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제3지대 같아 보이는 국토부의 관변에서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온 거 같은데, 대의는 어느정도 맞는 거 같아 보이지만 디테일로 들어갈수록 이 바닥의 배배꼬인 내막을 깊게 모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야기입니다. 철도가 어느정도로 복잡한 동네인지를 다시 돌아볼만한 부분이 많은지라, 좀 풀어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가장 큰 부분에서 좀 틀린 전제가 있는데, 현재의 유지보수 수행체계는 정부의 예산통제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수탁사업이기 때문에 영국이나 일본에서 문제가 되는 유지보수의 부실화 문제는 생각보다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역설적으로 정부예산에 의해 돌아가다 보니 그 민영화충들이 좋아하는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거나, 업무영역을 억지로 쪼개다 보니 생기는 사업의 불합리라거나, 고용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인력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다거나 하는 그런 문제가 있으면 있을겁니다. 일본처럼 PC침목화할 예산을 아끼느라 목침목 사이에 PC침목을 한두장씩 끼워넣는다거나, 분기기를 없애고 수동식의 간이설비로 대체해버린다거나, 애초에 보수수준을 낮추기 위해 25~45서행을 남발하고 다이야를 잡아늘려버린다거나 하는 짓을 해야 운영부실을 유지보수에 전가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겁니다. 뭐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니 제껴두고.
햇필드 사고의 경우 레일의 파단으로 난 사고로 이번의 시설사고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실은 열차운영사는 유지보수에 대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경우였고, 그 업무를 담당한건 상하분리로 인해 국철에서 분리되어 온 레일트랙이라는 시설보유회사였습니다. 영국에서 이 사고가 크게 문제가 된건 그 레일트랙이 말 그대로 경영관리 조직만 있는 그냥 청부를 뿌리는 회사라 아무런 지식이 없는 수준이었고, 그 실무조직들은 국철에서 현업조직이 뿔뿔히 분사되어 나온 하청회사들로 조직이 완전히 붕괴되다시피 한 상태였다는데 있었습니다. 즉, 현장력이 전혀 없는 조직이 무사안일하게 비용절감으로 이익을 땡겨먹어댔으니 유지보수가 쭉쩡이가 되어버린 것이 본질이라 할겁니다. 결과적으로 조야가 뒤집혀 난리가 났고 부랴부랴 이 문제를 시정했더니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면서 레일트랙이 파산하는, 즉 그동안의 막대한 이익이 유지보수를 사실상 방기해버린 덕분에 얻은 거였다는게 드러나서 네트워크 레일이라는 비영리조직으로 전환되기에 이른겁니다. 이 관련된 내용은 국문으로 번역되었던 'Broken Rail'이라는 책에 노골적으로 잘 적혀있으니 참고해 볼만 할겁니다.
사실 영국의 사례 때문에 2003년에 철도청의 민영화 방침이 완전히 박살이 나게 된 게 있기는 합니다. 당시의 분위기는 주식회사화를 통해 장래 민영화를 포석에 두고, 각 현업조직은 스핀오프화 하여 업무위탁 자회사로 잘게 쪼개는 방향이었습니다. 별로 이런 의도를 숨기지도 않았고, IMF 이후의 분위기 덕에 이런 민영화와 하청화는 현업부문의 "명백한 운명"으로 취급받은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저 아사리판이 나서 BBC까지 특집 다큐를 던지는 상황이 한국에 안번질 수는 없고, IMF직후의 민영화나 외자유치로 생기는 무수한 분쟁과 마찰, 노동유연화는 노동자들의 공포로 연결되어, 2003년의 철도파업으로 번져버리게 된겁니다. 현업공무원의 파업은 형사처벌의 대상이었지만, 그 신분보장의 폐지와 현업의 황폐화에 대한 공포가 그 형사처벌의 공포를 압도해 버린 결과였다 할겁니다. 그래서 공사화, 스핀오프의 중지, 그리고 유지보수 등의 철도공사 수행이라는 구조가 생겨난 것이었고.
유지보수의 생력화나 첨단화가 진척되지 않는건 적자 체질이라서 생기는 면이 없지 없지는 않을겁니다. 다만, 투자를 안해서라는 방향 보다는, 그로 인해 생기는 인력감축과 전환배치가 노사문제로 비화될 리스크가 다분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 얻은 혁신의 이익은 철도공사에 남는게 아니라 다음해의 예산삭감으로 돌아오게 되니 일은 일대로 욕먹어가면서 해놓고 돈은 돈대로 까여서 이익확대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그런 결과로 화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러한 인력삭감이나 업무 합리화를 달성했는데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질 리스크는 늘 존재하다보니, 그런 의미에서 "안전제일" , 즉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관행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말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관조직의 병폐, 대조직의 문제긴 한데, 이걸 잡겠다고 민간화한 결과는 레일트랙이었다는게 비극이라 할겁니다.
사실 유지보수 업무의 재정 흐름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른바 선로사용료 문제로 귀결이 되는 사안입니다. 정부는 고속철도의 선로사용료 문제와 일반철도의 선로사용료 문제를 악의적으로 섞어치기를 해서 약을 파는 짓을 10년째 하고 있는 판이고, 이걸 설명하려면 꽤나 장황한 이야기가 되는지라 생략하겠지만... 일반철도에 한정하면 유지보수비와 선로사용료는 연동구조가 있어서 유지보수비를 절감하는게 철도공사의 이익개선효과가 어느정도 생기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부로부터의 유지보수 지원도 연동해서 삭감되는 구조가 되는데다, 누적된 비용데이터가 있다 보니 무작정 삭감으로 달릴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사업예산을 통제받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돌아갈 수도 없는 그런 구도로 되어 있습니다. 수탁사업비에서 적자가 난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게 결국 용역사업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관리비, 즉 오버헤드를 불인정해서 생기는 그런 부분들이 큰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