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행으로 접경지역 철도의 상징과도 같던 경원선 통근열차가 잠정 중단이 됩니다. 연천까지 전철공사가 이유로, 이후 공사완료 후에는 경원선의 잔여구간인 연천~백마고지간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일단은 오늘이 그 잠정적인 마지막 날인 셈입니다. 이는 해방이래 꾸준히 이어져 오던 경원선 보통열차의 종언이자, 통일호의 후신으로 열차의 가장 기층을 담당하던 "통근열차"의 끝이라 할겁니다. 통큰열차, 싸다싸 등으로 불리던 "싸구려" 열차의 마지막이라는 점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넘친다 하겠습니다.
사실 통근열차는 적자열차의 대명사로 온갖 비난을 받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또한 병행하던 버스가 더 배차가 낫고 환승운임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합리화의 압박을 그만큼 받던 열차였고, 그래서 재해 피해가 있을때 마다 장기운휴를 반복하던 전력이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해당 열차를 타 보면 적자선의 통상적인 모습과는 많이 다른 구석이 많습니다. 생각보다는 준족으로 꽤 빠른데다, 이용객 또한 보기보다는 제법 많고, 노인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오로지 노인만 몇사람 타는 그런 적자노선과는 분위기가 다른 감이 있습니다. 실제 저날 탔던 열차는 주말이라 그렇긴 하지만 꽤나 이용객이 많아서 입석도 일부 세워갈 정도였습니다.
예전부터 유명하긴 했지만 차내는 옛 통일호와 낡은 저항제어식 전동차를 섞어놓은 느낌입니다. 가끔 푹 꺼지는 고장난 의자가 있긴 하지만 요즘의 전철 의자와 달리 매우 푹신한 의자로 흔들림이나 선로충격이 좀 있음에도 부담이 적어서 여행의 느낌을 느끼기에는 정말 좋다 할겁니다. 다만, 디젤동차다 보니 매연냄새와 엔진 소음이 새어들어오는 점이나, 화장실같은 설비가 정말 옛날 그대로라는 점은 단점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보통열차라는건 원래 그렇게 타는거라 생각하면 편할겁니다.
통근열차로 오래 버틸 수 있던건 접경지역이라는 특별한 조건인데다, 그나마도 전철로 서울에서 한두시간을 달려와야 탈 수 있는 그 국지성에 있었다 할겁니다. 덕분에 차근차근 폐지되거나 RDC나 일반 무궁화열차로 대체되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그 덕에 영업계수는 세자리를 넘어 네자리를 마크했었다는 모양입니다만, 저 애매함과 어중간함 덕에 합리화와 선진화, 경영개선이라는 너울파도 속에서 15년을 버텼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DMZ트레인 같은 증수대책에서도 별달리 나아지지는 못했던거고.
전철화가 완공될 즈음이 되면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간선으로서 경원선이 다시 각광을 받을지도 모르고, 또는 그런거 없이 전철만 더 멀리 오게되어 정말 단촐하기 그지없는 짧은 구간만 남아 사실상 무기한 운휴로 정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지금의 경원선과는 다른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그 점에서 오늘이 "경원선"이라는 구 비전철 노선의 마지막 날이 아닌가도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