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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기관차 시위.

6/1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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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드라이브스루 시위 이야기가 잠깐 언론에 키워드로 나왔었는데, 비슷한 시위가 9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도 있었습니다. "Hör das siglnale!", 번역하면 '이 신호를 들어라!' 정도의 구호인데, 민간 화물열차 사업자들이 20대의 기관차를 동원해서 열차를 조성, 이를 베를린 시내 구간에 투입하면서 계속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했습니다.

 이 시위는 이번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경제충격에 대해서 독일 정부가 보조금을 독일철도(DB)에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는데, 비슷한 피해를 입은 민간화물철도 운영자에 대해서는 한푼도 지급하지 않은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였습니다. 독일철도가 입은 손해 예상액은 장래 4개년에 걸쳐 약 110억 유로에서 135억 유로, 한화로는 13~15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수준인데, 독일 정부는 여기에 대해 5억 유로, 약 6조원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특히 독일 철도의 화물부문은 3억5천만 유로 상당의 결손 올 상반기에 입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화물 사철에 대해서는 단 한푼도 지급하지 않았는데, 여기에 대해서 항의 행동을 결행한 것입니다.

 철도 자유화라는 명목 하에 과거엔 전용선 정도에 국한되던 화물 사철을 적극적으로 개방해 온게 독일의 정책이고, 이건 2000년대 들어서 유럽의 정책의제로서 장려되어 왔었습니다. 여객에 대해서는 워낙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지방정부 책임 하에 부담하는 보조금이 사업의 키가 되다보니 자유화가 잘 안돌아간게 있었지만, 화물은 그럴 여지가 적고 또한 국철 사업자 입장에서는 지선 수송을 민간회사에 전가할 수 있다 보니 꽤 빠르게 확산이 된 바 있습니다. 화물은 상시운행이 적다 보니, 매 운행마다 운행권을 배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돌아가서 행정이나 시설운영 측에 부담이 전가되는 면도 없지는 않았고, 또 민간회사들이 그만큼 노동비용을 후려치는 성향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어찌되었건 외견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였기에 꽤나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충격은 이런 자유화 모델에 그야말로 묘비를 내려찍은 짝이 되었습니다. 구호에서 언급되듯이 100% 운영, 5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업성은 개판이 났고, 정부 지원은 0%로 짤리면서 생존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할겁니다. 대개 유럽의 화물철도는 차량이나 적하장 같은 사업용 부동산을 리스 형태로 조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 물량수송 계약이 줄줄히 깨지는 상황에서 차량이나 부동산은 그 부담을 그대로 치뤄야 하니, 사업지속이 그야말로 파탄지경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보유 등으로 깔고 있어도 자본조달비용이 있으니 피해는 입겠지만, 투입자본을 경량화한다고 리스를 끼워넣은 결과는 더 파괴적이었달까. 여기에 독일철도 처럼 아예 다른 사업구간이 있거나, 여객이나 다른 사업부문이 있다면 어느정도 완충할 수 있겠지만 몇개 노선에 국한되어 영업하던 회사들로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할겁니다.

 그렇기에 정부의 대책을 이들이 촉구하고자 저런 드라이브 스루 시위를 벌인 거라 보입니다. 왕년에 한국같았으면 국토부나 시설공단, 철도공사가 애초에 운행슬롯 배정을 이런저런 이유로 거절하고, 이걸 뚫어서 시위를 벌였다면 보복차원에서 운행권을 날려버리고 사업자에 대고 특별안전감사를 돌려서 개선명령과 아예 사업중지명령을 줄줄히 때리면서 뒤끝작렬을 했을겝니다. 민간개방 전후해서 별별 정부의 꼬장들을 봤던 입장에서는 참 저동네 분위기 대단하네 소리가 절로 나온달까. 적어도 독일은 관료의 Kibun에 따라 행정권력을 남용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는 절제력이 있다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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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 kills the rail franchises

23/9/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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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l franchising reaches the terminus as a new railway takes shape (영국정부 발표)

  이 시국에 꽤나 흥미로운 뉴스가 21일 부로 영국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영국 철도 민영화의 핵이라 할 수 있던 여객철도의 프랜차이징 시스템을 정부가 중단하기로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명분은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조항 발동이기는 하지만, 과거부터 누적된 회사간 비협조와 운영 혼란 등의 이유가 누적되어 2018년부터 재검토 위원회가 돌아가고 있었고, 이번 코로나19가 그야말로 모든 여객철도를 초토화해서 다수의 여객 프랜차이저들이 사업포기 후 탈주를 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고 봐야 할겁니다.

 영국철도에서 프랜차이징 시스템이란건 각 선구 및 계통 단위로 운영 희망자들에게 소정의 비율의 프리미엄(적자선구라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정부가 받고 독점 사업권을 부여하되, 소정의 요건, 즉 정차역과 정차횟수. 열차편수 등의 조건을 맞추고, 영업제도에서 정기권 등의 규제대상 운임제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비규제 요금의 자율권과 함께 영업방침 면에서 자율 경영을 실시하여 얻는 이득은 전부 운영사에 귀속되는, 일종의 BTO와 비슷한 영업제도입니다. 다만, 자산의 양수도나 건설의무가 없이 말 그대로 사업기간 동안의 영업독점권만을 장사하는 그런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기에는 꽤나 잘 돌아갈 거 같은 시스템이기는 합니다. 영업노력이 곧 운영자의 이익에 직결되니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모객활동에 나설거라 생각되고, 또한 노선망이 비교적 조밀한 영국에서는 비슷한 축선들, 즉 서해안선이나 동해안선, 중부선 등의 노선들 끼리 영업경쟁도 촉발되어서 철도가 굉장히 활발해 질거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국철시절의 침체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민영화 이후 레일트랙 사태 정도를 빼면 그런대로 여객수요는 꾸준히 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매년 대책없이 오르는 운임, 국철시대에 비해 별로 나아진게 없는 혼잡도나 서비스 품질, 몇몇 비채산노선의 극단적인 디마케팅 행위나 덤핑이나 평면교차 등을 활용한 슬롯점유 등 경쟁저해행위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심각해졌습니다. 여기에 결국 돈놓고 돈먹기에 가까운 여객철도 운영자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국철의 출자회사들이 끼어들고, 심지어 홍콩 MTR이나 일본의 JR동일본/미츠이 계열등이 끼어들기까지 하는 등, 기껏 낸 운임은 재투자나 교차보조가 아닌 자본이득으로 유실되는 구조로 변질되었고 말입니다.

