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드라이브스루 시위 이야기가 잠깐 언론에 키워드로 나왔었는데, 비슷한 시위가 9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도 있었습니다. "Hör das siglnale!", 번역하면 '이 신호를 들어라!' 정도의 구호인데, 민간 화물열차 사업자들이 20대의 기관차를 동원해서 열차를 조성, 이를 베를린 시내 구간에 투입하면서 계속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했습니다.
이 시위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경제충격에 대해서 독일 정부가 보조금을 독일철도(DB)에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비슷한 피해를 입은 민간화물철도 운영자에 대해서는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였습니다. 독일철도가 입은 손해 예상액은 장래 4개년에 걸쳐 약 110억 유로에서 135억 유로, 한화로는 13~1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준인데, 독일 정부는 여기에 대해 5억 유로, 약 6조원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특히 독일 철도의 화물부문은 3억5천만 유로 상당의 결손 올 상반기에 입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화물 사철에 대해서는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대해서 항의 행동을 결행한 것입니다.
철도 자유화라는 명목 하에 과거엔 전용선 정도에 국한되던 화물 사철을 적극적으로 개방해 온게 독일의 정책이고, 이건 2000년대 들어서 유럽의 정책의제로서 장려되어 왔었습니다. 여객에 대해서는 워낙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지방정부 책임 하에 부담하는 보조금이 사업의 키가 되다보니 자유화가 잘 안돌아간게 있었지만, 화물은 그럴 여지가 적고 또한 국철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선 수송을 민간회사에 전가할 수 있다 보니 꽤 빠르게 확산이 된 바 있습니다. 화물은 상시운행이 적다 보니, 매 운행마다 운행권을 배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돌아가서 행정이나 시설운영 측에 부담이 전가되는 면도 없지는 않았고, 또 민간회사들이 그만큼 노동비용을 후려치는 성향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외견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였기에 꽤나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충격은 이런 자유화 모델에 그야말로 묘비를 내려찍은 짝이 되었습니다. 구호에서 언급되듯이 100% 운영, 5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성은 개판이 났고, 정부 지원은 0%로 짤리면서 생존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할겁니다. 대개 유럽의 화물철도는 차량이나 적하장 같은 사업용 부동산을 리스 형태로 조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물량수송 계약이 줄줄히 깨지는 상황에서 차량이나 부동산은 그 부담을 그대로 치뤄야 하니, 사업지속이 그야말로 파탄지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보유 등으로 깔고 있어도 자본조달비용이 있으니 피해는 입겠지만, 투입자본을 경량화한다고 리스를 끼워넣은 결과는 더 파괴적이었달까. 여기에 독일철도 처럼 아예 다른 사업구간이 있거나, 여객이나 다른 사업부문이 있다면 어느정도 완충할 수 있겠지만 몇개 노선에 국한되어 영업하던 회사들로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할겁니다.
그렇기에 정부의 대책을 이들이 촉구하고자 저런 드라이브 스루 시위를 벌인 거라 보입니다. 왕년에 한국같았으면 국토부나 시설공단, 철도공사가 애초에 운행슬롯 배정을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고, 이걸 뚫어서 시위를 벌였다면 보복차원에서 운행권을 날려버리고 사업자에 대고 특별안전감사를 돌려서 개선명령과 아예 사업중지명령을 줄줄히 때리면서 뒤끝작렬을 했을겝니다. 민간개방 전후해서 별별 정부의 꼬장들을 봤던 입장에서는 참 저동네 분위기 대단하네 소리가 절로 나온달까. 적어도 독일은 관료의 Kibun에 따라 행정권력을 남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는 절제력이 있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