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지만, 아니나 다를까, 신선 이설 후에 하루 2천명 가까이에 달하던 경주시 관내 철도의 기존선 이용객 규모가 거의 1/3~1/4 수준까지 쳐박혔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근교형 교통을 사실상 걷어내고 오로지 간선 교통에 올인한 철도사업이 되다보니, 접근성 좋고 비교적 단거리를 이용하던 수요에는 전혀 대응이 되지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거라 보입니다. 이번 동해남부선 개량사업의 가장 민감한 이슈가 이 부분이라 할건데, 지역차원에서의 대응은 미적지근 한걸 넘어 거의 존재감이 없다는 데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물론 근교형 교통은 돈이 안되는 사업이니 전국의 사업을 다루는 국가 공기업으로서는 마뜩찮은 적자부문이 되고, 또 그걸로 경합하는 경쟁상대가 해당 시의 버스나 택시 업체와 경쟁하게 되니 지역 여론이 반드시 우호적인 것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대에 다시 근교형 철도교통의 필요를 말하는 것은, 이것이 주차장에 잠식당하고, 문화재 발굴과 보존 노력으로 쓸 수 없게 묶이는 토지가 늘어나는 경주시의 시가지에 있어서 생존에 닿는 문제라 할 수 있을겁니다. 문화재 보호를 이야기 하면서 배기연을 내뿜는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이 도시를 지배하게 방치한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라 할거고, 또 그 결과는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힘들어져서 오로지 몇몇 관광 스폿만 자동차로 훑고 지나가 버리는 상업도 문화도 남은게 없는 그런 시가지를 만들게 될겁니다. 막말로 무덤과 모뉴먼트만 남은 도시를 향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치가 적당할 겁니다.
실은 이미 민간 주도로 구선로를 활용한 트램 교통의 제안이 있었기는 합니다. 율동~경주~보문단지를 잇는 트램 이야기였고, 대부분을 신규 선로로 하는 안과 구 선로를 활용하여 투자를 절감하는 안 두개가 제안이 되었지만, 시 당국은 재정을 이유로 결국 보류 결정을 낸 바 있었습니다. 결국 아무리 구 선로를 활용해도 가용 가능한 수준의 시설을 확보하고 차량을 조달하는데 상당한 재정이 들어가지만, 이걸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겁니다. 지방도시들이 궤도교통의 필요를 절감해도, 실제 액션으로 이어지지 않는 핵심 이유가 여기서도 그대로 재연이 된 셈입니다.
이전에도 글로 적긴 했지만, 좀 생각을 달리해서 최대한 구선을 활용하고, 또 시의 사업 형태로 트램을 굴리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아예 구 서경주 구내에서 신 서경주까지 도로를 공용하여 궤도를 부설하여 현 경주역의 구내까지를 궤도선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거 같습니다. 구간내에 1~2km간격 정도로 정거장을 배치하면, 도중 4개 정거장 정도를 둘 수 있을 겁니다. 1단계로 서둘러 여기까지를 추진하고, 2단계로 경주역 남단의 황오리 지하차도를 평탄화 하면서 해당 동서도로축에 합류하는 형태로 궤도를 부설하거나, 계획도로지만 정비를 거의 못한 4번국도 미정비축을 따라 부설해서 도로공용의 형태로 보문단지로 진입하는 계획을 잡을 수 있을겁니다.
이 계획에서 가장 필요한건, 신경주와 서경주의 분담구조를 바꾸는건데, 서경주에 포항행 KTX를 정차시키고 장래 동해선축의 KTX이음까지 유치해서 구시가 및 관광이용의 허브로 다듬어 올리는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 신경주의 수요를 갉아먹는거 아니냐는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신경주 쪽은 장거리 열차편의 허브이자, 역세권 신도시 또는 경주의 교외지역, 그리고 비즈니스 교통의 허브 역할로 재정립을 해나가면 될거라 봅니다. 이 기능분담은 당장에는 수요 상쇄라는 문제가 남긴 하지만, 장래 동해선 공사가 끝나 동해선축 장거리 열차편이 어느정도 자리잡게 되면 상당부분 해소가능할거라 봅니다.
한편, 존속운동까지 나왔던 불국사역 쪽으로는... 사실 구선을 살려내는 방향이 되는게 이상적이지만, 문화재 보호 문제나 영업성 문제에서 이쪽을 유지하긴 어려운 만큼, 과감하게 선로를 포기하고 불국사~입실~호계 축으로 울산도시철도의 지선 형태로 편입을 꾀하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울산시 측에서는 북울산을 종점으로 트램형의 도시철도를 계획하고 있는데, 현 단선을 그대로 유지하되, 도중 정거장을 추가하고 교행시설을 보강해서 농소, 외동 등에 추가 정거장을 두어 지역밀착성을 강화한 트램형 광역철도를 꾀해볼 수 있을거라 봅니다. 이쪽이 잘 된다면 장래에는 보문단지~불국사 간의 노선을 통해 도경계를 넘는 장대한 트램 노선을 만드는 것도 노려볼 수 있을거고 말입니다.
사실 이런 전환은 최대한 단절기간이 없게, 신선 절체가 이루어지는 거의 즉시로 심리스하게 이어지는게 바람직하지만 이미 차는 지나가 버린 상황이니 적극성과 신속성을 가지고 안을 정리하는게 필요할거라 봅니다. 한번 상실한 기반시설을 재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찮지만, 다른 수단으로 흩어져 버린 수요를 다시 유치하는데에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를 살려볼 의지가 있다면 정말 총력전을 펼쳐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