 프랜차이즈는 이미 리먼 사태때 양대간선 중 하나인 동해안 간선의 사업포기 후 정부 잠정운영이라는 사태가 나서 리스크 셰어링 같은 대책이 들어갔지만, 그 신제도 하애서도 삐걱대기 일쑤였다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침체경기에서 리먼 사태와 비슷한 사업포기가 속출함으로서 사실상 제도의 파탄이 도래하게 되었습니다. 영업노력을 백날 해도 록다운으로 여객수요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는데에는 대책이 없었고, 회복도 매우 오래 걸릴거라 예상되면서 손절을 해버리는 사업자가 속출해버렸달까. 이상황에서 정부 개입없이 손절치려고 각만 재는 사업자들을 눌러앉힐 방법은 없다시피 했고 결국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봐야할겁니다.

 일단 다른 보도에서 언급되는 바로는 프랜차이즈를 컨세션 형태, 즉 운영을 각 사업자에 위탁하는 형태로 굴려서 운영자가 사업손익의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의 위탁경영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습니다. 이는 유럽 대륙이나 영국 내 도시철도, 트램, 버스에서는 일반적인 위탁방식으로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경영개선에 따른 이득은 일부 사업자에게 귀속되기는 하지만, 열차 시각표, 정차역, 영업제도는 전부 정부 등 공공의 관할로 전환되게 됩니다. 영국 내 노동당이나 노조 등지에서 요구하는 재국유화 내지 공영화는 정부당국이 부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래적으로는 결국 효율확보를 위해서라도 통합론이 거세지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코로나19가 결정타였긴 하지만, 결국 영국의 민영화는 이도저도 아닌 실험으로 끝나게 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라는게 얼마나 큰 갭인지를 다시 한번 보게 하는 이야기랄까. 장래적으로 어떤 제도로 수습이 될런지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적어도 영업노오오력이니 민간의 선진 경영이니 하는 이야기의 공허함은 잘 보여주는 그런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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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산악지형에 약하다는 TGV

29/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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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반복하는건 귀찮으니 그냥 동영상 하나로 대체합니다.

 제목대로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즈음해서 TGV차량이 알프스 한가운데까지 겨울에 밀고 간 영상입니다. 저 이후로 알베르빌 행 TGV는 주말 내지 계절열차로 겨울철에 꾸준히 운행을 했고, 해당 구간이 샴베리~알베르빌 간으로 단선 전철로 최급곡선은 R=300까지 있습니다. 구배는 정확하진 않지만 20퍼밀 이상이 나오는 선로고 말입니다.

 근본적으로, 기관차 견인열차가 눈에 약하다는 것도 정확한 이야기는 아닌데, 어차피 마찰계수가 안나오는건 매한가지인 상황에서는 동차라고 특별히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건 매한가지입니다. 구동 면에서는 좀 낫기는 하겠습니다마는. 대신 바닥 아래 기기류를 탑재하는 동차라면 냉각용 흡기로 눈을 먹어서 모터를 저승보낸다거나, 차체에 붙었다 떨어지는 눈덩어리로 인한 자갈 비산에 기기가 터져나간다거나 하는 난점이 존재해서 제대로 보강대책이 없다면 역으로 눈에 취약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교류전기기관차라면 주변압기가 대차 사이에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고, 이게 또 데미지를 입는 가능성은 있지만 중량제한에 둔감하다 보니 보통은 매우 튼튼하게 만드는게 보통이기는 합니다. 

 결국에는 방식이 어떻건 기후대책을 충분히 적용했는가가 관건일 뿐, 특정한 방식이 근본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기는 좀 난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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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아셀라 차량 반입개시.

27/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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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일의 고속철도 서비스인 아셀라 익스프레스의 후계차량이 반입이 개시되었다고 합니다. 2013년경부터 되네 마네 하면서 시작했다가 사업자를 정해서 예정일을 잡은게 2020년이었고, 결국 영업개시는 1년정도 지연된 2021년 정도가 될거라고 이야기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시대가 바뀌는게 느껴지는 한 장면이라 할겁니다.

 사실 전용구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제한속도 70km/h를 받는 구간까지 통과하는게 현 아셀라가 다니는 NEC구간입니다만, 그래도 중간에 200km/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고 상당한 장거리를 도로보다 빠르게 항공과도 경쟁가능할 정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화물열차에 치이고 정치인들의 지역 노선 유지 압박에 끌려다니느라 늘 적자체질인 앰트랙에게는 그야말로 목숨줄이라 할만한 수익노선이기도 합니다. 이런 야심이 많이 보이는게 저 신형 차량의 구성이라 할겁니다.

