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X를 하면서 여기에 간선열차 연계를 잡아넣는 방안 자체는 아마 할거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종시에 간선교통이 조치원역 외엔 전부 옆동네인 오송역에 의존을 하고 있다 보니 호남이나 영남에서 올라오는 교통 처리는 몰라도, 가장 굵직한 서울방향으로의 이동까지 버스 연계로 30분씩 길바닥에 쳐박는 상황이고, 또 이거에 뿔난 세종시 사람들이 호남고속선 상에 KTX역을 갖다놓으라고 난리를 치고 있어서 국토관료들이 호환 마마보다 무서워하는 청X모의 다이나마이트 불쑈™ 압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그림이 나오고 있으니, 무언가 쌈박한 대안이 하나 필요했던 상황이니 말입니다. 겸사겸사 배리어프리 억세스보다 중요한 나으리들의 서울시내 아파트 접근성을 보장하는 무언가가 필요했을거고.
여기서 그 방법론으로 철도공사의 여객 직결편이 아니라 은근슬적 민간사업자에 의한 간선열차 영업권을 끼워팔기 하는 방향을 들고왔다는 것은 참으로 흑심 다분한 그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004년 이전에 건설 운영이 시작된, 이후 개량선을 포함한 리거시 노선 영업권은 엄밀히 말하면 한미FTA에서도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을 만큼 일종의 철도공사의 성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적자가 나건 뭐를 하건 열차 운행을 유지하고 역 등의 시설일체를 관리하는 책임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해당 노선에 대해서는 철도공사의 영업에 대해 숟가락을 얹지 못하는 조건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건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예외기는 하지만, 이건 수도권전철이라는 영업 체계 하에서 분리영업이 곤란하고, 직결운행으로 얻는 공익이 커서 돈 문제를 엄격하게 다루지 않고 하는 경우라 할거고.
문제는 이 경부선 직결운행은 전형적인 체리피킹의 수단으로 취해졌다는게 명백하다는 점입니다. 즉, 사업자가 스스로 전체 영업망의 인프라 확보를 전부 못하는 거는 일단 차치해 두더라도, 영업이 실질적으로 양호한 선구의 열차 슬롯을 일부 빼먹으면서, 실제로 비용 원인이 되는 각 역의 티케팅, 민원처리, 운행관리 일체는 철도공사에 떠넘기는 그림으로 하는 거라 할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유사시의 구난이나 대체차량조달 내지 대행수송까지 전부 철도공사에 의존하는 그림을 깔고 있고, 이를 또 염가 내지 공짜로 받아먹기 위해서 전관 카르텔을 뽑아먹을 생각을 야무지게 잡고 있을겁니다. 이른바 SR이 고속선 네트워크에 해먹던 그 짓거리를 또 기존선 경부본선에 해먹겠다고 들고온겁니다.
물론, 이게 적정한 이윤을 철도공사에 공여하면서 이루어진다면야, 즉, 철도공사가 직영하는 열차보다 이게 더 이익기여도가 있다면야, 직고용을 넓은 의미의 외주노동으로 대체한다는 이슈는 있을지언정, 경영 기여도는 있으니까 어느정도는 용인할 수 있긴 할겁니다. 하지만, SR 케이스에서 보았듯이, 전관 카르텔의 역사하심은 철도공사의 이익을 카르텔에 속한 “업자”들에게 밀어주기를 하는 추하기 그지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정부부처가 중립이 아닌 이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계약이 이루어질지 매우 의심이 크다 할겁니다.
그리고, 이게 또 야기하는 소비자 편익의 감소 문제도 있습니다. 이미 직결이 확정된 GTX에, 저 CTX측 간선의 직결이 들어오게 된다면, 경부선 천안 이북으로는 최소 4개의 티케팅이 난무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즉, GTX-C선의 GTX 시스템 승차권과, 수도권전철의 승차권, 그리고 현행 간선열차의 승차권과 저 CTX의 승차권 4종이 생겨나게 된단 이야기입니다. 어쨌던 교통카드는 전국권이니까 문제가 없지 않냐고 하더라도 GTX-C와 수도권전철만 겨우 부분적인 호환성이 나오는거고, 간선열차와 CTX간선의 승차권은 좌석지정 기반이라 전혀 상호호환성이 없단 이야기가 됩니다. 즉, 상호 환승조치 연계가 안되는 건 당연한거고, 발권위탁 같은걸로 엮어넣지 않는다면 일선에서 승차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 가지 방법으로 안내와 개집표가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각 승차권마다 약관이 다 다르고, 제도운영이 다 다른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말입니다.
