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철도차량 제작사인 PESA가 자사 개발의 수소 연료전지 입환용 기관차를 공개했습니다. 현지의 철도 전시회에서 다른 차량들과 함께 공개를 했는데, 전형적인 철(凸)형의 기관차 설계지만 꽤 현대적인 외관이 인상적이라 하겠습니다. 이미 전동차 내지는 바이모드 동차 수준의 차량을 개발하기도 했고, 이건 아예 영업열차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입환용 기관차가 등장한건 여러모로 주목할만 합니다.
다른 배경설명은 넘어가고 차량의 기술적인 특징만 좀 살펴본다면, 형식명은 SM42 6Dn로 4축 입환용 기관차입니다. 4개의 180kW 전동기를 사용하고 있고, 공급전력은 2개의 85kW 연료전지 스택으로부터 받는 것으로 언급됩니다. 다른 기사에 좀 세부적으로 설명된 내용을 인용하면, 순수하게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176.7kWh 규모의 배터리를 개입해서 연료전지와 구동부의 완충 및 회생저장을 하는 듯 합니다. 수소 적재량은 175kg이라고 하는데, 24시간의 입환 운전이 가능한 수준의 충진량이라고 합니다.
연료전지 차량 자체는 2016년에 프랑스의 iLint 차량이 영업운전의 테이프를 끊었고, 사실 이전에 2010년 즈음에 구내기동 수준이지만 연료전지 스택을 올려서 전동차를 구동하는 실험을 했던 바가 있습니다. 사실 성능면에서 180kW급의 전동기라면 통근형 전동차에 쓰이는 것보다 딱히 큰 수준은 아니어서, 아마도 동력계는 다른 수소연료전지 전동차의 것과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추정은 됩니다. 물론 기관차에 쓰는 만큼 기어비를 높이고, 공전방지 기술 쪽에 상당한 공을 들이기는 했을걸로 보입니다만.
사실, PESA는 유럽의 제작사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독보적이거나 시장점유율이 높은 선도적인 철도차량회사라긴 좀 여지가 있는 편인데도 이런 차량을 개발해 냈다는게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실차를 개발하고, 실제 영업일선에 투입될만한 성능과 신뢰성, 운용편의를 맞춘다는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더욱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맞춰내는건 더더욱 간단치 않습니다. 그래서 실험차, 시제차와 영업차 사이에는 넘어서기 힘든 벽이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걸 실용화 공급 수준까지 개발 프로젝트를 해냈다는 점은 여러모로 주목해 봐야할겁니다.
물론 유럽은 차량회사가 모델을 개발해 유럽 각국의 철도회사에 모델 제안을 하는 식의 제작사 주도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정작 국내의 경우 말로는 수소경제니 신기술 장려니 하면서 떠벌리지만 실제로는 운영자나 그 너머의 정부만 쳐다보는 식으로 차량기술의 혁신이 돌아가는 점은 좀 그렇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당장에 영업적자가 누적되고, 코로나19로 그야말로 공급망이 작살나고 매년 적자신기록을 갱신하게 생긴 현 상황에서 저런 혁신기술을 질러볼 엄두를 내는게 좀 무리기는 하지만, 이젠 선도 사업자들이 아니라 중견 사업자 레벨에서도 모델 개발과 운용이 시작되고 있는데 너무 뒷짐지고 있는게 현 상황 아닌가 싶달까.
조만간 수소트램 실증을 울산에서 폐선활용으로 한다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영업운전할 차를 확보하지 못해 폐차해야할 구닥다리 디젤동차를 재생하다시피 해서 투입하네 마네 하고 있는 지경이니 이건 좀 뭔가가 잘못되었단 느낌입니다. 말잔치가 아닌 실제 펀딩과 행정이 좀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