 우선 신형 차량은 편성을 2L+6T 조성에서 2L+9T조성으로 늘려서 304석이던 좌석을 386석으로 약 25% 증가시켰습니다. 열차장 증가는 걸리적거릴게 많고 승강장 연장같은 문제가 따라오는지라 쉽게 하긴 어렵지만, 기존에 장대열차가 다니던 구간이다 보니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던걸로 보입니다. 차량 인테리어는 근래의 추세에 따라서 콘센트와 USB 충전포트가 각 좌석에 설치되었다고 하고, 와이파이 제공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장애인 대응은 기본이라 할 수 있을거고, 이외에 유럽에서 쓰이는 좌석 예약 현황 LCD가 좌석 상단에 적용되었습니다. 이외에 좀 재미있는 건 식당차 부분인데, 근래 식당차 영업은 간소화하거나 폐지하는게 추세지만, 아셀라는 기존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면서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제공할 거라고 언급이 되는 점이 좀 미국답다고 해야할까 그렇습니다. 고용문제나 서비스 취향의 문제가 있다 보니 꾸준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차량은 기존 차량이 봄바르디어와 알스톰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240km/h 대응 차량이었는데 비해서, 이번 도입되는 차량은 알스톰 단독 공급으로 Avelia Liberty라는 명칭을 부여받았고 최고속도는 350km/h 대응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차량 형상으로 보아서 틸팅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고속운전에서까지 사용하지는 않을 듯 싶고 아마 기존선 구간에서 쓰려는 용도로 보입니다. 기존 차량이 워낙 육중한 차중과 틸팅기능 때문에 관절대차를 채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차량은 과감하게 관절대차를 채용한게 눈에 띕니다. 아마도 그만큼 혹독한 경량화 노력이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반면에 동력방식은 기관차 양단 견인을 유지하고 있는게 특징인데, 아마도 기존의 설비나 작업방식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고, 비용 면에서도 동력방식 변경이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게 아닌가 추정이 들기는 하지만, 가장 이슈가 된건 충돌에너지관리(CEM) 문제가 컸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객차쪽에서도 설계가 더 들어가기는 해야하지만, 선두차 하나만큼 공간을 벌어놓는게 그만큼 유리해서가 아닌가로 보입니다. 선두 디자인이 좀 과격해진 것도 350km/h운전에 맞는 공력설계 적용과 함께 CEM을 위한 기구가 대폭 적용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미국은 차량을 워낙 견고하게 만드는데다 오래전부터 스테인리스 차량이 흔히 쓰여서 차령을 30~40년 이상 쓰는 경우가 흔하고, 심한 경우엔 50년 이상 묵은 차량도 종종 보이는 동네입니다. 앰트랙의 경우는 출발 자체가 각 대규모 철도회사의 부실화된 여객 사업부를 이어받아 만들다 보니, 차량 부문에서는 정말 뽕을 뽑도록 오래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셀라 만큼은 이번에 확실히 교체를 하려는 의지가 만만하다는 점은 주력 사업이 가진 무게를 잘 보여준달까 그렇습니다. 아무리 회사가 어렵고 고전한다 하더라도, 간판 사업부 만큼은 최신형 기재를 적용하고 시대에 맞게 서비스를 일신해서 수익성 개선과 함께 철도사업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미국 답게 국내에서 각지에서 조달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걸 강조하는 건 당연히 따르는 일이고.

P.S.: 저 갑종차량수송에서 재미있는건 기관차를 앞뒤로 물려서 운행하고, 그 사이에 구태여 객차(선두쪽은 객차+소화물차)를 끼워넣은 점일겁니다. 제동 어댑터나 연결기 어댑터 목적이 없진 않아보이지만, 소화물차가 끼어 있는건 아마도 고장이나 여타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기관차도 화물회사의 것이 아니라 앰트랙의 자체 기관차를 동원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갑종회송보다 엄중하고 준비태세가 강한데, 도중에 지원을 받을만한 역이나 처소가 없다보니 저런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화물회사 선로를 빌려쓰는 입장이다 보니, 그 이상의 서비스를 받다가는 비용문제가 심각해질테니 방어가 철저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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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고속철도 탈선 건.

12/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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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테일한 보고가 나오기엔 좀 많이 이른 상황이지만, 대체적인 초동분석은 보도가 나오는 눈치입니다. 영어 보도 중 하나(링크)에 따르면 일단은 사고의 원인은 야간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선로전환기의 제어를 끈 상태인데, 작업종료 이후 이를 복귀하지 않은 채로 방치했고 그래서 열차가 그대로 보수기지의 측선으로 허용 최고속도로 돌진해 탈선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덜 탄 상태라서 그나마 승무원 2명, 아마도 선두차량의 기관사들로 추정되는 인원의 사망과 다수 부상으로 끝났지, 스페인 고속철 탈선사고에 비견할만한 대형참사가 났을만한 사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고의 유형으로 보면 강릉역 탈선사고와 굉장히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정상진로가 구성된 것으로 착오하고 분기기를 고속통과하다 탈선한건 거의 판박이에 가깝달까. 다행히 강릉쪽은 곡선구간의 끝이긴 해도 단선구간에 신호장 분기를 앞두고 있어 전속력을 내지 않은 상태여서 그정도로 끝났지만, 저쪽은 복선에 부본선 방향으로의 탈선인데다 너무 고속이었던 탓에 사망자가 나온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통 신호나 선로전환기는 그야말로 오작동시의 치명도가 높기 때문에 운영 중인 노선상에서 보안을 끄거나 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걸로 알고 있고, 상식적으로 신호가 났다면 선로전환기가 전부 정상상태임을 입증한 상태여야 하는데 이게 깨진것은 굉장히 이상한 케이스라고 해도 그리 틀리진 않을겁니다. 보수목적으로 손을 댔다면 사후적인 동작 확인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게 없었다는 것도 이상하다면 이상한 경우고 말입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사실 구식의 철도에서는 인원이 배치되는 역에 모든 분기를 집약시키는게 기본이고, 도중분기는 극히 예외적으로, 여러 보안조치를 한 이후에 설치하는게 보통이었는데, 무려 고속철도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건 여러모로 충격적인 일이라면 일일겁니다. 사고조사에서는 이 부분이 아마 주로 다뤄지고 있을거라 보이는데, 그 결론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여담이지만 이탈리아의 경쟁체제, 즉 국철인 FS와 민간업체인 NTV의 경쟁은 우리나라 경쟁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열심히 인용했던 케이스인데, 국철의 경영상태 악화와 경쟁압력이 유지보수의 허술함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의심이 됩니다. 경쟁체제가 국철의 안전과 경영개선에 기여한다고 약팔던 사람들은 이 상황에 대해서 이게 다 FS때문이다라고 할지 많이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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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유마호 사고 초동보고 요약.

