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초도편성 갑종차량 수송이 나온 바 있는데, 예타때부터 참 말이 많았던 사업이 슬슬 결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는 감개무량하다 하겠습니다. 어떤의미에서는 미싱링크에 가까운 사업이 이 기존선 개량형 광역철도 사업인데, 죽이되건 밥이되건 대구권이 일단 돌고 나면 이걸로 해볼만한 구간들의 견적이 좀 보일테니 철도계에 일획을 긋는다 하겠습니다.
사업 자체로도 그렇지만, 일단 차량쪽에서도 볼만한 부분들이 많은데, 경전철에서는 많이 적용되었지만 일반철도 사양으로는 처음으로 2량 전동차가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국내 전동차는 4량편성이 최소편성으로, 저항차 시절의 6M4T나 8M2T같은 경우를 빼면 MT비 1:1의 2량 유니트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게 상식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구성은 장대편성이 기본이던 환경에서 적은 예산으로 차량을 많이 확보하고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역으로 편성의 최저규모가 4량이라는 제약이 생겨서 비수도권 광역전철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는 허들을 상당히 높히는 그런 애로가 있었다 할수 있습니다.
물론, 대구권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하면 무궁화호의 최대혼잡구간이라 할만한 구미~동대구 구간이 핵심 구간인지라, 병행 무궁화나 ITX-새마을이 운행한다 쳐도 2량으로 되겠나 싶은 생각은 좀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어쨌던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사업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는거고, 또 동해선 광역전철의 이용패턴을 보면 4량이 약간은 과잉으로 결론이 날 여지도 있기는 한지라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하긴 할겁니다. 정 안되면 개업 후 추이를 봐서 2단계 사업과 함께 4량화를 빠르게 가는 방법도 있으니 말입니다.
2량 전동차로서 좀 특징적인건, 차량하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결국 지붕위로 기기가 올라가는 걸 억제했다는 점입니다. 초기 검토에서 주변압기를 올리는 그림이 나왔다가 그걸 지워낸 바가 있는데, 이건 어쨌든 하부에 다 밀어넣을 공간이 나왔단 이야기가 될겁니다. 사진으로 보기에 서울방향 차량에 주변압기와 인버터, 공기압축기를, 부산방향 차량에 인버터와 보조전원장치, 배터리가 들어가는 식으로 안배를 한거같은데, 근래 기기의 컴팩트화가 어느정도 가능해진 점도 있고, 일단 기기 배치를 테트리스하듯 최적화해서 저만큼이 가능했던 걸로 보입니다. 정비성이 좀 걱정은 되지만, 기성 차량 대비 그렇게까지 복잡하진 않을 듯 싶고 말입니다.
그리고 동력대차 배치에서 기존의 MT조성의 틀을 깬 점이 눈에 띄는데, 편성의 안쪽 대차 2개가 사진상으로 답면제동을 쓰고 있는, 즉 동력대차로 구성된 걸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전동제어차(Mc)를 잘 안쓰는 이유로 추정되는게, 악천후시에 점착성능에 악영향이 크고 신호보안장치 구성상 불리해서 인데, 대구권의 경우도 비슷한 이유로 동력대차 배치가 결정되었을거라 보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성이 짧아 제동축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눈이 내리거나, 서리가 끼는 환경에서는 점착력에 좀 불안이 없진 않을거고, 그래서 최고속도도 100km/h로 제약을 받은 걸로 생각이 됩니다. 4량편성 만큼은 아니지만 인버터를 나눠 배치하는 등의 이중계 설계를 어느정도 태워서 운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제법 한것도 같고 말입니다.
4량편성 대비 편성 가격이 상당히 비싼게 좀 구설의 여지가 있긴 한데, 사실 2량화 하면서 기기를 집약 배치한 탓에 량당 단가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이 있기는 합니다. 과거 실적치 기반으로 보면 M, T의 가격비는 대충 2:1 정도로 구성이 되는 편이었습니다. 즉, 4량편성 조달에 60억 정도가 들어간다 가정하면면, M차 2량이 40억원을 먹어치우고, T차가 20억원 정도를 먹는 그림이 나오는 느낌이랄까 그렇습니다. 대충 전장품이나 신호장치류 가격이 생각보다 비중이 있달까. 문제는 이걸 2량에 졸여내 집적을 시킨다 치면, T차 2개분의 가격, 그러니까 4량 편성에서 대차와 차체 정도의 가격만 빠지는 그런 그림이 되어버립니다. 여기에 총 조달대수가 줄어드니 편성 숫자는 많아도 총 발주량수는 30량도 채 안되는 소수발주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겨서 수주하는 쪽에서도 먹을게 없단 불만이 나와버리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거고 말입니다.
그나마 이번에 2량편성 설계가 나오긴 했으니, 대구권에서 이게 적정용량으로 결론이 나면 대전권에서도 큰 무리없이 사용을 할거고, 신안산선의 3량편성 설계와 함께 장래 비수도권 광역전철 사업을 검토할 때 기본 차량 사양으로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3량쪽은 아무래도 기기배치가 좀 변칙적일 수 밖에 없고, MT비가 높게 잡혀서 고속고가감속 대응이 되겠지만 대신 그만큼 운전비나 정비비가 들어가는데다, 또 1량분 만큼 승강장 등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노선이 길어지면 민감한 점이 될거라, 좀 특수한 설계, 예를 들어 고저상 겸용이라던가 크로스시트 혼합구성 등과같은 공간적인 문제가 있는 사양이라면 3량쪽이 유리하겠지만, 당장에 수송량이 그리 빡빡하지 않은 구간이라면 2량쪽이 여지가 있긴 할거라 좀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쪽 모델이건 아산만권으로 묶어칠만한, 평택선이나 장항선 구간 열차 등의 수도권전철 내 구간에서도 응용할 여지는 있지 싶고... 운임체계상 통근열차로 잡아넣되 임율 기울기를 광역전철에 맞춰넣는 조건이 되어야 하고, 승강장 개량이 병행 되어야겠지만, 아예 저속 전철구간이나 개량사업을 했지만 선로용량에 여유가 많은 구간들, 예를 들어 호남선 말단구간이나 태백, 영동선의 무궁화호 서비스를 대체하는 용도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듯도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