이게 무슨 심각한 문제냐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티케팅과 운임 제도의 난잡함 때문에 영국은 그놈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포기하고 GBR(Great Britain Railway)라는 단일 제도 하의 국영철도로 회귀를 추진중에 있습니다. 최소한 선구나 노선별로 위탁입찰은 돌릴값이라도 운행관리, 운임과 티케팅은 동일 프레임워크 위에 두겠다는 복안을 깔고 하는 일인데 이걸 역행하겠다는 건 참… 유럽 대륙 내에서도 이 제도호환성 문제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조직들이 철도회사들을 두들기고, 또 언론이 난잡한 운임정글을 성토하는게 일상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말입니다. 또한, 이런 운영회사의 난립과 호환성 문제는 결국 운행관리의 문제로 귀결될건데, 실제로 화물의 자유화나 오픈억세스 형태로 별도사업자들이 여럿 난립하는 독일같은 지역의 철도 정시성은 유럽 하위권으로 쳐박히고 있는 상황이고 말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다른 노선이면 몰라도 경부선 대전 이북같은 최혼잡의 간선에 저짓을 한다는 걸 보면 이게 정말 좋은건지 X같은건지 꼭 찍먹을 해먹봐야겠다는 심보를 알다가도 모르겠달까.
이 직결운영 관련을 걸러내고 본다면 노선 기획의 방향성 자체는 그리 나쁘진 않단 느낌이기는 합니다. 조치원~오송간을 어떻게 복선 입체교차화 할지가 좀 고민이 있어야 할거 같고, 대천정부청사역을 여객동선 분리가 안되는 1면2선 가지고 간선 터미널까지 하겠다는 부분은, 경부선 여객을 받기엔 좀 객기가 넘치지 않나 싶은 생각은 있지만 일단은 설계만 잘 뽑아지면 안될건 없다고 봅니다.
다만, 180급 노선으로 계획한다는 부분은 조금 재고의 여지는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 일단 도중 정차역을 대거 생략하는 방향으로 가기엔 세종이나 청주는 대중교통 체계가 버스 위주로만 되어있어서 너무 중간이 없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50km/h 최고속도에 1m/s^2정도의 가감속도를 가정했을때 성능 낭비가 없는 이론적인 최소역간은 약 2.5~3km정도, 180km/h에 동일 가감속도를 적용한다면 4km 정도가 나옵니다. 물론 역을 덜 설치할수록 사업비가 줄어들고, 운전시간을 단축할수록 이론상 편익이 커지니까 180km/h급 노선이 섹시하게 나오는 건 알지만, 현실적으로 지역에서 요구하는 역 설치를 받아내려면 아마 150급 운전을 전제로 해야할거라 봅니다. 특히나 청주같은 경우 사실상 대도시의 지하철에 해당하는 걸 요구할거고, 세종 역시 최소 4개소 정도는 역 설치가 필요할거기 때문에 무턱대고 긴 역간에 높은 최고속도를 뽑는게 그리 능사는 아닐거라 봅니다. 열차빈도나 시설규격, 유지보수 문제 때문에 경부선 쪽 역시 180급 차량을 넣는게 맞는가 라는 의문도 남을거고.
경부선 직결은 그냥 철도공사가 간선열차를 직결운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게 맞을거라 생각을 합니다. 이 조건에서 BTO가 좀 곤란할 수는 있겠지만, 민자구간에 철도공사 열차가 영업운전을 한 전례로 공항선 KTX라는 전례가 있기도 하고, 또 이 노선은 좋던 싫던 특수목적 사업 역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직영구간으로 봐야할거라 봅니다.
민자 쪽은 지금 꽤 핫하게 이야기나오는 이른바 신강남선과 동탄~청주공항선 연결로 확보되는 서울 접근축을 간선축으로 잡아 접근하는 방향이 되면 될겁니다. 이쪽은 사실상 신규사업이고, 사실상 철도공사의 영업선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도 운영이 가능한 독립적인 축선이 가능한 만큼, GTX형의 사업구조던 SR처럼 간선철도 영업 스타일을 가져가든 어느쪽이던 성립가능할거라 봅니다. 구간따라 민자사업자가 달라진다 하더라도, 이건 민자사업자 끼리 협약과정을 거친다면야 충분히 가능한 영역의 일이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