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통사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조선총독부 철도국 등 교통부문에 근무했던 전직 관료들이 80년대에 간행했던 책입니다. 이 책 이전에 조선교통회고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 이후에 기존 총독부 자료들을 집대성해서 간행한 것입니다. 총 4권에 통계등의 자료편이 붙어있는 구성인데, 국내 번역시에는 다른 교통부문과 종전 처리를 제외한 철도 부분을 집약해 번역해서 2012년 1권 간행 이후 거의 10년 가까운 작업 끝에 완간이 되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일제당시 간행된 조선철도40년 약사나 조선철도사 같은 자료를 기본으로 해서 정리된 것으로, 전반적인 내용은 아마 구간 한국철도사나 한국철도백년사 등의 자료와 교차되는 내용이 많은 편입니다. 또한 총독부 근무자들의 관점인 만큼, 자신들의 과오를 가리고 식민지의 철도라는 거북한 부분을 피해가는 내용이 많은 편이라는 한계는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만으로 일제시대의 철도를 이야기하는 것은 좀 편향이 들어가기 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치가 있는 것은 1937년 중일전쟁 개전 이후부터 내용이 점차 빠지고, 1941년 대미개전 이후의 사회통제로 사료 자체가 극히 제한된 시기의 내용들이 여럿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기는 45년 패전으로 소각 내지 폐기되거나, 살아남았더라도 한국전쟁 중에 유실되어버린 것들이 많아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극히 알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신문들 조차 규제를 먹어 정간되어버리는 시대기도 한지라 거시적인 것은 물론이고, 단순한 사실도 제대로 안남아있는 그런 시대인데, 그 시대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높다 할겁니다.
좀 아쉬운 부분은 해운, 항공 파트나 마지막 종전처리 파트를 번역하지 않은게 있습니다. 철도와 관계가 없다고 잘렸는데, 사실 이건 해방 후 철도청이 분리되기 전까지는 이런 교통 각 부문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철도에 부수적으로 다뤄지는게 흔했던지라 당시의 총괄적인 상황을 보려면 이 부분은 필요한 내용이라 할겁니다. 특히, 부관연락선이나 병행항로 등은 전시 철도운영과 굉장히 밀접한 부분이고, 전시 철도부설의 여러 맥락이 닿아있는지라 내용을 생략한건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종전 처리라는 부분도 왜 해방후에 이런 꼬라지가 되었는지를 보는데는 필요한 사안이고 말입니다.
아쉬운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강점기와 해방 사이의 사실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철도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겐 일견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겁니다. 또 아예 원문을 영인한게 아닌 새로 번역해 낸 점이나, 일반서적으로 간행된 것도 의미가 있다 할거고 말입니다. 장래 조선교통회고도 발굴이 되어 번역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