27/1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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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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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행정원에서 직접 초동조사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프레젠테이션을 어제자로 공개를 했습니다. 덕분에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사고의 큰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부분은 이 두 장의 그림이라 할겁니다. 자료 자체는 꽤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는지라 언어적으로 제약이 있긴 하지만 받아서 볼만은 합니다.

 흐름의 요는 운행중 차량의 공기압축기 4개 중 1호차와 8호차 2개가 죽어서 MR관(주공기관)의 압력부족으로 차량의 경보장치가 동작해서 수차례 비상제동이 체결되는 현상이 있었고, 심지어 판토가 일시 내려갔다 올라가는 현상까지 발생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계속 고장으로 인한 보안장치 동작이 있으니 기관사는 사령에 차량이상을 통보했고, 이후 재기동을 했지만 다시 보안장치가 차를 세우자 기관사가 ATP를 차단했고, 이후 차량정비원이 공기압축기의 고장을 인지하고 브레이크제어장치(BOUN)에서 1, 8호차의 것을 차단조치를 합니다. 이후 뤄동역에 정차를 했으니 일단은 고장조치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후 운행하면서 140km/h까지 가속을 해서 주행을 하면서 곡선역에서 기관사의 제동취급 없이 그대로 진입을 하면서 탈선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일단 결론은 ATP차단을 하고 속도위반 상태에서 제동을 취급하지 않은 기관사의 인적오류가 사고의 직근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차량의 불량이 제대로 조치되지 않은 점이나, 그 상태에서도 적절한 조치 없이 무리한 운행을 지속한 점, ATP를 차단했음에도 경보가 가지 않은 점 등이 일단은 그 배경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할겁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심이 드는 부분은 기관사가 정말로 제동취급 없이 곡선에 돌입을 한건지, 아니면 제동취급을 했음에도 기기가 동작하지 않은 건지 입니다. 제한속도 75km/h 커브에 거의 2배 가까운 속도인 140km/h로 돌입하면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 부터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든달까. 보통 틸팅이라 하더라도 곡선에서 15~25km/h정도 증속을 허용하는 수준이니 이걸 감안해도 40km/h이상의 과속을 한 상태고, 이 과정에서 제동이나 타행없이 가속한건 좀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입니다. 만일 인적오류라면 이런 취급을 하게 할 정도의 압박을 받거나, 졸음과 같은 심신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도 검토가 있어야 할겁니다.

 공압계통이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의 사고는 일단 아닌거 같긴 하지만...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사고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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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철도의 구조적 과제.

4/11/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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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푸유마호 탈선사고" 근원에 있는 "인적요소"와 "구조적 문제"(일본어) 

 일본어판 허핑턴포스트 기사기는 한데, 사고원인에서 가장 큰 부분인 ATP의 무단해제 문제를 둘러싼 지리한 책임전가는 둘째치고,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한 부분은 좀 참고의 여지가 있다고 할겁니다. 주장의 요지는 공공예산 투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편으로 운임수준은 억제하고, 경쟁수단 등으로 수요는 유출되다 보니 재투자의 능력이 극히 제약되다 보니, 결국 그나마 병행 고속철이 없고 도로망이 부실한 동부간선에 틸팅특급을 집중하는 등 수익 극대화를 하다가 그 한계를 넘어섰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대로 된 백데이터가 없다보니 주장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는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 데이터 공개가 썩 잘되는 편도 아닌데다, 언어적 장벽도 어느정도 있다보니. 선별 데이터 같은게 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게 제대로 공개는 안되는지라, 일단 2017년도분 영문판 연간보고서를 좀 찾아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대충 경영상태나 흐름이 어떤지는 대충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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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로 보면 재정적으로 어느정도 압박을 받고 있는지는 잘 보인다 할겁니다. 273억 대만 달러(약 1조원)를 벌어 15억 대만 달러(약 5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발생했습니다. 당기손익의 비율만 보면 5% 정도 수준이고, 전년도에는 그래도 300억원 정도에 묶어두는게 있어서 꾸준 손실은 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개막장은 아니네 라고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한국철도처럼 4조원을 벌어서 5천억씩 깨먹는 구조보다는 확실히 그럴싸해 보이기는 하니 말입니다. 실제 회계자료의 상세나 대만의 회계기준을 좀 더 파봐야 사실 정확한 평가가 되겠지만, 일단 굵직한 숫자만 보면 그렇습니다. 

