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야 할 단계가 많기는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OK사인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라 봅니다. 물론, 수도권전철 처럼 전용선로를 가지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 여러모로 한계가 명확한 사업일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일단 당장에 가용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편익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왜 지금껏 제대로 안했는지 아쉬운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한계가 있긴 한게, 아무리 시설 여건이 좋다 해도 경부선 정도의 트래픽이 몰리는 노선에서는 평시 30분에 1왕복, RH에 좀 무리를 해야 12~15분 시격 정도가 한계기는 합니다. 더욱이 기존 간선철도와 시스템적으로 호환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어서, 유럽이나 일본처럼 차량 구입과 일부 취약시설 개량 정도로 해결되질 않기에 좀 더 본격적인 투자가 들어가기는 합니다. 고상홈이나 과선교 같은 횡단시설물이나 승강설비, 또 개집표기 같은 역무시설물 개량을 제법 해야 하는 부담은 존재할겁니다. 또 근래 안전규제로 스크린도어 완비같은게 하나 들어가는 순간 사업비의 70%가 승강장과 그 관련 시설에 다 쳐박히는 결과가 벌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늘 트래픽이 과다해서 난리인데 비해서, 지방으로 가면 선로용량은 남아도는데 그걸 활용하지 않는 불균형이 있었고 이로 인해서 철도이용의 활성화가 안되고 교통의 취약성으로 간선철도까지 취약해지는 악순환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해야 할 사업이라고 봅니다. 자원의 유효활용이라는 점에서도 필요하고.
다만, 수도권전철의 단순 이식 수준을 넘는 노력은 좀 필요하다고 보는데, 특히 대구권이나 대전권에서는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게 차량성능 부분입니다. 150km/h 수준의 차량성능까지는 과하다고 할 수 있고 무궁화와의 상호잠식 문제가 낄 수 있긴 하지만, 현행 110km/h 수준의 차량성능보다는 좀 더 고성능 차량을 투입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적어도 경부선의 표준적인 최대속도인 135km/h 언저리까지는 유지할 수 있어야 간선열차의 운행에 지장을 끼치지 않을 수 있고, 노선 자체도 빈번한 대피를 피할 수 있을겁니다. 현재의 서울역 급행이 90분 정도 소요되는 수준인데, 과거 복선시절의 통일호는 거의 3시간 가까운 운행시간을, 그것도 용산종착에서 내던 전례가 있습니다. 급행전철과 정차역에서 대별되지 않음에도 이런건 객차열차인데다가 중간에 계속 무궁화와 새마을을 대피하기 때문에 생기던 현상인데, 110km/h급 차량으로는 이런 일이 재탕되기 쉽다 할겁니다.
또한, 당장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향후에는 열차빈도의 압박이 생기게 마련인데, 가능하면 시설개량을 통해 반복효율을 높힐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중앙선 덕소행 같은 경우 평면교차를 해서 부본선에 차를 대기시키는 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게 20분 정도의 시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10분 시격이 될 경우에는 보틀넥이 되기 좋습니다. 따라서 Y선을 추가하거나, 아예 내선 종착식의 역 구조(검암역 같은) 같은걸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반복효율을 올리고 교차지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할 겁니다.
이번 예타가 좀 성공적으로 간다면, 부산권에서 기존 경부선 및 경전선 구간의 광역화나, 대전권 광역화, 그리고 비 경부선 구간의 광역전철 도입으로 좀 확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충 광주권, 군산-익산-전주권, 여수-순천-광양권, 그리고 강릉-동해-삼척권 정도는 광역전철 내지는 이보다는 좀 간소화된 버전의 로컬 서비스를 해볼만한 구간이라고 보는데, 물론 채산의 문제가 가장 큰 과제기는 하지만 철도가 해야 할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뒷받침 하면서 추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