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 고속화 내지는 고속선 신설을 두고 3개 도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아예 신규선로를 놓겠다고 나오는 대전안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기들 편의대로 하고 싶어하는게 뻔히 보이는지라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라 할겁니다.
사실 전북, 정확히는 전주에서는 이전부터 삼례쪽의 R=400 커브로 감속하는걸 굉장히 못마땅해 했고, 그래서 여기에 포인트를 두고 기존선 개량 이야기를 꾸준히 하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사실 저걸 개량한다손 쳐도 시간단축 효과는 기사 본분에 언급되다시피 3분 단축에 불과한, 그야말로 기분의 문제에 가까운 사업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유지보수나 이런 측면에서는 곡선이 압박스러운 감은 있긴 하지만, 그리 큰것도 아니고, 안전 문제도 모든 신호보안이 먹통이 된 상태에서 기관사의 중과실까지 겹쳐야 탈이 날 구간이라, 이게 문제가 되면 경부선 기존선은 쓸 수 없는 선로라고 해야할 정도의 과민반응이라 할겁니다.
한편 전남쪽에서는 총 소요시간 자체에 불만이 컸던지라, 한때 언급되었던 경전선 경유안 같은 이야기도 나온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또 아예 현 선로를 별개로 두고 고속선 신설을 이야기를 하는 게 속달성 차원에서 이야기를 하는거고 말입니다. 하지만 일단 총 사업비를 조 단위로 들여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단축은 30분 이하라는 점에서는 시급성이 있다고는 차마 말하기가 어려운 사업이랄까 그렇습니다. 즉, 이 이야기 자체가 정치권의 설레발에 가까운 그런 부분이 명확하다 할겁니다.
이제는 전국망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보니 여기에서 전라선은 참 애매한 위치기는 합니다. 경부, 호남처럼 트래픽이 화끈(호남은 좀 쳐지기는 하지만서도)하게 나오냐 하면 그렇다고 하긴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중앙, 태백, 경전같은 구 노선처럼 망 자체가 너무 구 규격이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다, 현재 개량공사하는 중앙선이나 경전선 일부 구간처럼 준고속선이라는 이름값을 할만큼이라기엔 아주 미묘하게 떨어지는 그런 규격이라서 이런 논란이 생긴다 할겁니다. 현 선로도 200km/h 운전이 가능하고, 순천 이남은 230km/h운전 규격으로 지어서 사실상 국내 준고속선 규격의 테스트베드로서 잘 사용된 선로다 보니 아예 기존선처럼 개량으로 얻는 시간편익이 화끈하지도 않고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익산~전주 구간은 애초에 고속전용선과 400~600R정도 규격으로 기존 역세를 유지하는 기존선을 병용했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철도청 시절에 이쪽에 다니던 통근열차를 전동차로 대체하려던 계획도 있었던 만큼, 구선 복선화 내지는 부분복선화 정도로 로컬과 화물을 빼고, 간선이나 고속은 고속선으로 돌리는 시스템이 맞는 구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은 도중 소규모 역의 역세가 다 죽었으니 롤백할 수도 없고, 또 현 선로를 놔두고 고속전용을 뺀다 하더라도 현 선로에서 영업할 수 있는 로컬 서비스가 없는 상태니 하나마나한 사업이 되어버렸달까 그렇습니다. 소소하게는 익산쪽에 연결고가들 용량 문제나 장항선 직결문제도 있어서 로컬화를 하려고 해도 병목 해결이 안될거 같고.
그래도 시도를 한다면 익산~전주 구간에서는 기존선 영업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중간역을 추가, 개량하고, 동익산~전주구간에 고속별선을 두는 정도의 접근은 검토해 볼 수 있긴 할겁니다. 비용채산이 전혀 안맞기는 할겁니다만서도.
반면 전주~순천 구간은 별선으로 뽑아서 시간이득을 얻을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다시피 합니다. 그나마 있다면 남원~동운 정도를 별선화 하는 정도가 가능할건데, 일단 산악구간이라 건설비 부담이 걸리는 게 있고, 도중에 있는 곡성역과 구례구역을 버리다시피하는 선형이 될테니 지역 협의가 사실상 제대로 되기 어려울거라 생각됩니다. 또 그렇게 해서 얻는 시간절감이 10분 남짓 정도면 조 단위 돈으로 10분을 사는 꼴이니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될거고 말입니다.
오히려 이쪽은 소규모 개량 방안을 찾는게 합리적인 길일거라 보고, 사실 지역 균형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존 역세를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게 합리적이라 할겁니다. 선형 개량 외에 궤도나 토목구조물, 분기기 등의 개량으로 현재보다 약간의 증속 여지는 있을거라 생각이 되는 구간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과거 언급되던 서부경전선 개량사업에서 호남고속선 차량의 직결운행을 더 받아내는 걸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기는 할겁니다. 이지역의 불만은 속도 자체보다 배차나 좌석공급에 있는 편이니 전주 경유 외의 추가공급을 찾아내는 쪽이 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요즘 지역진흥 문제 때문에 토건사업에 대해서 좀 전향적으로 정권이 접근하고 있는 편인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업은 우선순위를 상식인이라면 높게 줄 수 없는 사업이라 할겁니다. 아직 경전선 개량도 완수가 안된 상황이고, 사업성은 애매한 곳 투성이긴 하지만 동서방향 신규간선 제안들도 두어개쯤 지역연대로 나오는 상황에, 남부내륙선/중부내륙선 축선 정비도 아직 결론이 덜 난 상태에서 있는 선로에 조 단위 돈을 투입해서 30분 정도를 개량하자는 주장은 수긍하기가 많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