 확실히 이건 대만철도 당국의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자구노력의 결과라면 결과일겁니다. 비교적 인건비가 억제되어 있는 대만의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한국철도의 정부현업 시절과 비슷하게 인건비를 죽어라 억제하고, 이번 사고의 기관사가 그런거 처럼 사무직 직원들을 주말에 동원해 현업에 투입하는 식으로 인건비 증가요인을 최대한 줄여치는 관행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을겁니다. 또, 사업면에서도 본업 외의 부대사업에서 그럭저럭 잘 돌아간다는 점에서도 평가를 할만합니다. 부동산 개발사업 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점도 유리한 요소라 할겁니다. 아무래도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의 현업이고, 상대적으로 고만고만한 도시규모에서 철도역의 거점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부대사업 중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식음료부문인데, 화물수익을 압도하고 임대나 구내영업수익과 맞먹는 식음료부문의 수익은 그야말로 "성공한 국영식당"이라 해도 틀리진 않을겁니다. JR화 이후의 일본철도의 관행을 적극적으로 배워온 결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문제는 본업에서의 실패라 할겁니다. 대충 부대사업의 수익을 합치면(일단 자산개발 부문은 좀 숫자의 정합성이 없으니 논외로 하고) 13억 대만달러(470억원)에 달해서 순손실 금액에 거의 육박합니다. 즉, 본업은 이미 영업계수가 120~130정도까진 올라가 있고, 정부현업으로서 아마도 경상보전도 어느정도 받고 있을걸 감안하면 본업의 부실화는 제법 진척이 되었을거라 보입니다. 물론, 일본처럼 깡촌의 농어촌 버스 수준의 사업들이 거의 안남아 있고, 한국처럼 운임 억제는 심해도 화물쪽 부실은 거의 떨어낼 수 있을만큼 화물이 미미한게 그나마 유리한 정황이기는 합니다만, 그리 경영상태가 좋지는 않을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대사업을 더더욱 강조하는 것이라 할거고.

 운송 본업의 부실은 양면 전선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일단 간선은 인구의 70%를 포괄하는 서부간선에서는 대만고속철도(THSR)에 치이고, 그나마 도시노선은 MRT라 불리는 경전철 및 도시철도에 치이는 구조가 수송분담률 자료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할겁니다. 일단 자료가 인킬로 자료가 아닌 인원 자료라서 해석의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일단 숫자만으로 보면 고정되어 있는 총량에서 기존철도는 거의 멈춰있는데 비해서 고속철도와 도시철도의 점유율은 빠르게 상승을 하고 있습니다.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그나마 대만철도가 이른바 첩운화라 불리는 구간차수송에 집중하여 서부간선 축의 수요를 근거리화 시키고, "타로코"나 "푸유마" 같은 동부간선의 틸팅 투입으로 수요의 감소를 열심히 방어하여 고속버스가 우위를 가지는 동부간선에서 셰어를 가져온거라 볼 수 있을겁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수본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낮은 운임수준으로는 첩운화를 하더라도 이익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다, 인킬로가 상대적으로 짧다보니 수요는 어느정도 나오더라도 적자가 나는 외화내빈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이미 깡통화되어가던 서부간선의 장거리 열차를 지키다가 말아먹는거 보다는 그나마 잘 할 수 있는거에 집중하는 것이 낫긴 했을겁니다만, 수익성 기조에서는 비채산 구간들 문제가 남았을거고, 민영화된 일본처럼 이걸 내다버릴 수는 없으니 적자를 보면서 어떻게든 꾸역꾸역 굴리는걸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부실화에 기여요인으로 지하화가 있지 않나 의심도 듭니다. 타이베이의 경우는 거의 30년간 20조원 가까이, 가오슝도 3조원쯤 들어가는 지하화 공사 비용이 발생했는데, 역부분의 지상은 고밀도 개발을 통해 어느정도 보전을 했을거고 도로나 공원 등으로 사용되는 본선부분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의 사용료나 토지매각대금을 받아냈을거라 생각은 드는데, 문제는 그게 저정도의 대규모 장기간의 공사비용을 충분히 보전할 수준이었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대신 정부의 보조금이 있긴 했겠지만, 대신 지하화로 발생하는 시설의 유지보수비용, 공조, 전력등의 경비 증가, 차량교체비 등 비용 증가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을거라 추정이 됩니다. 물론 워낙 심각하던 인프라 수준이라서 사회적 비용이 상당히 생기는 문제는 있지만, 그걸 오롯히 철도가 부담하는 구조가 되었다면 부실화를 피하기가 매우 어려웠을거라 봅니다. 

 본업의 부실화는 부대사업에 열을 올리게 만드는 한편으로 본업의 저비용화에 목을 매게 했을겁니다. 대개 저비용화를 강조하다 보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잘 나오는게 정신론인데, 덕분에 차량교체나 아예 운행중지를 감행해야 할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차를 굴리도록 압박하는 분위기가 나왔을거고, 덕분에 시설물이나 차량의 정비도 부실화되는 걸 사람으로 때워넣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의심이 됩니다. 저런 상황에서는 군기잡기용 근로동원도 상시적일테니 제대로 휴무를 가지지 못하거나 업무에 염증을 느끼는 직원들이 종종 나올거고 덕분에 본업의 부실화를 넘어 현업의 황폐화 단계까지 진척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사실 좀 더 아이러니 한 부분은 고속철도 부문은 민자도입을 통해 그런대로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그 수익이 투입자본을 회수하는데 모자라서 재구조화 같은 적극적인 재정조치를 해서 공적 재원을 빨아들이는 방향으로 동작을 했는데, 반대로 기존선 쪽은 정말 한계까지 쥐어짜면서 굴러가면서 대형사고를 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만약 대만고속철도의 수익을 고속철도로 인해 부실화된 기존선에 어느정도 활용할 수 있었다면 이 지경에까지 이를만큼 부실문제가 생겼을까 라는 생각이 남기는 합니다. 서부간선이 이미 항공과 고속버스에 잠식상황이긴 했겠지만, 철도 자체를 선호하는 수요가 없지는 않을건데 고속철도 덕에 그 마지막 보루를 싹 털린 택이니 말입니다. 또 민간 투자자에게 나가는 재정을 철도 내부로 수용할 수 있었다면 사업 운영의 여력을 확보해서 좀 더 안전한 철도를 운영할 수 있엇을거고 말입니다.

