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두고 사실 노조가 민영화 운운하는건 좀 너무 멀리나간 이야기고, 사안을 정확히 말하자면 국토부의 총체적인 정책실패를 국가재정으로 덮는 건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겁니다. 이지경이 되었는데도 잘못했음 네 글자를 이야기 안하는 당국자들이야 말로 적폐이자 내로남불의 본체라고 해도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일단, 연기금이 풋옵션을 행사한 것은 당연한 귀결에 가까운데, 들리는 말로는 개업이래 단 한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모양입니다. 처음 1~2년은 당기순이익이 안나오거나 나와도 초기투자로 생긴 결손을 메꾸는 과정이니 그렇다 치지만, 이후에도 당기순이익을 약간이나마 계상했음에도 배당 실시가 없었다는 모양입니다. 2020년에서 2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못했다 쳐도, 2019년이나 20년이 무배당인건 뭐랄까... 철도공사가 그 난장판에서도 용산개발이나 공철매각으로 얻은 이익을 약간이나마 정부에 배당을 실시했던걸 생각하면, 정말 나으리들 다운 한국적인 배짱장사를 했다 해도 할 말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 저 당기순이익 자체도 국토부가 처음 출범당시에 호언장담했던 레벨과는 거리가 있는데, 철도공사의 팔을 비틀어서 차량의 염가임대를 받아내고 위탁수수료도 싸게 받아먹은 걸 생각하면 이익을 제대로 뽑아낸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을겁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사실상 계열사 부당지원 딱지가 붙을만한 행태였고, 만약 진짜로 외자유치로 들어온 오픈억세스 사업자가 동일거래조건을 요구했다면 쿨거래가 나올 수 없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정도 밀어줬는데도 배당을 집행못할 정도의 경영상태였다는 건 방만경영™ 레테르가 붙더라도 할 말은 별로 없는 건수라 할겁니다.
뭐... 그래도 이건 과거의 일(?)이라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풋 옵션 행사로 자본금이 쪼그라들어서 면허조건도 깨지는 판이 벌어졌는데도 자구노력이 단 한톨도 없다는 점에서 2004년 이래 철도공사에 대고 질러댔던 정부의 그 무수한 “고나리질”은 뭐였는가 라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급여동결이나 성과금 환수같이 인건비 털어내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사업정리 시책은 다 시켜먹고, 깔고 앉았던 자산들을 야금야금 팔아먹게 하는 그런 과정은 정권 갈릴때 마다 한번씩 했었습니다. 그런데, 염가로 차량임대 받아먹은 건 어떻게든 털어내려고 난리치면서 새로 차량 도입은 지르겠다고 던져놓고 그 밑천은 아몰라 국가가 알아서 해결해 식인건 그야말로 방만경영™의 본보기 그 자체가 아닌가 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이게 왕년의 일본국철의 경영행태를 비판할때 단골로 나오는 용어 "오야가타 히노마루", 즉 국가가 오너니까 뭘 해도 국가가 어떻게든 해결해 주겠지 식으로 나오는 마인드인데, 이건 뭐 빼박아닌가 싶습니다.
어쨌거나 차량 시스템 일신까진 해야할 사안이고, 임대 계약 털어서 철도공사에 반gomul차를 반환해서 SR은 늘 새차만 쓰는 서비스 우량기업이라는 걸 과시하는게 경쟁체제™의 핵심일 수도 있으니 어찌되었건 국비까지 털어서 해결해 줘야한다... 까지는 인정을 한다 칩시다. 그런데 여기서 국가재정을 투입하든, 아니면 다른 공기업 팔을 비틀어 해결을 하든 핵심적인 문제가 하나 나옵니다. 예산이 들어가는 사안이라면 국회의 예산심의를, 만약 다른 공기업의 출자라면 목적외 사업에 돈을 쓰는게 되는거니까 적어도 각 공기업의 근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입법이 있어야 합니다. 국회가 공전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합의처리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말로 닦이기 싫으니 이런식의 행태를 하는건, 전형적인 “늘공들의 오만”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뭐랄까... 결국 이걸 쉽게 푸는 건 사업목적에 철도운영이 들어가 있고, 애초에 풋옵션이 행사되었을 때 단독 주주가 되어버리는 철도공사가 SR에 대한 증자를 하거나, 풋옵션을 받아내는 걸로 해결하는게 정석이자 상식이라 할겁니다. 상환우선주가 되어서 어쩌고 하는 것도 그냥 주총에서 보통주 전환 의결을 하면 끝나는 사안이 됩니다. 유일한 문제는 철도공사의 기채발행이 늘어나는 거지만, 왕년에 1.2조원을 수 개월내에 기채발행해서 공항철도 매입을 질렀던 전력도 있으니 2천여억원 정도를 못할 것도 없다 할겁니다. 완전자회사화를 하더라도 합병은 행정지도로 막을 수 있을거고, 애초에 국토부가 분리의 이유로 들었던 선로사용료율의 구분 문제도 자회사로 회계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거고, 들리는 말로는 완전자회사라면 법인세 연결납세를 통해 사실상 법인세를 당분간 없앨수도 있다고 하니, 일을 순리대로 하는게 상식이라 할겁니다.
사실 애초에 SR분리의 주목적이 국토부의 무장친위대를 만들어서 일자리 창출을 하는게 주였지, 진실로 철도산업의 재정관리를 신경쓴 거였다면 그냥 SR을 특수목적법인화 해서 법인사무를 담당하는 임원진과 관리팀 하나만 별도로 두고 모든 사업운영은 철도공사의 위탁 내지 파견의 형태로 만들어서, 회계상의 선로사용료 배분만 정리하는 방식으로 갔었을 겁니다. 하지만 잿밥에 관심이 많은 나으리들에겐 명목상의 사장이나 감사, 기타 임원 자리는 별로 탐탁치는 않았을거고, 뭔가 마케팅이랍시고 눈먼 홍보비를 질러댈 기회라던가 물품이나 용역 발주를 가지고 꺼드럭댈 기회가 없어지는 건 달갑지 않았을겁니다. 이번이 그나마 이 정책실패를 교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일건데...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맏긴 격이니 제대로 정리가 되긴 어려울겁니다. 이따구 짓을 하니 공무원들하고는 협상하는 거 아니라는 격언이 나도는 거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