각 광역도시권의 광역철도 개발이나 운영에 대해서 관계당국들은 철저히 본전주의, 즉 예산투입 자체를 거부하려 드는 행태를 보인바 있습니다. 물론 국비로 이런걸 다 해주다 보면 광역시가 아닌 일반시나 군 레벨에서는 우리는 빙다리 핫바지냐 라고 할 수 밖에 없고, 이정도로 무책임한 예산팽창은 국가재정면에서나 철도경영 면에서나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간선은 200키로를 넘어 300키로에 육박한 고도규격으로 정비하면서, 기존선로는 사업성 부족이네 뭐네 하면서 차량과 서비스 자체가 고갈되어 서비스의 품질이 급전직하하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가다가는 지상에서 발끝이 떨어져 목만 날아다니는 철도가 되고 말겁니다. 광역권 내, 그리고 중소도시간의 철도교통 자체의 빈약화 내지 공백화를 보충하기 위한 사업의 발굴과 이를 배려한 예산정책이 필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광역권 철도망의 운영지원과 사업 개발은 철도 외의 사회의 탄소중립화에 있어서도 필요합니다. 고속철도나 간선철도를 타기 위해 주요 정거장까지 한참동안 자가용을 이용해 접근해야 하는 모순을 해결하려면 광역권의 철도망 확충, 그리고 트램, 신교통, 경전철과 같은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확충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철도의 활용 빈도와 총량을 늘리는 것이 곧 탄소 중립의 첩경이라 할 것인데, 이건 고속철도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 할겁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이제 어떻게 성숙화된 경제를 유지하고 장래의 발전을 도모할 것인가에 있어서 중요한 기간이라 할겁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이 국가 총량의 발전이 곧 지역과 개인의 발전으로 직결되지 않는 시대가 되어, 국가는 신 열강에 들어가더라도 반대로 지역은 쇠퇴하고 공백화되며, 개개인의 빈부격차는 극단화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10년 역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고, 이로 인한 절망과 분노를 어떻게 완화, 극복할지를 정치와 행정이 많이 고민해야 할거라 봅니다. 철도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