 구체적인 자료가 부실하다 보니 인상비평적이기는 합니다만, 흑자부문을 털어먹고 적자부문을 꾸역꾸역 끌고가다 말아먹는 것은 민영화 좋아하던 나라의 공통된 말로다 보니 대만의 케이스도 그런게 아닌가 라는 추정이 안들래야 안들수가 없달까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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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조차장 고도화(1988)

30/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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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식 조차장의 몇 안되는 예시로 언급되던(아마 일본국철 등지의 교재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돌고 돌아 온거겠지만) 뉘른베르크 조차장 관련해 찾다보니 나온 독일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연방철도 부내용 내지는 교육용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영상인데 독일어에 자막도 없는지라 여러모로 내용을 충분히 알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과거의 조차장 자동화의 개념을 좀 볼 수 있는 영상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부분은 재래식의 조차장 운영을, 뒷부분은 어떻게 개량을 해서 어떻게 자동설비를 넣어 고도화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90년대 후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기관차 자동화나 무선통신 활용, 정보화 설비 같은게 더 들어가면 조차장 자동화가 어떤 얼개로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뉘른베르크 조차장은 험프식 조차장과 달리, 최초의 가속 구배 이후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는 구조라서 분류선에서 차량의 최종 조성 방식이 다른 조차장들과 좀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이건 좀 지엽적인 부분이라 논외로 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른바 야드 자동화는 두 개의 흐름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험프에서 굴려내리는 화차를 어떻게 통제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이 화차의 차호와 행선을 정확하게 구분, 분별처리하여 알맞은 조성을 맞추는가입니다. 위 영상에서도 이 두 흐름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동화에서 기계적 요소인 전자에 집중을 하지만, 실제로 조차장 운영의 묘는 후자 쪽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화차, 일종의 돌방으로 흔히 험프 전송이라 부르는 이 취급 방식은 화차 자체를 굴려보내는 방식이다 보니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조차장에서는 험프에서 굴러내리는 화차는 헴슈(hemmschuh)라 불리는, 제동화를 레일에 두어 차를 잡아세우지만 과거 일본국철에서는 사람이 뛰어타서 직접 수제동기를 조작하는 그야말로 위험업무의 극을 달리는 방식을 썼습니다. 통상적으로는 험프에서 굴려 가속한 다음 리타더(retarder)라 불리는 차륜을 양쪽에서 눌러 세우는 레일측 브레이크로 일정수준까지 속도를 줄이고 최종적으로 사람이나 제동화를 써서 소정 위치에 차를 세우는 방식이 기본이 됩니다. 제륜화는 사람이 설치하고, 레일에 노치를 두어서 자동으로 탈락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위 영상의 기존 취급방식에 묘사가 됩니다. 

 험프 방식에서 화차 제어를 자동화하는데에는 험프에서 굴러내려가는 속도를 계측하고, 차중, 형식, 풍향, 습도 같은 조건에 맞춰서 리타더를 제어하는 데서 시작을 합니다. 과거에는 리타더의 조작은 조차장의 관제탑에 있는 조작원이 감으로 하는 식이었는데, 이걸 자동화하는게 1차적인 부분이라 할겁니다. 기관차와 관제탑의 합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보니, 이후 무선 자동제어 방식을 여기에도 적용을 하게 됩니다. 이후 분류선으로 굴러가면서 각 분류선 초입에 있는 리타더로 2차 제동을 통해 안전 속도까지 낮추고, 각 분류선에서 타력으로 서서히 멈추는 방식을 쓰게 됩니다. 위의 뉘른베르크에서는 2차 제동의 수단으로 수동식의 리타더를 쓰는데 이쪽이 좀 소수파에 가깝습니다. 

 분류선 내에 멈춰선 화차들은 정확하게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을 가망이 높은데, 일단 분류작업이 일차로 끝난 다음에 반대쪽에서 기관차가 밀어서 열차를 연결시키고 인출해 조성을 하는게 보통의 방식입니다. 다만, 위의 뉘른베르크는 화차가 굴러내리기 때문에 가동식의 차막이가 화차를 잡아주고 그 뒤에 구배에 의해 굴러내려오는 차들이 차곡차곡 연결위치에 오게되는 구조로 운영이 됩니다. 평탄선 구간에서라면 돌방입환에서 처럼 화차끼리 직접 굴러서 붙이는 식이 되고, 이게 충격으로 굴러나가지 않도로 레일 쪽에 제동화를 설치하는 방식을 씁니다. 과거 자동화에서는 동력차 소요와 인공수를 줄이기 위해서 선로별로 화차이송장치를 두기도 했지만 요즘은 잘 보인느 편은 아닙니다. 

 이런 기계적 부분의 자동화 외에 중요한건 차호와 행선을 인식, 분류하는 정보통신 부문의 고도화 또한 중요한데, 사실 이건 지금에 와서는 다들 당연히 쓰는 요소라서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할겁니다. 과거 방식에서는 도착선에 입선한 각 차에 붙은 화차 차표와 차량의 차호를 전부 확인해서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사무직원이 확인 정리한 다음 행선별로 어떻게 분별할 지를 정하여 기관사, 조차수 등에 공유하여 작업오더를 만들어 처리하는 식이 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정보가 전부 전산화 되어있는게 보통이다 보니 이런 부분은 잘 와닿지는 않는데, 이 정보에 연동하여 기계제어 쪽, 즉 분기기 취급과 험프 운전을 연동하는 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은지라 위의 영상에서는 이 부분은 구현이 되어 있지 않은게 보입니다. 

