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가 좀 있던 사안이었는데 뉴스를 타면서 공식화되기 시작한걸로 보입니다. 93년 TGV 코어 시스템 도입 이래로 거의 30년만에 고속철도에 외산차량이 경쟁구도에 등장하게 된 셈인데, 여러모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250급이 아니라 300급, 정확히는 330km/h 대응 사양의 모델 수출 실적이 있는 스페인 탈고가 도전장을 낸건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할겁니다.
일단 현재로서 실적이 있는 차량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하라메인(Haramain) 고속철도에 쓰인 Talgo 350 모델이고, 아마도 일단은 이걸 제안모델로 들고오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최초 개발은 2002년에 250km/h 대응으로 이루어져서 점차 최고속도를 끌어올려 현용 모델에 이르러서는 설계 350km/h, 영업속도 330km/h까지 대응이 되는걸로 보입니다. 이외에 개발중인 동일 성능의 동력분산식 모델 역시 존재하고 있어서, 일단 제안 모델이 어떤게 될지는 찬찬히 두고볼 필요가 있을거라 봅니다.
다만, 이 모델이 한국에서 정말로 먹힐만한 차량이 될지는 사실 의구심이 많이 들기는 합니다. 틸팅 기능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메리트가 없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동력집중식 모델로 승차정원이 구형 산천보다 적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스페인 Renfe 도입모델 기준으로 S-102사양이 12량객차 조성에 316석, 신형의 S-112 사양이 14량 조성으로 353석이라고 언급되는데, 특실(비즈니스 시트)를 감안하더라도 정원 면에서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할겁니다. 더욱이, 탈고 특유의 1축 고관절 대차 구조로 인해서 객실 길이가 현용의 KTX보다 잛은 13.14m에 불과하며, 그 결과 축중은 KTX의 17톤 보다 더 육중하거나 겨우 대등한 수준이 될걸로 추정이 됩니다. 그나마 1축 대차다 보니 장축거로 인한 선로부담은 좀 덜하기는 하겠지만 고축중이라는 부담이 없어지지는 않을걸로 생각됩니다. 그나마 12량 조성이 L+12T+L로 200m 길이라서 산천과 대동소이한 크기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기는 합니다만서도.
여기에 고속철도에 새로운 형식의 차량이 들어오는건 기술적인 면에서는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점에서 나쁠건 없지만, 차종이 지나치게 다변화됨에 따른 비용구조의 악화는 물론, 유사시 상호 구원운전의 어려움이나 인력운용의 제약, 그리고 대체차량 충당이 어려워지는 문제까지 실익보다 손해가 더 큰 결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EMU-320 모델로 전환은 EMU-260과의 공통부품을 통한 운용의 효율화라는 장점과 500명에 달하는 막대한 승차정원을 바탕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득이 있어서 당분간의 부담을 각오하고 추진을 하는건데, 이 와중에 탈고 모델이 들어온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문제가 따라붙게 됩니다.
물론 현재 개발중인 동력분산식 모델이 제안이 된다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지기는 할거같지만, 일단 1축 관절대차에 매우 짧은 13m 객실 규격이 유지가 된다면 편성당 승차정원이 후달리는 문제가 전혀 해결이 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두차를 20m사양을 맞춘다 하더라도 잘해야 착석정원 100명 전후 증강이 될거라 예상이 되는데, 이렇게 맞춰도 거의 1량 분의 승차정원이 딸리는 문제가 생겨버리고, 동력분산식 1축관절대차로 17톤 축중을 거의 가득 채워버리는 상황은 시설쪽에서도 아 이건 좀... 하는 반응이 나오기 좋은 그런 케이스가 될수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여지가 있는건 역시 가격 경쟁력일겁니다. EMU-320은 신규개발 모델로 아직 버그패치가 한창이라는 카더라가 들리고 있고, 덕분에 개발비나 초기 운영비용면에서 조금 호된 가격이 붙을 가망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탈고는 이미 20년을 뽑아먹은 모델인데다, 수출실적도 어느정도 있어서 단가면에서 꽤나 경쟁력있게 들어올 여지가 있어보입니다. 안그래도 국내 파트너사도 비교적 가격경쟁력을 내세우는 상황인지라 그야말로 성능 vs 가격이라는 꽤나 민감한 경쟁구도가 나오게 된지라 정말 예측이 안되는, 어쩌면 결론은 법정쟁송까지 가게되는 꽤나 지리한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을거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