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건이 그야말로 전국구 떡밥으로 불필요하게 커지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좀 눈에 들어오는게 이 가수원에서 논산까지의 급커브를 개량하자는 제안입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꽤 구체적으로 R=600m 이하 커브 개소가 22개소라고 지적한 점이나, 개량구간을 꽤 구체적으로 가수원에서 논산 까지로 적시한 점입니다. 선형을 정확히 그을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산을 계산해 보진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사실 호남선 서대전~익산 구간은 70년대에 복선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선형의 개량도 70년대 기준으로 이루어져 있다시피 합니다. 물론 과거 경부 다음가는 간선축이다 보니 400m반경 정도로 최대한 억제를 해서 선형을 뽑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150km/h운전을 전제로 한 선형과는 거리가 멉니다. 대충 150km/h 운전을 전제로 한 노선들은 대개 90년대 계획하고 2000년대에 완성을 보기 시작하는 노선에 국한되니 30년의 격차가 그대로 투영되는 그런 노선이라 하겠습니다.
이중에서도 논산과 서대전 사이는 산악지대를 지나다 보니 선형이 그야말로 최악이다시피 합니다. 그나마 KTX개통 전후해서 입체교차 정비를 제법 해 놨기에 계룡역 까지는 역 구내 건널목을 빼면 없는 상태지만, 곡선은 400m 반경, 즉 70~80km/h 정도 속도밖에 내지 못하는 수준의 선형은 전혀 개량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전~옥천구간은 KTX의 운행하한선이라 일컬어지는(어디까지나 주요 본선을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R=400m 이하 곡선까지 있어서 일찌감치 개량을 해 놨지만, 이쪽은 일단 그 커트라인은 넘어가니 그냥 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이쪽의 소요시간은 참으로 거시기 한데, KTX 중 구간 중간 무정차를 전제하고 상행열차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논산~서대전 간은 45.1km를 31분에 주파해서 87km/h정도의 표정속도를 가집니다. 그런데 익산~논산의 경우는 표정속도가 97km/h 정도, 익산~정읍은 108km/h, 정읍~광주송정은 105km/h에 달합니다. 즉, 논산~서대전의 표정속도를 익산~정읍 수준으로 올리기만 해도 최대 5~7분 정도의 단축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고, 만약 요즘 자대고 줄그어 만드는 노선으로 200km/h급으로 건설해서 표정속도를 120km/h까지 끌어올리면 10분 이상도 볼 수 있단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거리단축 효과를 도외시한 숫자니, 직선화로 노선 총연장이 줄어드는 걸 생각하면, 논산~익산간의 일부 애로개소 해소나 건널목 해소가 이뤄지는 것 까지 넣어서 보면 20분까지 생각해 볼 수 있고, 이정도면 45분 추가소요라고 까는 논리에 대해서 어느정도 반대급부가 가능해질겁니다.
직선화 개량을 한다면 도중의 흑석리, 연산, 부황, 개태사 같은 역들이 없어지게 될거고, 계룡역은 아마도 고가화 이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뭐 현재 이 구간에서 정차역으로 신경쓸만한 역은 계룡 정도, 여기에 좀 더 들어가면 연산 정도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긴 하니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는 이설이 되기는 할 듯 합니다.
다만, 이렇게 하는 거 보다는 차라리 지역밀착형 노선으로 밀고 나가는 방향이 낫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개량은 애로개소나 건널목 해소 차원에서 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대대적인 고속화 개량을 한다고 해서 서울로 가는 노선이 경쟁력을 회복할 정도로 하기는 도저히 무리기도하니, 차라리 근래 제기되는 대로 대전/충남 광역철도선으로 활용해서 전동차를 고빈도 운행을 걸어버리는게 지역편의나 총 여행시간 단축 효과는 더 있을거라 보입니다. 뭐, 흑석리역과 연산역을 포기할 수 있다면, 개량하고 전동차를 넣는 방법이 나쁜 대안은 아니기는 하겠습니다만.
사실, 고속철도 개통이후 호남선 기존선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부선의 경우도 그렇고, 일본의 신간선 사업에서도 그랬지만, 고속별선이 생기면 병행하는 기존 노선은 적자가 급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 고속철도역이 없는 지역의 이용객에게도 불이익이 상당히 생기는 만큼, 이를 보충하기 위한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거고,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지역 밀착형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는게 통례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KTX가 어딜 거쳐가네 마네에만 신경쓰지 이 지역 밀착형 철도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