 
 야드 자동화 자체는 유럽에서는 여전히 유용하고 고도화가 더 진행되었지만, 정작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시큰둥하고, 특히 일본은 70년대 말 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던 야드 자동화 시스템이 10년도 안되어서 전부 포기되어버린, 일종의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어버립니다. 사실, 이런 조차장에서 분류작업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 이유는 소규모 차급 화물을 집결해 전국 각지로 보내는 이른바 집결수송 방식을 화물에서 널리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1개 편성을 전부 취급하지 못해서 1회 발송량이 3~4량 수준에 머무르는 발송자나 수령자가 널려있는 상황에서는 이 방식을 안쓰기가 어렵다 할겁니다. 하지만, 이런 화물 시스템이 비싸게 굴러감에도 여전히 현역인 유럽과 달리 우리나 일본은 이런 화주들을 대부분 버리거나, 컨테이너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을 해버리게 됩니다. 

 이점에서 컨테이너 시스템의 장점이 나오게 되는데, 전용선의 유무에 관계 없이 도로망을 경유해서 집화와 배송을 하고, 간선 수송 만을 철도가 전담하면서 대규모 조차장은 어디까지나 화차의 유치 보관 정도에만 쓰게 됩니다. 1개 열차를 전부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1개 열차에 행선을 2~3개 정도로 제한해 보내고, 도중에 중계입환을 소요하더라도 조차장식의 대규모 분류작업을 소요하지 않게 조치를 하니 큰 문제 없이 수송이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컨테이너화는 미진하지만, 대신 소규모 화주들이 상당히 정리된데다, 네트워크 자체가 그리 방대하지 않아서 합리화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었다 하겠습니다.

 향후 대륙철도가 연결되면 이런 재래식의 집결수송과 조차장이 부활할 수 있을것인가는 아직 미지수기는 합니다. 다만, 현행의 네트워크를 아득히 뛰어넘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연결이 되고, 또 아직까지 철도 수송에 의존하는 지역들이 들어오게 되니 어느정도 소요는 있을거라 생각은 되지만, 다만 이게 국내에서 소요가 될런지는 불명확합니다. 다만, 저런 자동화 기술들의 요소와 컨셉을 국내에서도 적용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안전도를 향상하려는 노력은 좀 필요할거라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런 야드 자동화 보다는 화물 취급역, 특히 대규모 화물 취급역의 처리방식 개선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하루 수천량을 이상 처리하는 화물처리역에서 자잘한 사고가 빈발하는데에는 처리능력이 불충분하니 작업원이 서둘러야 해서 불완전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게 사람잡는 안전사고를 유발하게 되는 것인지라 이런 부분에서의 고도화가 생산성과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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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선 사고 관련 짧은 생각.

22/1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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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보고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차량 결함 내지는 정비 문제의 가능성이 좀 높단 생각이 듭니다.

 공압식 틸팅은 에어스프링에 의존해서 동작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컴프레서와 압축공기통을 일반차량보다 다수 설치하는게 상례입니다. 근래엔 전기식 도어 보급 덕에 공압은 대개 제동회로와 에어서스펜션, 그 외에 화장실이나 경적 정도에 쓰는게 보통인데, 공압식 틸팅(이른바 차체경사장치)의 경우는 단순히 압력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가감압을 빈번하게 하면서 에어서스펜션을 동작시키기 때문에 압력 소모가 상당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컴프레서를 더 달아 둡니다. 

 문제는 이게 제동계통과 같이 에어를 쓰기 때문에, 잦은 제동과 틸팅 동작이 누적된다면 에어 압력이 지나치게 빠져서 제동불능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걸 감안해서 어느정도 안전한도를 두고 경보장치가 따라붙겠지만, 이게 무력화되는 고장 또는 동작 결함이 있다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겁니다. 그전에 보통 제동장치에 예비 공압통이 있어서 이게 최후의 보증을 했을 듯 하지만, 만약 이 모든 장치가 주행중, 그것도 장대 하구배 구간에서 전부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번 사고와 같은 케이스가 나올 수 있다 생각이 듭니다. 마침 근래 영국에서 경적을 동작시키다 이게 고착되면서 경적이 계속 동작해서 공압을 전부 소실해 기동불능이 되어버린 케이스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거랑 비슷한 케이스가 아닐까 싶은 의심은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동장치가 동작할 수 없으니 ATS나 ATP같은 신호보안장치도 의미가 없을거고, 그나마 막을 수 있는건 19세기의 유물 취급받는 피난선 정도, 그나마도 비교적 느린 속도에서나 대응가능한 설비밖에 없을겁니다. 그야말로 기본 전제가 전부 깨진 사고인 셈이라고 해야할겁니다. 다만, 문제는 이정도로 무력화 될 때까지 아무런 경보나 안전측 동작이 없었다는게 이상한데, 설계나 차량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래서 정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뭐 일단은 설레발에 가까운 이야기고, 일단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겁니다. 다만 몇가지 이야기 나오는데서 이런 생각이 들었기에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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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홋카이도 경영 개선안 발표.

26/8/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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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 타이밍 늦게 알게되었는데, 지난 7월 27일자로 일본 국토교통성에서 JR홋카이도의 경영개선 계획을 발표를 했습니다. 내용 자체는 그렇게 극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부 재정 투입을 2년간 4백억 엔 수준, 즉 연 2백억엔 정도의 투입을 전제로 한 점은 기존의 일본의 최소개입적인 정책에서 일변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위의 이미지처럼, 내용은 크게 사업수익 측면과 비용지원 측면에서 접근하고, 후자에 공적 재원을 집중하는 형태로 잡혀져 있습니다. 다만, 수익 확보는 아무래도 비용구조 개선을 위한 공적비용 투입을 합리화하는, 즉 이런저런 경영개선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 가깝다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사실 이미 경영상태가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기 때문에 수익개선이라는 것도 여러모로 잘 되기가 어려운게 있긴 한데, 그래도 공적 자금을 받는 죄인이니 뭐 어쩔수가 없달까.

