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신간선에 의한 화물수송 이야기는 여러번 시도가 있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것은 도카이도 신간선 공사 당시에 트럭 피기백을 전제로 한 화물신간선 구상이 존재했던게 있습니다. 일부 선로구조물이 건설된 게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업비 예산을 50%를 초과해버린 건설 과정을 생각하면 아마 추가적인 공사가 가능했을지도 의문이고, 실제 진지하게 차량개발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보니, 반쯤은 언젠간 할 수 있겠지 정도, 반쯤은 세계은행 차관을 받기 위한 겉치레성 계획이 아니었나 생각되는 건수였습니다. 뭐, 실제 충분한 예산투입이 가능했더라도 유지보수 시간대를 6시간씩 배정해야 해서 야간운전을 깨끗하게 포기해버린지라 실용이 가능했을까도 의문이 남긴 합니다만서도.
이후 도호쿠 신간선의 모리오카 이북으로 연장이 추진되면서 재래선 분리 문제 때문에 신간선 경유의 화물수송 가능성 검토가 있었다고 하는데, 대피가능한 신호장 추가설치가 거의 30키로마다 필요한데다, 새로 동력차와 화차 도입은 물론이고 화물 환적 터미널까지 필요한 방향이 되어버려서 역시 폐안이 되었던 모양이고, 홋카이도 신간선 건설로 세이칸 터널 공동사용에 따른 속도제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간선형 차량에 재래선 차량을 적입해 수송하는 t/T(Train on Train)방식이 프로토타입 까지 만들면서 시도되었는데, 역시 난점이 많다 보니 조용히 묻혀있는 상태입니다.
이외에 우리가 했던 KTX특송 처럼, 신간선의 유휴공간을 사용해서 소소한 특송화물 서비스를 과거 일부 노선에서 실시하던게 있었습니다. 이게 원래 야간 침대열차의 발전차 여유 공간을 쓰는 그런 사업에서 출발한 거라던가 그런데, 전 노선에 적용하는 것도 아니고, 몇몇 역간에서만 이루어지고 접수하는 화물 종류도 제한된 그런 서비스를 하기는 했었다고 합니다. 이후 인원합리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없어진 사업이 되었다고는 합니다마는.
일단은 이런 검토가 나온건 홋카이도 신간선쯤 되면 이미 열차횟수가 많이 미미해져 있는데다, 정비신간선 사업에서 처음으로 전환하더라도 흑자 전환이 불가능한 케이스가 나오는 수요 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신간선 철도를 건설하더라도 대량 여객수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그 장대한 복선전철 인프라에 상당한 유휴가 생기는 점이 일단 걸린다 할겁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로, 이번 전환으로 병행재래선의 완전한 포기가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도호쿠 신간선이나 호쿠리쿠 신간선, 그리고 규슈 신간선의 경우 지자체가 사업을 이어받아 병행 재래선을 유지 운영하는 형태가 되어서 JR화물이 사용할 수 있는 재래선이 유지가 되었지만, 홋카이도의 경우 병행 재래선을 유지할 만한 여건이 전혀 안되서 지자체들이 죄다 손을 들어버리고 있는 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 철도물류에서 꽤 중요한 포지션을 가지는 홋카이도-혼슈간 철도수송의 근간이 무너질 판이 되어서, 그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상황이 된게 있다 할겁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지방 경제의 쇠퇴가 꽤나 현저해졌고, 전세계적인 노동인구 부족현상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과거처럼 “너 말고도 할 사람 많아”라고 떠들어대는 건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시피 합니다. 지방 농촌이나 소규모 공장들이 고령화와 노동인구 부족으로 괴멸해 가면서 지방도시들의 상업, 서비스업도 박살이 나고 있는 상황이고 이게 정주여건을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떠받치는 기반 사업이 물류라서 물류의 안정화, 합리화가 근래 이슈가 많이 되는 편입니다. 문제는 특히나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급여도 시원찮은, 특히나 10여년 전에 개혁한답시고 개별차주를 대거 인정하는 등 사실상 지입차 운용을 도입해버린 트럭운송에서는 만성적인 인력공급 부족을 겪고 있기까지 합니다. 덕분에 철도물류따위 대충 천천히 정리하고 트럭운송으로 해결하는게 아니라, 트럭운송의 피폐를 철도로 해결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하간 그런 와중인지라, 대안 모색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기는 한 상황이고, 이래저래 나오는 이야기 자체는 가능성이 보이기는 합니다. 일단 프랑스의 Eurocarex사업이나, 중국의 택배연계 고속열차 특송 같은건 일본 내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는 듯 하고, 그래서 제안되는 모델은 롤테이너라 불리는 인력으로 이동가능한 대차형태의 운반구를 적재하는 방식이 이야기가 되는 걸로 보입니다. 특송 처럼 아예 사람에 의한 적재가 가장 기초투자 없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인력의존도가 크고 적하시간도 너무 늘어져서 제대로 대응이 어렵다고 보는 듯 싶기도 합니다.
일단은 승강장을 공용해서 화물을 내리는 그런 방식 이상을 생각하기는 초기 투자 문제가 워낙 커서 아직 갈팡질팡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나도는 이야기로는 꿈은 전용편성으로 기계화 가능한 대형 롤테이너, 또는 항공의 ULD와 비슷한 초경량 컨테이너를 쓰는거까지 가 있긴 한 모양이고, 아예 더 나아가서 홋카이도의 삿포로권 이북/이서 방향의 주요 물류축 철도를 표준궤로 개궤해서 환적의 필요성 없이 혼슈 각지에 장래 계획된 정비신간선 루트를 활용해 물류를 보내는 거 까지 주장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뭐 이게 차라리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대안일거고.
현재로서는 일단 홋카이도 신간선 신하코타테~삿포로까지의 구간이 어느정도 진척이 되어야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 걸로 보이기는 합니다. 또 정말 대규모의 전용열차 물류까지 가게된다면 화물취급 가능하도록 시설 설계의 반영이 필요하기도 한지라, 2030년이라는 목표시점이 언급된 것은 이런 건설과정에 필요한 각종 기준과 사양을 확정하기 위한 그런 배경도 있을겁니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없진 않은데, 우리나라도 빠른 노령화와 지방의 인구감소가 현실이 되고 있고, 운송부문은 상대적으로 장거리 루트가 적은 대신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3D업종이 되어놔서 처우 악화가 가속되면 장래엔 배차 자체가 무너지게 될 가능성도 다분하기는 합니다. 또한 일반철도의 고속화와 주요 간선축의 다중화가 진척되고 있어서 이를 유효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는 점도 어느정도 유사성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쪽의 논의를 주목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