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뉴스에 잠깐 지나가길래 좀 더 찾아보니, 파리 광역권 외 지역에서 RER 서비스를 도시측의 지원을 받아 재정 및 행정지원을 해준다는 법안이 12월 18일자로 상원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법정명칭은 SERM(services express régionaux métropolitains; 대도시권 특급 서비스)으로 불리며 흔히 대도시 RER이라고도 흔히 부르는데, 법은 10개 도시에 대해서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 도시로부터 추가 신청을 받는다고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약간 느슨한 기준에서 독일의 S-Bahn에 대응하는, 그러면서 좀 더 질을 끌어올린 서비스를 각 지방도시에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라 볼 수 있습니다.
히스토리를 좀 찾아보니, 2020년에 이미 SNCF가 기획보고서를 내고 시범사업으로 페리괴, 스트라스부르에서 2022년부터 시범 운행 단계까지 간듯 하고, 릴르, 보르도는 이미 공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해서 작년에 마크롱 대통령이 "10개 정도의 도시에 RER을 만들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햇었는데, 여기에 부수한 법률을 이번에 통과시켜서 실제 추진 체계를 갖춰나가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이걸 그냥 번역문으로 보면 조금 복잡하지만, 사실 지향하는 바는 딱 고도화된 우리나라의 지방광역철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은 이걸 영어권에서 번역하면 커뮤터 서비스 정도로 잡을 수 있긴 한 모양입니다만. 물론 배차가 더 조밀한 수준으로 계획되어 있고, 티케팅에서 버스등과 단일화 같은게 이야기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우리나라의 환승제도를 좀 더 확장한 거라 보면 크게 틀릴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동해선을 필두로 대전, 대구의 광역철도 추진은 어느정도 고속철도망이 활성화된 나라라면 당연히 생겨나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뭐 JR화 와중에서 일종의 지방 치적사업 비슷하게 이루어진 일본의 지방도시 고빈도 운전체계나, 첩운화라 불리는 대만의 구간차 증강을 보면 이런 흐름 자체는 수요조건이나 사회적 니즈에 맞춰 가는 흐름이라 할 수 있을거고, 프랑스 역시 주요축선의 고속철 노선 정비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흐름이 나오기 시작한 걸로 볼 수 있을겁니다. 또, 이런 흐름에서 광주선 셔틀이나, 영동선 셔틀, 이외에 군산선-전라선 통근열차 같은 지역권 열차 프로젝트들도 좀 크게 본다면 저런 흐름으로 나오는 거라 할거고 말입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재정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서 우려가 상당히 많은 편이고, 실제로 지자체 중엔 찬반이 좀 오락가락 하는 감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중앙정치 레벨에서는 국내선 항공기 규제를 강행하는 등, 환경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가는 모양새고 그런 배경에서 이번 법안도 만장일치 통과가 이루어졌다고 하는지라, 그 수준이나 범위에서 타협은 있을지언정 추진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입니다. 물론, 이런 사업은 디테일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는 법이긴 합니다마는, 여하간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