 일단은, 수익면에서의 대책은 좀 지미한 감은 있습니다. 첫째는 그나마 대도시인 삿포로 시 일대의 비철도부문, 즉 부대영업이나 부동산 부문의 수익 최대화를 기조로, 둘째로 신치토세공항 접근교통의 강화를 통한 운수사업의 최적화, 셋째는 인바운드 관광객 대상의 관광열차 충실, 그리고 제반 비용삭감과 의식개혁운동 등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적자선의 정리도 검토가 들어갔는데, 이미 JR홋카이도가 발표한 수송밀도 200인 미만 구간, 삿쇼선 비전화구간, 네무로선 후라노-신토쿠, 루모이선 잔여구간 등이 물망에 올랐고, 세키쇼선 유바리 지선이나 히다카선 피재구간 등 이미 폐선 및 대체교통 협의가 들어간 선로 등이 대상이 된 걸로 보입니다. 

 비용면에서의 대책이 사실 이 계획의 본방이라 할건데, 크게 네 꼭지에 대해 국가 지원금 2년간 약 400억엔의 지원을 실시하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1) 이용이 적은 철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사업의 구축이 필요한 선구에 대한 철도시설 및 차량의 설비투자 및 수선 지원. 
     (단, 지방자치체 등으로부터도 동일 수준의 지원을 할 것을 전제로, 구체적인 사업 구성에 대해서는 협의 조정.)
 (2) 화물열차 주행선구에 대한 화물열차 운행에 필요한 설비투자 및 유지보수의 지원
 (3) 세이칸 터널의 유지관리 지원
 (4) 경영기반의 강화에 기여하는 적극적인 설비투자 지원(단, 재정지원 50%, 무이자대부 50% 형식)

 이는 일단 급한대로 운수기구의 재정을 활용하는 조치로, 이후에는 국가가 지속 지원을 하기 위해서 입법적 조치를 수행할 계획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대해서 JR동일본에서도 인적 및 기술적인 협조, 지원을 더할 것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지원의 목표는 홋카이도 신칸센 삿포로 연장 개업 후 어느정도 사업개선효과가 나오는 2031년 까지를 계획년도로 잡고 있어, 단기적 조치가 아닌 10년 이상의 장기전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계획은 JR홋카이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겠습니다. 노선의 포기는 적극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지방대책이 없는 한에는 대체수송을 추진하는 방향이 될거고, 국철 말기의 지방선 정리와 비슷하게 지자체 부담을 끼고 노선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보조를 받고 공영 버스같은 대체수송으로 전환을 하거나 양자택일의 형태가 될 거라 보입니다. JR 입장에서 대체수송으로 버스를 끼워도 운영비 자체는 철도랑 다를게 별로 없었던 전례가 있어서, JR부담이 아닌 국가 및 지자체 부담 형태가 된 걸로 보입니다. 이 부분이 아마 가장 첨예한, 그러면서도 양보하기 힘든 사안이 될거라 예상이 됩니다.

 화물 관련 시설 투자와 세이칸 터널 유지보수 보전은 사실 진즉에 문제가 되었던 사안을 정말 사장 둘이 자살하고 사업이 파탄지경에 가서야 정리를 한 택인데, 늦었지만 일단은 가닥은 잘 잡았다고 봅니다. 기존에 선로등급 상 을선(2급선) 정도로 지어진 시설이다 보니 궤도중량화나 강화도상, 침목 숫자 등의 설계기준이 낮았고, 덕분에 화물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궤도파괴가 빠르게 진행되어 유지보수 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진 문제가 있었는데, 아마도 궤도중량화 같은 대책이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세이칸 터널의 유지보수 비용은 수백억 엔 수준의 유지보수 비용이 매년 들어가던, 그야말로 사업수지의 블랙홀이라 할만한 사업이었는데, 이걸 국가부담을 늘리는 방향이 된다면 일단 급한불은 끄긴 할 수 있을겁니다. 재정지원 규모로 봐서는 대대적이기 보다는 제한적인 수준이긴 할겁니다마는.

 경영기반 강화 투자는 일단 인력절감 투자나 자동화 같은데 제법 들어갈거로 보이는데, 이외에 차량구입 보전같은게 어느정도 들어갈 걸로 보입니다. 사업수익 대책에서 공항노선 강화같은 이야기가 언급이 된게 아마 이 사안일거고, 그 외에 디젤동차들의 대체투자 같은게 좀 들어가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이 됩니다. 

 
그림JR홋카이도의 영업수지 및 비용구조 추이(1987-2017)

 이번 계획에서 노오오력 드립이 잘 안보이는 건, 사실 JR홋카이도가 사업영위를 잘못한거 아니냐 라고 하기가 참 애매한건, 정말 처절할 정도로 사업개선 노력을 해 온게 명백하기 때문에 그렇기는 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이다시피, 인원 삭감과 인건비 절감을 엄청나게 후려대서 더 이상 내려갈 구멍은 없는데, 신간선 개업이나 사고 이후 시설이나 차량정비 소요량의 급증으로 비용구조가 급속히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이게 경영책임을 논할 수 있는 사안이라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사갈등이 커지는 것도 결국 저런 비용구조 악화를 어떻게든 막아내려 하다보니 생기는 갈등이라 할거고. 

 우리나라에서도 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싶은데, 물론 JR홋카이도 같은 과소지와 나름 근간이 되는 수익사업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한국 철도를 비교하는건 좀 안어울리지만, 수지개선을 위해서 10년 정도의 장대한 기간계획을 잡은 거나, 단순히 자구노력만을 강조하기 보다 적극적인 재정조치를 넣은 것은 좀 참고할 만 할겁니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철도가 망하건 말건 체리피킹이나 해먹을 생각만 하던 방향과 정말로 대조되는 자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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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와 관련된 이것저것들. 
    혐한과 개는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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