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전의 일본 영상인데, 일종의 교재용도 비슷하게 만든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당시에는 이런저런 영상을 극장에 걸고 상영하던 시절인지라 일반 개봉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좀 전쟁전의 과도한 "각잡기"가 거슬리기는 하겠지만, 실제로 구 철도성이나 일본국철에서는 기관조사의 투탄작업 효율화에 상당히 공을 들였던 흔적이라고 보면 될겁니다. 실제로 70년대까지 저런 투탄실습장을 두고 기관조사 양성과정 같은데서 교육을 시키고, 그걸로 성적을 매기는 일을 했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투탄작업은 사실 얼핏 보면 그냥 막노동 정도로 보이는 작업이기는 합니다. 그냥 탄을 던져넣기만 하면 알아서 되는거 아니냐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보기보다 꽤 숙련이 요구되는 작업 중 하나였습니다. 영상에서는 작업 구간을 나누어 횟수를 규정하고, 작업 결과물을 자를 들이대어 구역별로 재는 걸 보여주는데, 실제 저렇게 작업을 해야만 제대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증기를 발생시키는 보일러에는 불을 때는 화상이 있고, 그 위에 탄을 올려 불을 땝니다. 이때 화상 위에 탄이 골고루 깔리지 않으면 발열면적이 줄어 증기발생량이 불충분해지는 건 물론이고, 석탄이 낭비되거나 불완전 연소로 흑연이 심하게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적에 골고루 탄을 던져넣어 최대한의 효율로 연소를 관리하는게 요구가 되고, 이를 위해서 투탄을 적절히 하는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본국철은 좀 과하게 느껴질 정도로 투탄작업의 숙련도 향상에 집착하는데, 위와 같은 투탄연습장을 기관구에 만들어서 기관조사들로 하여금 연습을 하게 만들고 때때로 평가까지 하는 식으로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위의 영상에서 1개가 아닌 여러개의 모형이 있는 것도 그렇고, 보면 기관차 형식명(8600, 9600)이 붙은 것도 해당 기관구에서 운용하는 차종을 전제로 화상이나 화구문을 맞춰서 달아놓아 작업환경을 비슷하게 모사하려고 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 보면 될겁니다.
약간 여담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증기기관차의 투탄작업은 공병삽이나 사각삽 처럼 두손으로 쓰는 삽을 쓸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고 일본은 위의 영상처럼 한손삽, 흔히 스콥이라 하는 물건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보통 두손삽으로 투탄을 할 경우엔 대량의 탄을 퍼넣는데 유리하지만 정밀도가 좋지 못하고, 한손삽은 대량으로 넣기 힘들지만 투탄의 정밀도가 좋다고 하는데, 워낙에 극단을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한손삽을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증기기관차의 성능은 결국 보일러의 성능, 즉 높은 연소효율과 연소량을 통해 열을 생산해 얼마나 풍족한 증기량을 발생시키느냐에 있습니다. 문제는, 저런 수동급탄식 보일러를 쓰는 경우에는 사람이 탄을 일일히 공급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연소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데 있습니다. 즉, 화구문에서 화상까지 탄을 최대한 던져넣을 수 있는 거리는 한정이 있고, 또 그 화상에 최대한 던져넣을 수 있는 탄의 중량 역시도 사람의 동작범위에 묶여있게 됩니다. 즉, 면적을 넓히는게 바람직하지만 그 면적의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협궤철도에서는 균형이나 무게중심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한에는 동륜 사이에 화상이 위치해야 하고, 그래서 궤간폭을 넘는 화상을 설치하는게 어려워서 발열면적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걸 극복해서 효율을 뽑아내기 위한게 저런 투탄훈련이라 할겁니다.
또 저렇게 숙련을 강조하다 보니 기관사 직렬은 기관구의 차고에서 일상정비나 급탄, 급수 업무를 보는 고내수에서 시작해서 기관조사를 거쳐 기관사에 이르는 꽤 긴 숙련과정이 따르고, 대개 기관조사부터는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게 흔했다고 합니다. 증기시대에는 기관차들의 습성이 제각기 다른데다, 그날그날의 컨디션까지 따질 만큼 성능이 천차만별이었고, 또 이를 운용하는 기관사와 기관조사의 숙련도나 성향, 협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갑조, 을조 등의 형태로 실력에 따라 기관사들을 편제해서 승무사업을 배분했다고 할 정도고 말입니다.
물론 저렇기 때문에 2차대전 이후 디젤이나 전철화가 몰려들면서 증기기관차가 빠르게 도태가 진행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과도기적으로 자동급탄기나, 석유보일러를 달아서 연소관리를 어느정도 자동화, 기계화한 차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애초에 출력조절이 철저하게 기계적 피드백 구조로 이루어지는 디젤기나 전기에 비하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수준이니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C62정도에는 스톡커라 불리는 자동급탄기가 붙었다고 합니다마는, 이조차도 기관조사가 화구문을 수시로 열어 보조급탄을 넣어주면서 연소를 관리해야 했다고 하니 시대변화를 감당하기엔 어려웠다 할겁니다.
과거의 철도가 얼마나 사람의 숙련과 노동에 의존해야 했는가를 볼 수 있는 한 단면이 저 영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